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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ramAlpha, Mathematica, The Elements

by 늙은소 2010. 8. 20.
* 밑줄이 있는 굵은 색 글자는 관련 홈페이지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추가 정보가 필요한 분들은 링크를 따라가 보세요.



이것은 'I-Pad'를 살까 'I-Phone'을 살까 망설이던 몇 개월 전 어느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I-Phone'을 사용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거라는 주위의 거센 부추김 속에서, 'I-Pad'를 사는 것도 좋으리라는 후배의 충고에 따라, 'I-Pad'용 엡스들을 둘러봤다. 그 중 눈에 들어온 'I-Pad'용 엡스 중 하나가 'The Elements : A Visual Exploration'이라는 이름의 책.
* 이 책을 개발한 곳은 TouchPress라는 팀으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The Elements' 화면 중 일부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일까?

'The Elements'는 원소주기율표의 물질들을 의미한다.
TouchPress에서 'Elements'를 주도적인 개발한 사람은 'Theodore Gray' 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그는 프로그래머이면서 동시에 화학자다. Wolfram Research의 초기 멤버로 'Mathematica' 개발에 참여한 그는 취미생활로 화학실험을 진행하며 'Mad Science' 라는 책을 쓰기도 하였고, 동시에 원소주기율표에 해당하는 각 물질들을 수집하여 관련 상품들을 제작 판매하기도 해왔다. 각의 원소에 칸을 만들어 해당 물질을 담을 수 있도록 한 나무 탁자라든가, 대형 포스터, 책, 3D 안경까지. 돈을 벌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취미생활로 인해 누적된 정보를 거꾸로 상품화 한 경우다.

* 이 글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Mad Science'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상당히 재미있는 화학실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위에 링크 걸어두었음) 뜨거운 물에 녹는 금속으로 숟가락을 만든다거나, 평범한 깡통으로 전등을 만든다거나, 바베큐 요리용 그릴에서 유리를 만드는 등. 제목의 MAD가 어찌나 적절한지.

Elements 포스터


그렇게 수집한(수집품 중에는 기증받은 것들도 상당히 많다. 심지어 다이아몬드도 있음) 각 물질을 360도 회전하는 판 위에 올려놓고 촬영하여 만든 것이 I-Pad용으로 개발된 상단의 책이다. 손가락으로 원소들을 움직일 수도 있고, 해당 물질들로부터 만들어진 제품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공대와 이과생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는 'Mathematica' 개발자 답게. TouchPress에는 Stephen Wolfram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Mathematica의 핵심 개발자이며, 15세에 소립자물리학에 관한 논문을 작성하였고, 17세에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 20세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Ph.D를 받은 사람이 바로 Stephen Wolfram이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며 프로그램 개발자이기도 한 울프럼이 'Elements' 개발에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까? 그 답을 검색엔진 WolframAlpha에서 찾아보았다.

...

울프럼은 물리학을 연구하던 당시, 복잡한 계산들을 자동화시켜 프로그램이 대신 처리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해나가기 시작했다. 계산결과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갔으며 그것이 누적되어 Mathematica가 탄생한다.

그는 대수학과 기하학의 경계를 허물 뿐 아니라 '계산'에 대한 정의를 허무는 데 관심을 지닌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계산 가능한 것들을 처리하는 프로그램이 Mathematica라면 'WolframAlpha'는 계산이 가능하다고 여겨지지 않던 정보들을 계산하여 처리하는 검색엔진이다. "2+2"처럼 답이 분명한 질문 뿐 아니라 "Red+Blue", "2005년 3월 1일의 파리 날씨", "Name Jones"와 같은 질문에도 계산결과를 답한다.

WolframAlpha에서 'name Jones'로 검색한 결과


* 위의 검색 결과에서 아쉬운 점 :  'Jones'라는 이름의 인종 분포를 네임과 무관한 인종 분포와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하였다면? 특정 이름이 인종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해석할 수도 있었을텐데...  
확실하게 떨어지는 결과값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2차, 3차 추론이 가능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조금 나아지려나?

모든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독특한 검색-계산 엔진인 것은 분명하다. 이 서비스를 통해 상당히 양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각각의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이 요구되기에, 현재로선 일정 수준의 지적 레벨을 지닌 사람들만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WolframAlpha에 대한 기사들은, '현재' 이 검색엔진이 무엇을 다룰 수 있으며 어떤 것을 도출해내는가에만 초점을 맞추어 '구글'과 비교하는 수준의 글이 대부분이다. 과학에서 현재를 상호 비교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태도 아닐까? 이 서비스가 지닌 잠재적 가치를 이해하려면 최하단의 울프럼의 강연을 직접 보는 것이 좋다.

...

Elements는 각 원소들에 대한 WolframAlpha의 검색결과를 연동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Elements에서는 탄소를 석탄과 흑연, 다이아몬드와 같은 실제 물질의 이미지와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면, WolframAlpha에서는 아래 표와 같은 방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WolframAlpha에서 'carbon'을 검색한 결과


검색 결과 중 이해할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일부분이다. 숯, 흑연, 석탄과 같은 탄소 구성 물질들의 녹는점을 비교한다거나. 우주 구성물이나 바다, 인간의 몸에서 탄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몇 퍼센트인지. 탄소와 관련하여 표나 그래프로 구성가능한 각종 데이터를 이 프로그램은 검색하여 이를 정리해 보여준다. (심지어 대단히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능력까지)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지적 정보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처리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울프럼의 목표이다.

...

'I-Phone'을 살까 'I-Pad'를 살까 고민한 결과가 위의 정보들을 찾아다니게 만들었으니.
하루 동안 Mathematica에 대해 찾아보고, 울프럼이 어떤 사람인지 검색해보고, WolframAlpha 직접 사용해보고, Wired지에 실린 관련 기사 읽고, 시어도어 그레이 홈페이지와 Mad Science 홈페이지 들어가 둘러보고,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영상 찾아보고, 마지막으로 울프럼이 Ted에서 강연한 영상까지 봤지 뭔가. (정말 그 날 하루는 참 대단했다. 가끔 이런다.)

그 날, 저 곳들을 돌아다니며 몇 가지 추가되었으면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이걸 영어로 정리해 메일로 보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는 포기했다. 저들 주변에 뛰어난 전문가들이 많을텐데, 내 아이디어가 소용이 있긴 할까. 심지어 Elements는 직접 사용해본 것도 아니지 않은가.

확실한 것은 'Elements'는 I-Pad 산 기념으로, 이 새로운 장비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책에서 머무르기엔 너무 아까운 기획이라는 점이다. 이 책이 다루는 것은 지구 뿐 아니라,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물질들이다. 그 때문에 바로 이 기본 요소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정보들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심지어 인터렉션까지 가능하니, 정보를 끝 없이 탐색하게 만드는 중심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는 일. 물질들을 이온결합 시킨다거나, 화학결합을 시킨다거나.. 하는 실험을 아이패드에서 진행한다면 가상 화학실험실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온도를 낮추는 환경 변화에서 입자 가속과 같은 현실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실험을 해 볼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이 끝없이 떠오르는데... 이걸 영어로 어떻게 써서 보내지? 끙... 해볼까 말까 해볼까 말까.

...

마지막으로 울프럼의 Ted 강의를 올린다.
참고로 Ted 강의 치고는 상당히 어려운 편. 전반부는 Mathematica가 어떻게 만들어 지게 되었는지, 중반에는 Wolframalpha에 대한 소개를. 후반에 이르면 이 프로그램들이 결국 우리의 우주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모델 작업과 연관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후반부를 이해하려면 현대 물리학에 대한 약간의 상식이 필요함)



* 마지막으로 추가 : TED에는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좋은 강연 자료가 매우 많은데, 그곳에서부터 출발하여 강연자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그의 연구가 정확히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짧은 것은 5분에서 길어야 20분 정도가 고작인 강연만 듣고, '나는 저것을 안다'라고 말하다니. 보는 것이 아는 것은 아닌데. 사람들이 '안다'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하는 듯. 

나는 늘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괴롭거늘.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자각으로 숨이 막히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