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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9 1. 22년 12월부터 23년 6월 초까지 미친 일정과 복잡하게 꼬인 이사를 모두 소화하고 여유로운 삶으로 복귀하였다. 한 달 중 1/3 정도만 일하면 되는 시기가 찾아온 것. 4~5년 전까지만 해도 일 년 중 8~9개월 정도는 저렇게 사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거래처가 늘고, 프로젝트의 수가 점점 늘어서(수입도 그만큼 늘었지만) 요즘은 반대가 되었다. 일 년 중 3개월 정도만 여유롭게 일하는 게 가능한 상황. 여유로운 일상이 오랜만이라 그런지 거꾸로 적응이 잘 안 되고 있다. 쉬면서도 뭔가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라 계속 불안함이 밀려왔고, 쉬는 것에도 적응이 필요했다. 2. 이사하면서 가전제품을 꽤 많이 구입했는데 거의 신혼살림 장만하듯 한 것 같다. 혼수목록이라며 올라오는 물건들 중 식세기와.. 2023. 7. 20.
20230317-힘들었던 이사 1. 꽤 힘들게 이사를 했고 여러 일이 있었다. 아파트 입주일과 세입자가 원하는 이사일에 차이가 있었고, 무엇보다 살던 집을 수리를 해야 세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 도배와 바닥공사까지 하게 되면서 3~5일 정도 시간차가 발생하게 되었다. 집을 비워줘야 하는 날짜와 내가 살 집에 들어가는 날짜 사이에 5일이 비게 된 것. 직장인이라면 보관이사를 하고 몇 일 잠잘 곳만 찾으면 그만일텐데 내 경우는 집이 회사이기도 한 상황이라 회사 업무까지 중단된다는 게 문제였다. 일이 많지 않다면 5일 정도는 커버가 가능하리라 생각해 어떻게든 2월 중으로 이사를 하려 했었다.(해마다 3~5월에 큰 프로젝트를 들어가기 때문에 일년 중 가장 바쁠 때가 그 무렵이다) 그러다보니 이사 날짜를 입주기간 중 첫날로 잡게 되었는데..... 2023. 3. 17.
[헌트] 망가진 시스템 속에서 외치는 공허한 메시지 2022년작 감독: 이정재 출연: 이정재, 정우성 * 이 글에는 영화 '헌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세계의 조직이 등장한다. 남한의 안기부와 북한의 남파간첩조직,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쿠데타 세력. 여기서 안기부는 다시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 대립하는데 바로 국내팀과 해외팀이다. 영화는 안기부 국내팀과 해외팀 간의 수면 아래 갈등을 노출하며 시작한다. 이들의 해묵은 갈등은 조직의 활동 범위가 다른 데서 기인한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안기부 국내팀은 조직의 운영방식이 평범한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국내 활동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맞닥트려야 할 거대한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운동 세력을 와해시키고 간첩조직을 적발하며 정치적으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인사들을 감시하는 것. 일에 .. 2023. 2. 4.
[헤어질 결심] 물 속에서 투명해지는 여자와, 바다와 뭍을 오가는 남자 감독 : 박찬욱 출연 : 탕웨이, 박해일 남편은 산을 좋아했지만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서래는 말한다. 해준은 나도 그렇다며 조용히 혼잣말을 한다. ... 서래는 투병 중이던 어머니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펜타닐을 구하며 자신의 몫으로 4알을 더 챙긴다. 어머니의 죽음을 도운 후 자신도 세상을 떠날 요량이었겠으나 어쩐 일인지 그녀는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유골함 속에 펜타닐을 넣은 채 밀항길에 오른다. 그녀에게 죽음은 유예되었으며, 지연되었다. 원한다면 언제든 바로 죽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오늘 죽을 필요는 없는 삶. 그래서 그녀는 죽음을 가까이 둔 채 살아가는 남자들과 결혼을 한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스스로 말하는 남자들과. 가파른 절벽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로만 오른다는 첫 번째 남편은 절.. 2023. 2. 1.
안경을 얻고 나이를 잃다 아마도 20년 쯤 전부터였던 것 같다. 난시가 생기기 시작했고, 해가 갈수록 시력이 조금씩 나빠졌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풍경이 회색톤으로 바뀌면 특히 상태가 좋지 않아 사물을 제대로 구분하기 힘들었는데 딱히 안경을 맞출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리 살았다.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잡힌 모양인데 그 때문에 회사에 다닐 때는 인상을 쓰고 다닌다며 한 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안경을 써야하나 싶어 안경점을 방문한 적도 있으나 멀미 때문에 선뜻 안경을 맞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15년 쯤 전인가? 즉흥적으로 새벽에 동대문을 가 난시용 안경을 하나 맞춘 일이 있었다. 어찌나 대충 만들었는지 다음 날 안경을 써 보는데 쓰나 안 쓰나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고, 덕분에 그 때 만.. 2023. 1. 31.
20230127 1. 5년 만이다. 15년간 곁에 있어주었던 고양이는 2021년 10월 9일 세상을 떠났다. 숨을 거둔 뒤 몇 시간이 지나도록 리오의 몸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듯했으며, 죽음이 믿기지 않은 나는 몇 번이나 리오를 만져보고는 한숨을 쉬었다가 울기를 반복했다. 고개를 돌리면 책장 한 칸에 자리한 리오의 유골함이 눈에 들어온다. 유골함과 함께 나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사까지는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도시의, 바다가 보이는 작은 아파트에서 몇 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고 바다 아래로 해가 지는, 제법 황량한 곳이다. 어쩌면 여름 장마에 잠길 수도, 혹은 때 아닌 태풍에 유리창이 깨질 지도 모르겠다. 도시 계획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유령도시로 전락할 지도 모른.. 2023. 1. 27.
180823 일년에 한 번 강의차 다녀오는 지방 도시가 있다. 거의 10년 정도 된 듯 하다.한 때 강의가 많을 때는 일 년에 10번 정도 되었는데, 새로운 곳은 늘지 않고 남은 곳은 점점 줄어 이제 여기가 유일하다. 어쩌면 올해가 끝이 아닐까 왠지 그런 생각이 든다.보통 강의 일정상 내 차례는 겨울일 때가 많았는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강의가 여름으로 잡혔다. 더위 때문인지 3시간 강의를 한 탓인지..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중에 탈진을 해서 결국 기차를 타지 못하고 말았다.작년 겨울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고 그 때는 중간에 병원에 들러 링겔을 맞고 몇 시간 누워 있다가 겨우 저녁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전전 해에는 광명역까지는 올라왔으나 거기서 탈진을 하여 차를 탈 수 없게 되어 광명역에서 후배를 부.. 2018. 8. 23.
20180707 인터넷으로 전국의 집을 구경하다 조건이 충족되면서 가격도 낮은 몇 군데 집들을 보다 자세하게 알아보기 시작했다. 1. **시 바다가 보이는 오래된 아파트작고 오래된 아파트였으나 전망이 미치도록 좋은 곳이었다. 집 앞이 바로 바다인데 해안가 풍경이 무척 뛰어나 그것만으로도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 전체를 리모델링한 아파트들이 여럿 올라와 있었고 인테리어 공사에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부동산 사이트 밖으로 나와 로드뷰로 해당 아파트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파트로 향하는 도로에서 본 경치도 매우 훌륭했고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던 말이 납득이 되었다. 도로를 따라 아파트로 향하는데 건물 아래 지면을 절벽처럼 깎아놓은 모양새가 위태로워보였다. 장마철 폭우나, 태풍이 찾아왔을 때에.. 2018. 7. 8.
20180629 정신없이 바쁜 6월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 주말에 해야 할 일 하나가 더 남아있지만 일단 오늘은 쉬기로했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 일하는 동안 힘들고 지치면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 집 구경을 하며 각오를 다졌다. 5년 쯤 뒤 이사를 할까 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세를 주고 여기보다 집값이 싼곳으로 이사를 가는 게 현재의 막연한 계획이다. 직업 특성 상 특정 지역에 거주할 필요가 없고, 여기저기 다니는 편이 아니라 대중교통 상황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녀를 키우는 게 아니므로 집 주변 학군도 따질 이유가 없다. 그저 깨끗하고 너무 오래되지 않은 그러면서도 비싸지 않은 집이면 되는데 부동산 사이트에서는 이런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없다는 게 아니라 해당 조건에 대한 검색이 제공되지 않.. 2018.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