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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형적 사유101

아이돌, 혹은 정치인 팬덤에 관하여 문화와 예술, 스포츠가 자본주의와 결합한 지 이미 오래되었고 대중화 역시 그 뿌리가 깊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팬'이라는 용어는 확장을 거듭한 끝에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게 되었다. 팬, 빠, 까, 까빠, 덕, 안티, 어그로, 팬코 등 팬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이 언어들로 팬덤은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비단 스포츠나 아이돌 뿐 아니라 정치계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노사모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선거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정치는 팬덤 대결의 양상이 두드러졌고 그렇게 한국 정치는 '저 정당만 아니면 된다'는 대결형 선거를 치루며 20년을 지나왔다. 그 때문에 팬이란 무엇이며 팬덤은 어떤 지형도를 이루고 있는지, 팬덤 내부를 분석하고 각 유형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2018. 6. 10.
어느 광고에 대한 삐딱한 시선 광고를 비판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아니 분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동종 업계 종사자들을 위해 조언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혹은 직접 돈을 낸 광고주가 아니라면 광고를 비판해서 뭘 하겠는가.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물건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일 뿐이다.광고는 철저하게 돈과 연결되어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광고는 만들어지고 더 많은 이익을 위해 광고비는 집행된다. 돈 앞에서 광고 감독의 예술혼이나 광고 회사의 자존심 같은 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한창 온에어 중인 광고들을 읽어내는 건 흥미롭다. 처절할 정도로 돈과 연결되어 있는 이 순수한 세계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세상을 명확하게 비추는 거울이 된다. 돈밖에 모르는 저 사람들이 소비.. 2018. 6. 8.
드라마에서 다뤄지는 여성 상류층 캐릭터에 대한 변화 01 드라마 작가로 명성이 높은 김수현 작가는 수십년간의 작품활동을 통해 유사성이 있는 그녀만의 여성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이화영(김희애)이 치정의 중심인물로 여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웠다면 [사랑과 야망]에서 김미자(한고은)는 좌절된 욕망으로 괴로워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이 캐릭터는 다시 [엄마가 뿔났다]와 같은 가족극에서 잘났지만 재수 없는 맏딸로 소환된다. 유사한 캐릭터가 각기 다른 장르를 통해 변주를 시도한 셈이다. 똑부러지는 게 지나쳐 엄마를 가르치려 드는 딸의 이미지는 자신의 욕망을 과감히 드러내는 팜므파탈의 캐릭터와 혼용되었는데 흥미로운 건 이 여성들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정보가 그녀의 연인이 아니라 부모에게 있다는 점이다. 김.. 2018. 3. 9.
장르를 소비하는 방법 01. 세상에는 자기만의 신파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 달리 말하면 약점. 조금만 건드리면 툭 하고 와락 울어버리는 지점을 몸 어딘가에 각인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 아무리 잘 만든 영화여도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에는 시큰둥한데 작정하고 울리려 만든 삼류 가족극에 펑펑 울게 되는 그런 단추가 내 몸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 어떤 사람은 동물농장 속 버려진 강아지가 스위치가 되고, 어떤 사람은 엇갈린 채 헤어진 첫사랑이 스위치가 되기도 한다. 신파의 단추가 제각각인 것처럼, 신파를 만났을 때의 대처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부정하거나 항복하거나. 보이고 싶지 않은 약점을 들켰다며 발끈해 성을 내기 보다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다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퉁퉁 부을 정도로 눈물을 쏟아낼 줄 아는 사람이 편하다. .. 2017. 9. 9.
시대극과 결합한 에로티시즘 01. 벗는 것은 누구인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작가:김은숙)’에서 남자 주인공인 송중기가 상의를 벗고 나온 것은 1회였다. 마찬가지로 김수현을 톱스타로 자리잡게 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작가:박지은)’에서도 김수현의 샤워 장면은 1회에 등장했다. 이것은 드라마 시작 첫 회에 여성 시청자를 사로 잡고야 말겠다는 제작사의 전략이다. (그것이 효과적인 전략인가에는 의문이 있지만 말이다) 남자 배우의 벗은 모습이 남성 시청자에게 어필할 것 같지는 않으니, 이 드라마의 공략 대상이 여성인 것은 분명하다. (남자 배우의 상의 탈의를 여성 시청자들이 정말로 보고 싶어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로 하자) 이 역사는 결코 짧지 않아 거슬러 올라가면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가 그랬으며, ‘별은 .. 2017. 4. 23.
드라마 역적 : 신분 상승의 꿈 MBC 사극 [역적]은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한 드라마로, 후에 '홍길동'이라는 인물의 모티브가 된 노비 출신 '길동'이 주인공인 드라마다. 지금까지는 주인공인 길동 보다 그의 아버지 '아모개'와 그의 형 '길현'에게 더 눈길이 간다. 아모개는 참봉댁 씨종으로 태어나 평생 종으로 살 운명이었으며, 자신의 자녀들까지 모두 종으로 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았던 아모개는 둘째 아들의 예사롭지 않은 자질을 알아보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종으로 살아온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든 벗어나야 함을 깨닫는다. 우여곡절 끝에 면천을 하게 된 아모개는 수완을 발휘해 재산을 모으고, 지역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살아가는 삶에까지 이른다. 애초에 아모개는 노비의 삶을 벗어나고자 한 사람이 아니.. 2017. 3. 13.
거리 위의 상자들 01. 거리 곳곳에 상자들이 놓여 있다. 비상시 사용할 물품을 보관하는 소형 창고라든가 관련 종사자가 아니라면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시설물들이. 어떤 상자가 어떤 시설물을 보호하는 것인지 이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 그나마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상자는 제설용 염화칼슘과 폭우가 내렸을 때 빗물이 지하도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모래 주머니 보관함 정도. 이런 상자들은 다른 시설에 비해 크기가 작고 문을 여는 것도 비교적 쉬운 편이며, 내용물이 무엇인지 일반인도 알아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공무원이나 경찰이 아니라 하더라도 필요하다면 일반 시민들이 그 안의 물품을 사용해 긴급 활동을 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닐까 해석하게 할 만큼 상자의 정체성은 분명하였고, 보안은 허술했다. 거리에는 높.. 2012. 3. 30.
Prime Number 1과 그 수 자신을 제외한, 다른 자연수로는 나뉘어지지 않는 수를 소수(素數, Prime Number)라 한다. 복잡해 보이는 계산을 단순한 형태로 바꾸는 과정에서 소수는 유용하게 사용되곤 한다. 정수의 집합에 있는 모든 수는 소인수분해가 가능하고(음수는 마이너스를 (-1)로 처리하여 나머지 수를 양수로 전환한다) 그 결과 각각의 수는 자신이 어떤 소수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쓰임새가 많다는 점에서, Prime Number의 'Prime'이 단지 한 가지 의미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이렇게나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소수가 수학적인 방식으로는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종종 신문 과학면이나 별 생각없이 읽었던 책에서 이런.. 2012. 3. 17.
'얼음과 불의 노래'로 시작된 생각의 꼬리 * 참고 : 글을 쓰게 된 계기인 [얼음과 불의 노래]를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게시판에서 드라마 관련 영상를 접한 후 호기심이 들어 정보를 찾아보고 여러 생각이 나서 글을 쓴 것이니, 이 내용만으로 원작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HBO에서 George R.R. Martin의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 중 제 1부 ' 왕좌의 게임(A Game of Thrones)'을 드라마화. 현재 시즌 1을 방영하고 있다. 판타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여서, 드라마 트레일러를 보며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거나 대체역사물 정도로 착각했다. 이후 판타지 장르에서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내가 왜 이걸 영국 시대극이.. 2011.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