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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Point vs. Prezi

by 늙은소 2011. 2. 27.

파워포인트와 Prezi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기 위해 직접 이를 사용해보았습니다. (아래 두 개의 파일 참고)




동영상 중 상단의 화면은 MS의 파워포인트에서 지원되는 기능만으로 구성한 슬라이드쇼이며,
하단은 Presentation tool인 Prezi를 사용해 제작한 것입니다.

두 가지 프로그램을 비교한다는 게 사실 공정한 일은 아닙니다.
 
설치형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는 그 무게와 지원되는 기능, 자유도가 어마어마한 편인데 비해,
prezi는 플래쉬를 기반으로 하며 서비스에 접속한 상태에서 텍스트와 몇 가지 도형만을 활용해 화면을 구성하게 만든. 매우 작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기가 작은 만큼 Prezi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특정한 영역에서 prezi가 상당히 우수한 점을 발휘하고 있어, 그 점을 한 번 소개해보고 싶었습니다.


두 프로그램의 차이를 아래 그림으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파워포인트와 Prezi가 어떻게 다른가.

쉽게 말해 파워포인트는 '슬라이드'라는 개념(영화 필름의 '컷', 만화의 '칸'과 유사)으로 이루어진 선형적 방식의 정보 전달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다른 종이가 나오고, 그 종이 위에 쓰여져 있는 글자를 읽는 것처럼. 파워포인트는 동일한 크기의 화면을 다음 화면으로 넘기면서 진행됩니다. 여기에 '사용자 지정 애니메이션(객체)'과 '슬라이드 효과(슬라이드 전체)'를 사용하게 되면 종이에 쓰여진 글자가 움직이거나, 그림이 이동하는 등의 모션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모션을 삽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슬라이드는 좌측 상단 그림처럼 '시간성'을 지닌 상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상자 안에서 어떤 물건이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물건은 사라지기도 하는거죠. 파워포인트는 그런 상자들이 연결된 형태입니다.


반면 prezi는 하나의 거대한 판만 존재합니다. 이 판을 회전시키거나 위,아래,좌,우로 움직이거나 줌인-줌아웃을 자유롭게 진행하며 필요한 부분을 화면으로 지정해 원하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보통은 Prezi를 파워포인트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슬라이드 한 장씩 만드는 형태로), Prezi으이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정보간 Depth를 지정하고, 트리구조로 내용을 구성해 전체 화면을 채운 다음 어느 부분을 슬라이드로 지정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파워포인트가 책이라면, Prezi는 거대한 벽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갖 크기의 글자와 그림들로 가득 찬 벽화를 하나 만든 다음, 필요에 따라 여기저기 가리키며 설명을 할 수 있는 형태인 셈입니다.


파워포인트는 시간성을 부여하기 좋고, 화면과 화면 사이의 변화, 오브젝트간 변화를 통해 사물을 비교하기에 유용한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분과 전체를 파악하게 만드는 능력이 취약합니다. 이것은 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백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경우,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목차나, 단원별 요약정리와 같은 수단이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거죠. 

반대로 prezi의 경우, 거시적 시선과 미시적 시선을 오가며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prezi는 하나의 판 안에서 정보를 찾아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화면 중간에 새로운 것이 등장하거나 사라지거나, 인과관계를 객체의 독립된 움직임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종이가 널리 사용되기 이전 시대에, 정보는 prezi처럼 하나의 판에 최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담고, 그 정보가 여러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런데 책이 널리 사용되면서 하나의 책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정보의 전체 구조는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주제1'과 '주제 1-2-1'은 그 종속관계가 분명함에도 책 안에서는 그 관계를 명확히 보여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 책을 지금처럼 페이지를 넘기는 방식의 전자책으로 발전시키는 것과 동시에, Prezi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줌인-줌아웃으로 정보를 구성하게 한다면 어떨까요?

'우주'에 대한 책을 보다가 줌인을 하면 '태양계'에 대한 페이지가 나오고, 여기서 '지구'를 줌인하면 특정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에 대한 내용을 읽을 수 있고, 다시 여기서 줌인하면 암석이, 특정 암석을 줌인하면 분자배열 구조가, 여기서 줌인하면 '원자에 대한 페이지'..  다시 '소립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지가 나오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책 같은거죠. 물리학이나 화학 뿐 아니라 법학도 이런 식으로 책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형법총론'에서 줌인을 하여 '공범론'을 들어가 읽고, '공범론'에서 다시 줌인을 하여 '교사범'에 대한 법 해석을 읽어 들어가는 책.

그런 생각을 해 본 주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