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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장르물의 완성도를 향한 과정에 선 영화

by 늙은소 2008. 8. 16.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감독 곽경택,안권태

출연 한석규,차승원

개봉 2008.07.30 한국, 101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막강한 검거율을 자랑하는 강남경찰서의 백성찬 반장(한석규)은 자신의 직업에 염증을 느끼고 사직서를 제출한다. 같은 시간 백성찬 반장을 사칭한 범죄자들이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다시 현장에 복귀한 백반장은 이들의 범행수법을 간파한 후 한 명 한 명의 신원을 밝혀내며 놀라운 수사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안현민(차승원) 일당은 백반장의 추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2의 범죄계획을 세우는데, 바로 처음 털었던 현금수송차량의 소유주인 김현태(송영창)가 밀수 중이던 금괴 600kg을 가로채는 것이다. 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싸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간격이 좁혀지고, 결국 두 사람은 마지막 승부를 겨루기 위해 마주 서게 된다.



곽경택 감독과 안권태 감독이 공동으로 제작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눈눈이이)는 범죄자와 경찰이라는 두 축이 긴장감을 놓지 않으며 절정을 향해 치닫는 영화로 홍보되고 있다. 그러나 [눈눈이이]는 두 개의 축이 상호 대립하는 영화가 아니라, 3개의 축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어 오히려 더 흥미로울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악당 안현민은 의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인물이며 그의 범죄에는 ‘복수’라는 정당성이 성립되어 있다. 반면 이 사건의 희생자인 김현태의 경우 철저한 악인으로 안현민을 비롯한 모두에게 원한을 사고 있다. 한편 안현민의 뒤를 추격하는 백반장은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폭력이나 편법도 사용할 수 있는 다면적인 인물에 해당한다. 악당이어야 할 범인은 선량하고, 피해자는 악한인 상황. 백반장은 과거 증거 불충분으로 놓아줘야 했던 김현태가 보호되어야 할 피해자로 뒤바뀐 현실에서 점차 안현민에게 동조하기 시작한다.

[눈눈이이]의 세 인물은 가위바위보의 구조처럼 3각 관계를 이루고 있다. 가위를 내자니 상대가 바위를 낼지 몰라 걱정스럽고, 그렇다고 보자기를 냈다가 가위를 만나면 어찌하나 두려운 상황. 백반장을 피해 도망치자니 복수를 못하는 것이 아쉬운 게 안현민이라면, 안현민을 잡는 것이 악당인 김현태를 도와주는 것이 되어 맘이 편치 않은 게 백반장의 입장이 된다. 안현민은 백반장으로부터 도망치는 것과 김현태에게 복수하는 것을 놓고 갈등하며, 백반장은 김현태와 안현민 중 누가 더 중대한 범죄자인가를 놓고 갈등한다. 세 사람은 각자 양쪽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에 대비하는 한편, 두 개의 목표를 이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안현민은 빼앗은 돈으로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것과 김현태를 죽여 복수를 완성하는 두 개의 목표를 이루려 하고, 백반장은 안현민과 김현태 두 사람 모두를 잡아들이고 싶어 한다. 또한 김현태는 잃은 돈을 찾고 안현민 일당을 스스로의 손으로 처단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결국 안현민과 백반장은 두 가지 모두 이룰 수 없음을 체념하며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나아간다. 오직 김현태만이 마지막 순간까지 두 개의 목표 중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이런 과욕은 정당한 대가를 치른다.



[
눈눈이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제목에서처럼 사회에서 규정한 정의보다 정당한 복수가 우선임을 내세운다. 영화는 안현민의 캐릭터가 정당성을 확보하고 관객의 동조를 얻을 수 있도록 공을 들이는데, 그러다보니 3개의 축이 서로를 견제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약점을 드러내게 되었다. 안현민의 범죄행위를 정당한 동기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리기 위해 김현태가 필요이상 악해져야 했고, 이들의 복수전에 끌려 들어온 백반장의 캐릭터는 입체화될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 결과 클라이막스에서 보인 김현태의 행위와 백반장의 선택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눈눈이이]는 이와 유사한 장르영화들의 여러 장점을 제법 잘 가려내어 버무렸다고 할 수 있다. 액션 장면의 속도감과 범죄행위의 적당한 난이도, 웃음을 유발하는 안토니오의 적절한 끼어듦 등. 향후 등장할 범죄 스릴러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줄 만큼 [눈눈이이]는 참고할 만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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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너무 올라오지 않는다는 몇 분의 지적(혹은 걱정)에 따라.. 급히씁니다.
사실은 너무너무 바빠서 글을 도저히 쓸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의 부족 보다는 정신의 여유로움이 증발된 상태. 책을 잃지도 못하고, 생각을 정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보니글 역시 쓸 수 없네요.
오늘 미뤄두었던 칼럼과 영화 글을 몰아서 쓰기로 작정.

[눈눈이이]는 여러 면에서 참 많이 아쉬운데, 그럼에도 영화 자체는오락성이 충분합니다. 속도감도 있고, 설득력이 부족함에도 인물의 색이 분명해 보기 편합니다. 글에서 쓴 것처럼 3각을 이룬 구도가 좀더 치밀하게 그려졌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곽경택 감독 특유의 느릿한 리듬이 아니어서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