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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6

20230719 1. 22년 12월부터 23년 6월 초까지 미친 일정과 복잡하게 꼬인 이사를 모두 소화하고 여유로운 삶으로 복귀하였다. 한 달 중 1/3 정도만 일하면 되는 시기가 찾아온 것. 4~5년 전까지만 해도 일 년 중 8~9개월 정도는 저렇게 사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거래처가 늘고, 프로젝트의 수가 점점 늘어서(수입도 그만큼 늘었지만) 요즘은 반대가 되었다. 일 년 중 3개월 정도만 여유롭게 일하는 게 가능한 상황. 여유로운 일상이 오랜만이라 그런지 거꾸로 적응이 잘 안 되고 있다. 쉬면서도 뭔가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라 계속 불안함이 밀려왔고, 쉬는 것에도 적응이 필요했다. 2. 이사하면서 가전제품을 꽤 많이 구입했는데 거의 신혼살림 장만하듯 한 것 같다. 혼수목록이라며 올라오는 물건들 중 식세기와.. 2023. 7. 20.
20230317-힘들었던 이사 1. 꽤 힘들게 이사를 했고 여러 일이 있었다. 아파트 입주일과 세입자가 원하는 이사일에 차이가 있었고, 무엇보다 살던 집을 수리를 해야 세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 도배와 바닥공사까지 하게 되면서 3~5일 정도 시간차가 발생하게 되었다. 집을 비워줘야 하는 날짜와 내가 살 집에 들어가는 날짜 사이에 5일이 비게 된 것. 직장인이라면 보관이사를 하고 몇 일 잠잘 곳만 찾으면 그만일텐데 내 경우는 집이 회사이기도 한 상황이라 회사 업무까지 중단된다는 게 문제였다. 일이 많지 않다면 5일 정도는 커버가 가능하리라 생각해 어떻게든 2월 중으로 이사를 하려 했었다.(해마다 3~5월에 큰 프로젝트를 들어가기 때문에 일년 중 가장 바쁠 때가 그 무렵이다) 그러다보니 이사 날짜를 입주기간 중 첫날로 잡게 되었는데..... 2023. 3. 17.
안경을 얻고 나이를 잃다 아마도 20년 쯤 전부터였던 것 같다. 난시가 생기기 시작했고, 해가 갈수록 시력이 조금씩 나빠졌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풍경이 회색톤으로 바뀌면 특히 상태가 좋지 않아 사물을 제대로 구분하기 힘들었는데 딱히 안경을 맞출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리 살았다.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잡힌 모양인데 그 때문에 회사에 다닐 때는 인상을 쓰고 다닌다며 한 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안경을 써야하나 싶어 안경점을 방문한 적도 있으나 멀미 때문에 선뜻 안경을 맞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15년 쯤 전인가? 즉흥적으로 새벽에 동대문을 가 난시용 안경을 하나 맞춘 일이 있었다. 어찌나 대충 만들었는지 다음 날 안경을 써 보는데 쓰나 안 쓰나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고, 덕분에 그 때 만.. 2023. 1. 31.
20230127 1. 5년 만이다. 15년간 곁에 있어주었던 고양이는 2021년 10월 9일 세상을 떠났다. 숨을 거둔 뒤 몇 시간이 지나도록 리오의 몸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듯했으며, 죽음이 믿기지 않은 나는 몇 번이나 리오를 만져보고는 한숨을 쉬었다가 울기를 반복했다. 고개를 돌리면 책장 한 칸에 자리한 리오의 유골함이 눈에 들어온다. 유골함과 함께 나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사까지는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도시의, 바다가 보이는 작은 아파트에서 몇 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고 바다 아래로 해가 지는, 제법 황량한 곳이다. 어쩌면 여름 장마에 잠길 수도, 혹은 때 아닌 태풍에 유리창이 깨질 지도 모르겠다. 도시 계획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유령도시로 전락할 지도 모른.. 2023. 1. 27.
180823 일년에 한 번 강의차 다녀오는 지방 도시가 있다. 거의 10년 정도 된 듯 하다.한 때 강의가 많을 때는 일 년에 10번 정도 되었는데, 새로운 곳은 늘지 않고 남은 곳은 점점 줄어 이제 여기가 유일하다. 어쩌면 올해가 끝이 아닐까 왠지 그런 생각이 든다.보통 강의 일정상 내 차례는 겨울일 때가 많았는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강의가 여름으로 잡혔다. 더위 때문인지 3시간 강의를 한 탓인지..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중에 탈진을 해서 결국 기차를 타지 못하고 말았다.작년 겨울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고 그 때는 중간에 병원에 들러 링겔을 맞고 몇 시간 누워 있다가 겨우 저녁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전전 해에는 광명역까지는 올라왔으나 거기서 탈진을 하여 차를 탈 수 없게 되어 광명역에서 후배를 부.. 2018. 8. 23.
20180707 인터넷으로 전국의 집을 구경하다 조건이 충족되면서 가격도 낮은 몇 군데 집들을 보다 자세하게 알아보기 시작했다. 1. **시 바다가 보이는 오래된 아파트작고 오래된 아파트였으나 전망이 미치도록 좋은 곳이었다. 집 앞이 바로 바다인데 해안가 풍경이 무척 뛰어나 그것만으로도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 전체를 리모델링한 아파트들이 여럿 올라와 있었고 인테리어 공사에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부동산 사이트 밖으로 나와 로드뷰로 해당 아파트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파트로 향하는 도로에서 본 경치도 매우 훌륭했고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던 말이 납득이 되었다. 도로를 따라 아파트로 향하는데 건물 아래 지면을 절벽처럼 깎아놓은 모양새가 위태로워보였다. 장마철 폭우나, 태풍이 찾아왔을 때에.. 2018. 7. 8.
20180629 정신없이 바쁜 6월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 주말에 해야 할 일 하나가 더 남아있지만 일단 오늘은 쉬기로했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 일하는 동안 힘들고 지치면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 집 구경을 하며 각오를 다졌다. 5년 쯤 뒤 이사를 할까 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세를 주고 여기보다 집값이 싼곳으로 이사를 가는 게 현재의 막연한 계획이다. 직업 특성 상 특정 지역에 거주할 필요가 없고, 여기저기 다니는 편이 아니라 대중교통 상황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녀를 키우는 게 아니므로 집 주변 학군도 따질 이유가 없다. 그저 깨끗하고 너무 오래되지 않은 그러면서도 비싸지 않은 집이면 되는데 부동산 사이트에서는 이런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없다는 게 아니라 해당 조건에 대한 검색이 제공되지 않.. 2018. 6. 29.
실패의 비용 한 달에 한 번씩 인터넷으로 장을 봐서 부모님 댁으로 물건들을 보내고 있다. 이런저런 생필품과 그 즈음이 제 철인 채소들. 특수부위 고기와 수산물 약간. 그리고 여기에 특이한 식재료 한 두 가지를 끼워넣는 식이다. 1월에는 옥돔이 메인이었고 2월에는 보리굴비가. 3월에는 두릅 한 상자, 4월에는 차돌이 주인공이었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음식들 사이에 한 번도 드셔본 적이 없는 것들을 끼워서 보내드리는 중이다. 물건이 도착하면 어머니는 전화를 하신다. 이런건 왜 사서 보내느냐고 한 소리 하면서도 덕분에 잘 먹겠다며 고맙다고 하시는데 그런 와중에 '대체 이건 어떻게 먹는 거냐'고 물어오신다. 그러면 손질하는 것부터 만드는 방법까지 설명을 해 드린다. 다른 건 사실 미끼고 핵심은 이것들에 있었다. 한 번도 시.. 2018. 6. 5.
고양이 간병기 사료가 떨어졌다. 마트가 쉬는 날이어서 24시간 운영한다는 새로 생긴 동물병원에 가 사료를 사왔다. 이렇게 써 놓으니 마트에서 사료를 구매하는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마트 안 동물 병원을 이용하다보니, 마트가 문을 닫으면 병원도 문을 닫는 것 뿐이다. 리오가 먹는 사료는 동물 병원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이고 동물 병원이라 해도 이 사료를 팔지 않는 곳도 제법 있어서 해당 사료가 늘 구비되어 있는 마트 안 병원을 이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병원은 6년 전 리오가 크게 아팠을 때 이 아이의 목숨을 살려준 곳이기도 하다.여름이었다. 그리고 주말이었다. 리오는 일요일 새벽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양이가 '저 아파요' 소리를 할 리 없었으므로 나는 고양이가 아픈지 알지 못했다. 그저 평소와 다르다는 것. .. 2018.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