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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혹은 정치인 팬덤에 관하여 문화와 예술, 스포츠가 자본주의와 결합한 지 이미 오래되었고 대중화 역시 그 뿌리가 깊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팬'이라는 용어는 확장을 거듭한 끝에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게 되었다. 팬, 빠, 까, 까빠, 덕, 안티, 어그로, 팬코 등 팬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이 언어들로 팬덤은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비단 스포츠나 아이돌 뿐 아니라 정치계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노사모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선거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정치는 팬덤 대결의 양상이 두드러졌고 그렇게 한국 정치는 '저 정당만 아니면 된다'는 대결형 선거를 치루며 20년을 지나왔다. 그 때문에 팬이란 무엇이며 팬덤은 어떤 지형도를 이루고 있는지, 팬덤 내부를 분석하고 각 유형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2018. 6. 10.
어느 광고에 대한 삐딱한 시선 광고를 비판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아니 분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동종 업계 종사자들을 위해 조언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혹은 직접 돈을 낸 광고주가 아니라면 광고를 비판해서 뭘 하겠는가.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물건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일 뿐이다.광고는 철저하게 돈과 연결되어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광고는 만들어지고 더 많은 이익을 위해 광고비는 집행된다. 돈 앞에서 광고 감독의 예술혼이나 광고 회사의 자존심 같은 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한창 온에어 중인 광고들을 읽어내는 건 흥미롭다. 처절할 정도로 돈과 연결되어 있는 이 순수한 세계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세상을 명확하게 비추는 거울이 된다. 돈밖에 모르는 저 사람들이 소비.. 2018. 6. 8.
실패의 비용 한 달에 한 번씩 인터넷으로 장을 봐서 부모님 댁으로 물건들을 보내고 있다. 이런저런 생필품과 그 즈음이 제 철인 채소들. 특수부위 고기와 수산물 약간. 그리고 여기에 특이한 식재료 한 두 가지를 끼워넣는 식이다. 1월에는 옥돔이 메인이었고 2월에는 보리굴비가. 3월에는 두릅 한 상자, 4월에는 차돌이 주인공이었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음식들 사이에 한 번도 드셔본 적이 없는 것들을 끼워서 보내드리는 중이다. 물건이 도착하면 어머니는 전화를 하신다. 이런건 왜 사서 보내느냐고 한 소리 하면서도 덕분에 잘 먹겠다며 고맙다고 하시는데 그런 와중에 '대체 이건 어떻게 먹는 거냐'고 물어오신다. 그러면 손질하는 것부터 만드는 방법까지 설명을 해 드린다. 다른 건 사실 미끼고 핵심은 이것들에 있었다. 한 번도 시.. 2018. 6. 5.
고양이 간병기 사료가 떨어졌다. 마트가 쉬는 날이어서 24시간 운영한다는 새로 생긴 동물병원에 가 사료를 사왔다. 이렇게 써 놓으니 마트에서 사료를 구매하는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마트 안 동물 병원을 이용하다보니, 마트가 문을 닫으면 병원도 문을 닫는 것 뿐이다. 리오가 먹는 사료는 동물 병원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이고 동물 병원이라 해도 이 사료를 팔지 않는 곳도 제법 있어서 해당 사료가 늘 구비되어 있는 마트 안 병원을 이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병원은 6년 전 리오가 크게 아팠을 때 이 아이의 목숨을 살려준 곳이기도 하다.여름이었다. 그리고 주말이었다. 리오는 일요일 새벽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양이가 '저 아파요' 소리를 할 리 없었으므로 나는 고양이가 아픈지 알지 못했다. 그저 평소와 다르다는 것. .. 2018. 5. 31.
커피를 내리다 커피를 직접 내려서 마시게 된 지 2년 반 정도 되었다.미식가와는 거리가 먼 둔한 입맛과 저렴한 취향 덕에 스스로 만든 커피에 쉽게 만족하며 매일 한 잔씩 라떼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 시작은 이랬다. 재작년 1월 새해 연휴 직후 회의가 잡혔는데 거기 참석하신 분이 커피를 직접 갈았다며 회의 참석자 모두에게 커피를 한 봉지씩 나눠줬다. 그게 예가체프였다. 커피 메이커가 없다며 거절하기도 머쓱한 분위기라 그걸 받아들고 돌아오는데 향이 미치도록 좋았다.(커피 봉투를 열어 코를 들이박고 있으면 세상의 우울함은 옅어지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 향에 반한 나머지 에스프레소 머신을 가지고 있는 후배가 옆에서 대신 가져가겠다며 말을 걸어오는데도 못들은 척 하고는 그걸 집에 가져왔다. 그날 저녁 바로 집 앞 이마트로 가.. 2018. 5. 23.
20180422 고구마를 구웠다. 작년 10월, 부모님이 고구마 한 박스를 가져오셨다. 고모네로부터 고구마가 30kg이나 올라왔다며 집집마다 나눠주러 왔다는 설명이었다. 아이스박스에 담긴 고구마는 한눈에도 양이 상당했다. 혼자서 먹기에는 무리라며 1/3만 달라고 했음에도 소용이 없었다. 알이 제법 큰 고구마가 30개 가까이 들어있는 아이스박스는 그렇게 우리 집 현관에 자리를 잡았다.오븐에 구워 먹기를 네 차례. 어느 센가 현관 서랍장 위에 놓인 고구마상자는 원래 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잊혀졌고 나는 우리 집에 먹어 치워야 할 고구마가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주말이라 청소를 하며 버릴 것을 찾고 있었다. 종량제 봉투에 자리가 많이 남는데 없는 쓰레기라도 만들어 넣어 이 쓰레기봉투를 빨리 버리고픈 마음이었.. 2018. 4. 22.
20180419 바나나스콘을 만들었다.역시나 먹을만 하지만 누구에게 주거나 파는 것은 불가능한. 그런 맛이었다. '오늘은 스콘을 만들겠어 그것도 바나나스콘으로!' 2018. 4. 22.
20180414 1.태어나 처음으로 생선을 손질했다. 생선요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직접 만드는 건 몹시 번거로운 일이어서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니 요즘은 상당히 손질이 잘 된 상태로 생선류가 판매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교적 냄새가 적고 만드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은 냉동 코다리를 주문해 코다리찜에 도전해보았다.머리 속에서 생각한 음식은 코다리 찜이 아니라 코다리간장조림이었으나 정작 레시피는 코다리찜을 참고하게 되었고, 결과물은 어쩐지 동태탕이 되고 말았다. 처음 해 보는 생선요리라 비린내가 무서워서 향이 강한 재료를 함께 넣었는데 문제는 그 향이 너무 별로라는 점이었다.(원래 향은 좋았는데 다른 재료가 섞이면서 이상한 향이 만들어졌다)하는 수없이 문제의 향을 덮기 위해 온갖 재료들을 추가하게 .. 2018. 4. 14.
드라마에서 다뤄지는 여성 상류층 캐릭터에 대한 변화 01 드라마 작가로 명성이 높은 김수현 작가는 수십년간의 작품활동을 통해 유사성이 있는 그녀만의 여성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이화영(김희애)이 치정의 중심인물로 여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웠다면 [사랑과 야망]에서 김미자(한고은)는 좌절된 욕망으로 괴로워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이 캐릭터는 다시 [엄마가 뿔났다]와 같은 가족극에서 잘났지만 재수 없는 맏딸로 소환된다. 유사한 캐릭터가 각기 다른 장르를 통해 변주를 시도한 셈이다. 똑부러지는 게 지나쳐 엄마를 가르치려 드는 딸의 이미지는 자신의 욕망을 과감히 드러내는 팜므파탈의 캐릭터와 혼용되었는데 흥미로운 건 이 여성들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정보가 그녀의 연인이 아니라 부모에게 있다는 점이다. 김.. 2018.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