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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30317-힘들었던 이사

by 늙은소 2023. 3. 17.

1. 

꽤 힘들게 이사를 했고 여러 일이 있었다. 

아파트 입주일과 세입자가 원하는 이사일에 차이가 있었고, 무엇보다 살던 집을 수리를 해야 세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 도배와 바닥공사까지 하게 되면서 3~5일 정도 시간차가 발생하게 되었다. 집을 비워줘야 하는 날짜와 내가 살 집에 들어가는 날짜 사이에 5일이 비게 된 것. 

직장인이라면 보관이사를 하고 몇 일 잠잘 곳만 찾으면 그만일텐데 내 경우는 집이 회사이기도 한 상황이라 회사 업무까지 중단된다는 게 문제였다.

일이 많지 않다면 5일 정도는 커버가 가능하리라 생각해 어떻게든 2월 중으로 이사를 하려 했었다.(해마다 3~5월에 큰 프로젝트를 들어가기 때문에 일년 중 가장 바쁠 때가 그 무렵이다) 

그러다보니 이사 날짜를 입주기간 중 첫날로 잡게 되었는데.... 이게 또 문제인 것이 입주청소니 줄눈이니 하는 작업이 불가하다지 뭔가.(내가 입주날짜를 첫날로 잡은 게 문제였다ㅜㅜ) 그 뿐 아니라 입주일이 미뤄질 지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 되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설상가상 가장 한가할 거라 예상한 2월에 예기치 못한 큰 프로젝트가 하나 더 들어오면서 모든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가지고 부모님댁에 가서 일을 하자니 부모님 댁에는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게 문제고, 인터넷 연결이 안 된 상태로도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작동을 할지(프로그램들이 다 구독형이라) 그것도 걱정이고, 노트북같은 것으로 처리할 수 없는 업무다보니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2개를 옮겨야 하는데 이런 것만 따로 옮겨주는 서비스는 뭐가 있는지도 알아봐야 하고, 입주하기로 한 날 이전에 돈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관련 서류까지 준비를 해놓고, 이사를 하면서 컴퓨터도 따로 새 집으로 옮겨야 하고 그 날 인터넷도 옮겨서 업무에 최대한 빈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입주청소도 못하고 들어가는 상황이라 집은 먼지투성이일 게 아닌가.

결국 보통이라면 한 번으로 끝날 이사를 나는 4번으로 쪼개서 하게 된 것이다.

  • 집 비우는 날 (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 짐은 보관이사로 처리 / 컴퓨터와 모니터와 관련 장비는 따로 임시거처로 옮김) 
  • 집 들어가는 날(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 짐 새 집으로 옮김 / 컴퓨터와 모니터, 관련 장비 임시거처에서 새집으로 옮김)

저렇게 두개로 나눠진 짐을 5일 차를 두고 빼고 넣고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살던 곳은 모든 가전제품이 빌트인이라 새로 이사를 하면서 모두 다 사야 하는데 입주일정이 변경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가전제품과 가구들을 이사 당일이 아닌 일주일 정도 뒤로 미뤄서 예약해놓은 상태여서 새 집에 가도 냉장고나 세탁기, TV, 청소기 등이 없는 상태일 거라는 것도 문제였다.

거기다 중도금을 입주 전에 상환해야 하는 줄 모르고 있다가 그걸 너무 늦게 알게 되면서 예정에 없던 잔금대출을 급히 받게 되었고, 거기에도 일주일 정도 차이가 발생해서 급히 돈을 구해서 돌려서 해결을 하느라 멘탈이 완전히 박살이 났었다.

 

세입자가 예정에 없던 수리와 교체를 요구해오고, 들어가 살 집도 이것저것 신경써야 하는데 회사 일도 예정에 없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돈 문제도 내가 확인해야 하는 것을 하나 빠트리는 바람에 급히 돈을 빌려서 메꾸는 등 정신 없는 한 달을 보냈다.

방 4개 중에 가장 작은 방을 대충 닦아서 매트리스만 놓고 거기서 잠만 자고 다른 방 하나를 작업실로 지정해 거기서 일을 하며 조금씩 틈날 때마다 집을 치웠고, 가전제품과 가구들을 하나씩 사들이면서 천천히 집을 정리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주문한 쇼파는 제작에 4주가 걸린다던데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고, 침대는 뭘 사야할지 결정을 못해서 아직 구매도 안한 상태라 안방을 비워놓고 있는 중이다.

어찌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몸을 혹사했는지 이사를 하고 일주일이 되었을 때 안면마비가 찾아왔다.

 

2.

처음에는 입주청소를 하지 못하고 먼지더미인 집에서 먹고 자며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자고나면 목이 너무 아프고 따가웠는데 하루 이틀 지날수록 점점 심해졌다. 그러다가 눈이 떨리는 증상이 추가되면서 이것도 점점 심각해져서 하루종일 눈물이 나는 상태가 되었다. 이사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땐 한쪽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러서 시야에 장애가 찾아왔고, 여기에 더해서 코가 맵고 귀도 아파지기 시작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이게 말로만 듣던 새집증후군인가보다 입주청소를 하지 못한 게 역시 문제였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그 날 새벽,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물을 마시려는데 입이 마비가 된 것이다.

물이 입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 밖으로 새지 뭔가.

뭐지 싶어 검색을 해보았는데 모든 게 안면마비 증상이었다.

 

한 쪽 눈이 감기지 않았고, 입에 바람을 넣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는데 너무 정신없이 살아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서야 내 몸이 어느 정도로 좋지 않은지 알게 된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얼굴 반쪽을 거울로 보고 있자니 걱정보다는 허탈하다고 해야 하나. 새 집이라고 좋아할 겨를도 없이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부모님 보시면 난리날 듯 한데 이걸 어찌하면 좋나 싶고... 일단 급한대로 빨대를 찾아 물을 마시고 반창고로 안 감기는 눈을 붙여서 강제로 눈을 감겨놓아 각막을 보호하고, 한 쪽 눈만 뜬 상태로 계속 일을 한 다음, 날이 밝자 병원을 찾아갔다.

완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약을 처방받아 먹기 시작한 지 2주가 되었고, 다행히 현재 95% 정도는 회복이 되어 눈도 감기고 입도 움직이는 상태다.

 

안면마비라고 하면 보통 한쪽 입이 쳐지고 얼굴이 비대칭인 것만 생각하는데, 실제 겪어보니 보이는 모습의 차이만 있는게 아니라 여러 불편함이 있었다. 한쪽 눈에 감기지 않기 때문에 세수할 때 비눗물이나 세안하는 물이 자꾸만 눈으로 들어가다보니 왼손으로 안 감기는 눈을 가리고 씻게 된다. 증상이 심각했을 땐 안대를 사서 오른쪽 눈을 가리고 생활했는데 안대가 밀착이 되지 않아서 한쪽눈만 쓰려해도 쉽지 않았고 마비가 안 된 눈도 시력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입도 마비 상태라 양치하다가 입을 헹구는 게 어려워 내 의지와 다르게 물이 입에서 뿜어져 나온다거나 말할 때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었고, 음식을 씹고 삼키는 등의 행위에도 꽤 어려움이 있었다. 심지어는 미각에도 문제가 생겨 음식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우유가 시큼하다고 느껴져 상한 줄 알고 버렸는데 마비가 되어서 맛을 다르게 느꼈던 거였지 뭔가. 참 나..

 

아직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회복이 되어서 다행이긴한데.... 이사가 이리 힘들어서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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