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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

옥상의 클라라 닉네임으로 서로를 구분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초등학교 교실이 몇 명의 학생을 수용하였는가를 밝힘으로써 서로의 나이를 짐작하기도 한다. ‘네? 한 반에 학생이 60명이 넘었다고요? 그게 가능해요?’ 내가 겪은 교실은 57명이었고,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까지였다. 학교를 어떤 형태의 놀이터로 삼아야 할지 방향을 찾지 못한 1학년 아이들은 동네 골목에서 하던 놀이를 교실에서 재현하다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였고,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동네 아이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당시 내 골목 친구는 전파상집 큰 딸 영선이었다. 우리는 그 골목에 단 둘뿐인 동갑내기 여자아이들이었고, 2년 전 이 곳으로 이사온 바로 다음날부터 친구로 지냈다. 두 .. 2017. 5. 29.
사람 죽이는 타일 머리는 하루에 한 번을 감고, 샤워는 하루에 두 번을 한다. 일어나서 한 번. 퇴근 후 집에 와서 한 번.4년 전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퇴근하자마자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챙겨 욕실로 들어간 다음 옷과 타월을 욕실 안 옷걸이에 걸어놓고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가 물을 틀었다. 찬 물이 몸에 바로 닿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물을 틀기 전 샤워기 헤드가 옆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샤워기에서 나온 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따듯한 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샤워를 시작했다. 어쩌다 넘어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넘어지던 순간이 스냅사진처럼 몇 장의 이미지로 기억될 뿐이었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 있어야 할 연속.. 2017.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