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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

밤 산책 01. 밤마다 산책을 한다. 새로 들어선 디지털단지 앞 불 꺼진 상가들을 구경하며 걷다가, 그 옆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가 내부 시설을 구경하며 또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은 아파트 단지를 건너뛰어 안양천까지 일직선으로 걸어간 다음 여길 내려갈 수 있을지 살펴본 다음 되돌아왔고, 그 다음 날에는 오래된 주공아파트 단지 안의 낡은 놀이터를 어슬렁거렸다. 직선으로 걷거나 좁고 구불거리는 길을 택하거나. 밝은 곳을 찾아다니다가 어두운 곳을 가슴 졸이며 걷기도 한다. 산책하는 시간이 주로 밤 12시 무렵이다보니 대체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산책을 나가게 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든다. 걷다보면 감정의 허영에 빠지기 쉽다. 자기애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정신을 피곤해진 다리로 애써 지탱하는 기분. 생각이 끝없이.. 2017. 8. 21.
20080101-꿈의 기록 독립되어 있던 건물이 난개발을 반복하며 증축을 거듭한 끝에 건물과 건물은 모두 연결되었고, 마침내 도시는 하나의 구조물을 형성하게 되었다. 더 이상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해졌으며, 모든 길은 건물 안에서만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어두운 밤이 24시간 계속되었고 골목은 길지 않아 좁은 계단과 육교로 인해 직선의 움직임이 방해되고 있었다. 오르고 또 내려서는 작은 계단들의 진행을 몇 번 반복하고 난 뒤 그를 만났다. 이제는 40대 후반으로 보일 만큼 나이든 그는 몇 년 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확연히 작아진 몸으로 자신이 이제 곧 노인이 될 것임을 말하고 있었다. 움츠러든 몸과 구부정한 자세는 그의 얼굴과 코 밑으로 난 수염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였는데, 눈의 표정은 마지막 기억과 마찬가지로 아이같.. 2017.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