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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기록7

00년 0월 0일 - 두 번째 꿈의 기록 아래와 마찬가지로 학부 3학년이던 때 독문과 수업을 들으며 쓴 글이다. 연휴기간 중 학부시절 제출한 보고서 파일 더미를 발견하게 되면서 예전에 쓴 초기의 꿈들을 다시 읽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다시 읽으니 꿈이 너무 꿈 다워서 피식 웃음이 났다. 상당히 뻔한 상황들이고 상징들도 어디서 많이 봄직한 것들로 채워져 있어 당시 꿈에 영향을 끼쳤던 영화나 소설 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것은 꿈의 기록 속에서 당시 겪고 있던 가장 큰 문제들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문제들은 시간이 변하면서 다른 문제들로 치환되었다. 초기 글의 주제가 가족 내 갈등을 다루었다면 독립하고 난 뒤에는 홀로 학비며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경제적 압박이,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인간관계의 .. 2018. 2. 17.
00년 0월 0일 - 꿈에 대한 첫 번째 기록 이 글은 학부 3학년 때 쓴 글로 당시 우리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수업시간에 프로이트가 제대로 다뤄진 것은 아니어서 책은 각자 알아서 읽어오는 식이었다. (심리학과 수업이 아니라 독문과 수업이었다) 수업의 주된 내용은 각자 자신의 꿈을 글로 기록하고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발표하는 일이었다. 이것은 그 때 쓰여진 글로 태어나 처음으로 쓴 첫번째 꿈의 기록이다. ... 지금까지 꿈을 해석하는 동안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R이 내 삼촌이라는 생각을 한 후, 꿈에서 나는 그에게 따뜻한 애정을 느낀다. 이 감정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 이제 새로운 사태를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다. 꿈속의 애정은 잠재적 내용, .. 2018. 2. 16.
2009년 12월 2일의 기록 567번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갈 때마다 버스의 종점인 사당동까지 올 일이 없었던 불과 몇 년 전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과천 서울대공원에 가기 위해 567번 버스를 타고 사당까지 온 다음 그곳에서 다시 4호선 전철을 탔던 기억. 우리는 대체로 망우동과 면목동에서 살았기에 567번 버스의 종점인 사당동에 올 일은 거의 없었다. 7호선 개통을 위한 공사는 더디게 진행되었고, 면목동에서 어린이대공원을 지나 세종대와 화양리를 통과해 한강을 건너는 567번 노선은 인내의 터널을 통과하듯 지루했다. 입학과 함께 이 버스를 거의 매일 타게 되면서 차창 밖 풍경은 모두 외울 정도가 되었다. 이제 버스 안은 모자란 잠을 자는 공간으로 대체되었다. 버스가 노선이 아닌 곳을 달린다. 1년 간 거주한 적이 있는 80년대의 월.. 2018. 2. 15.
5개의 오이와 오피스텔 11층 오이를 사러 나가던 길에 생각을 바꿔 나는 사람을 죽이기로 결정했다. 가을이 왔는가 싶더니 다시 더위가 찾아온 9월 초. 잠을 엉망으로 잔 탓에 온 몸이 개운하지 못하고 머리까지 무거운 하루였다. 침대에 누워 손가락으로 머리카락들 사이를 헤짚어가며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머리에 난 구멍을 찾았다. 신경이 날카로워질 때마다 머리카락을 하나씩 뽑아댄 탓에 어느 사이엔가 구멍은 500원 동전 만한 크기로 커져 있었다. 그 구멍을 향해 눈을 가져가면 소리를 빨아들이는 암흑이 보였다. 머리카락으로 가려 보이지 않게 하기도 어렵게 되었다며 거울을 볼 때마다 은근한 근심을 내쉬어 본다. 이제는 그냥 두어도 새로운 머리카락이 이 곳에서 자라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어이 손가락은 이제는 거뭇해져버리기까지 .. 2017. 9. 23.
20040614-꿈의 기록 이제는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이 제목은 릴케의 산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거기에서 출발해 얼마 전 꾸었던 꿈에 대하여 기록해 본다. 01-a 서울 근교, 심리적 거리로는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교도소로 면회를 가는 길이다. 종종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 찾아가는 꿈을 꾸곤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름과 달리 지하철은 지상 위를 달린다. 좁고 가느다란 레일을 느리게 달리는 지하철이 조금 흔들린다. 앞으로 한번만 더 갈아타면 되는데 무심한 얼굴들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3호선과 2호선의 오렌지색과 녹색이 수평으로 뻗어 있다. 잘못 선택된 길임을 깨닫고 급히 내려,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지하철을 탄다. 다시 내린다. 이제는 택시를 타야 한다. 너무 지체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택시를 .. 2017. 9. 9.
20031023-꿈의 기록 용산 전자상가에 가는 방법은 이미 여러 경로를 알고 있었다. 1호선 용산역에서 내려 역사 내부와 전자상가를 이어주는 공중다리를 따라가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4호선 신용산역을 이용한 다음 이곳에서 선인상가까지 연결된 지하통로를 지나는 방법도 있다. 망우동을 떠나온 이후, 한강 이남의 여러 곳을 일년 주기로 이사하며 일 년에 몇 번씩 컴퓨터 부품이나 소모품들을 사기 위해 용산을 방문하곤 했다. 망우동에서 살 때에는 1호선을 이용해 용산 전자상가를 방문하곤 했는데 자취를 시작한 이후로는 줄곧 4호선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제법 큰 돈을 들여 컴퓨터를 조립한 이후 직접 부품을 구매하는 일도 뜸해졌고, 소모품들은 인터넷으로 구매하거나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일이 잦아졌다.. 2017. 9. 1.
20080101-꿈의 기록 독립되어 있던 건물이 난개발을 반복하며 증축을 거듭한 끝에 건물과 건물은 모두 연결되었고, 마침내 도시는 하나의 구조물을 형성하게 되었다. 더 이상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해졌으며, 모든 길은 건물 안에서만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어두운 밤이 24시간 계속되었고 골목은 길지 않아 좁은 계단과 육교로 인해 직선의 움직임이 방해되고 있었다. 오르고 또 내려서는 작은 계단들의 진행을 몇 번 반복하고 난 뒤 그를 만났다. 이제는 40대 후반으로 보일 만큼 나이든 그는 몇 년 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확연히 작아진 몸으로 자신이 이제 곧 노인이 될 것임을 말하고 있었다. 움츠러든 몸과 구부정한 자세는 그의 얼굴과 코 밑으로 난 수염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였는데, 눈의 표정은 마지막 기억과 마찬가지로 아이같.. 2017.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