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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80214

by 늙은소 2018. 2. 15.

1.

얼마 전부터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마냥 반갑지는 않은 일이다.

꿈에서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며 무엇을 하는가보다.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버겁다. 내가 다시 꿈을 꾼다고 말할 때의 꿈은 그런 것이다. 잔상이 지독하게 오래 가는 감정들을 겪어내는 일.

눈을 뜨면 꿈에서 무엇을 했는가보다 직전까지 휘몰아치던 감정들이 밀려와 작고 느린 숨을 쉰다.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2.

피아노는 진전이 없다. 하루에 한 시간 고작 6개월을 치고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지독하게도 재능이 없구나 싶다.

연습을 하면서 늘 하는 생각은 듣기 괴롭다는 것이다. 8살이었을 때도 나는 이 정도 수준이었던 것일까?

심각한 문제는 박자다. 내가 박치인건가 하는 의심까지 들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동시에 건반을 눌러야 하는데 그것조차 잘 되지 않는다. 왜 건반을 동시에 누르지 못하는 것일까? 메트로놈같은 건 구경도 못해본 채 피아노를 익혀서 박자 감각이 더 떨어지는 건가? 어릴 때에도 순발력이 좋지 못했고 체육 수업에서도 박자와 관련한 부분에서 지적을 받는 일이 많긴 했다. (언제 공을 차야 하는지, 혹은 공을 언제 피해야 하는지 그런 부분에서 실수를 많이 했고 헛발질을 하거나 공에 얻어맞는 일이 다반사였다) 

좋지 못하였던 박자 감각이 나이 들면서 더욱 나빠진 듯 하다.

3.

 

4.

공감능력이나 감수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

가을까지는 매일 피아노를 치고 산책을 했고, 틈이 나면 책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떨어진 감수성을 회복해 나갔었는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되었고 또 다른 외적인 일들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고 또 주면서 정신이 많이 망가진 상태다.

추운 것도 한 몫한다. 춥다고 산책을 중단했는데 거꾸로 산책을 나가지 않으니 그게 나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산책의 목적은 걷는게 아니라 걸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고 또 머리 속을 정리하는 데 있었다)

봄이 빨리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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