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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The Fall : 또 하나의 엘렉트라

by 늙은소 2010. 1. 23.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


감독 : 타셈 싱
출연 : 리 페이스, 카틴카 언타루, 저스틴 와델, 킴 울렌브로크


* 첨부된 이미지는 영화 리뷰를 위해 사용했으며, 제작사에 권리가 있습니다.


1920년대, LA. 인도에서 이민을 온 알렉산드라(카틴카 언타루)는, 그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성난 이웃들의 방화로 집과 아버지를 잃는다. 오렌지 농장에서 일하게 된 알렉산드리아는 나무에서 떨어져 왼쪽 팔이 부러지고, 소아병동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무성영화 촬영 중 다리가 부러진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를 만난다. 실연의 고통과 스턴트맨의 삶이 끝났다는 절망에 사로잡힌 로이는, 그녀에게 다섯 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 폴]은 추락에 대한 이야기다. 사다리에서 떨어진 어린 소녀는, 영화 촬영을 핑계 삼아 투신자살하려던 로이를 만나고, 그에게 모르핀을 다져다주려다 약장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친다. 로이의 이야기에서도 추락은 계속된다. '오디어스'에게 납치된 인도인의 아내는 탑에서 투신자살하고,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한 마스크 밴디트(로이-리 페이스)의 형은 돔형 지붕에 매달려 죽는다. - 마스크 밴디트 형제가 헤어질 때에도 형은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든다 - 로이는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 다섯 전사를 차례로 죽게 하는데, 찰스 다윈은 총에 맞은 후 죽음의 계단에서 떨어지고, 인도인은 성벽을 오르다 밧줄을 잘라 죽음에 이른다.


또한 [더 폴]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거대한 제국을 지배하고 있는 악당 '오디어스'는 마스크 밴디트의 아버지와 형을 죽였고, 폭파 전문가 루이지는 이웃과 친구는 물론이며, 교회의 신부(Father)조차 만나지 못하게 만든다. 오디어스의 노예였던 오타 벵가는 고된 노역으로 자신의 형제가 사망하자 복수를 결심하고 농장에 불을 지른다. 각각의 인물들은 '오디어스'에게 연인이었던 여성과(찰스 다윈의 경우는 '나비'가 여성을 상징함), 남성성(아버지 또는 형제)을 상실한 후 복수를 결심한다. 이것은 로이의 현재를 반영한다. 유명 배우에게 연인을 빼앗긴 그는 다리가 부러지며 하반신이 마비되었음을 확인한 후 또 다시 자살을 계획하는 중이다. 그의 이야기가 잔혹한 것은 당연하다. 오디어스의 군대는 병원 X-레이 기사의 복장에서 변형된 것으로, '로이'의 내면이 반영되어 있다. (X-레이가 몸의 내부를 찍듯) 로이의 이야기에서 '오디어스'는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며 모험담은 점차 뒤틀린다. 알렉산드리아는 아버지에 대한 강한 애착을 '로이'에게 투영한다. 그녀는 어머니처럼 따르던 간호사 이블린이 병원 의사와 내연 관계인 것을 목격한 후 그녀를 적대시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그녀는 이블린이 자신에게서 로이를 빼앗아갈 수 있음을 의식한다) 영화 곳곳에서, 로이에 대한 알렉산드리아의 애정은 성적 상징들로 표현된다. 이블린의 붉은 색 립스틱으로 자신의 배꼽 주변에 나비를 그린다거나, 잠 든 로이의 입술을 만지는 등. 하지만 그녀는 자살에 실패한 로이로부터 거부당하고 이블린과 의사의 내연장면을 목격한 후, 약장에 기어 올라가 떨어지고 만다. 여기서 사고와 자살이 중첩된다. 다리에서 떨어진 로이처럼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연인)와 이블린(어머니)을 상실한 다음, 추락한다.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중 상당수가, 이 아이들에게 여성 롤 모델을 제시하는데 실패한다. 남자 아이가 주인공인 판타지는 대체로 극복할 대상과 계승할 대상 두 가지 형태의 아버지를 상징적으로 제시하고, 이로부터 주인공을 성장시킨다. 그러나 여자 아이들은 어머니를 거부하고 아버지를 따르는 형태를 반복한다. 요부(혹은 마녀)로부터 아버지를 지키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이 여자아이들은 엘렉트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계를 보인다. 이것은 성장이기보다 성적 욕망의 충족에 가깝다. [더 폴]에서 로이는 결국 알렉산드리아의 바람대로 이야기를 해피앤딩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이 결말은 철저히 알렉산드리아의 욕망에 충실하다. 이블린을 차지할 수 있음에도 마스크 밴티드(로이)는 그녀를 내버려둔 채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떠난다. 로이를 독차지하는 것. 로이의 욕망은 알렉산드리아에게 흡수되어 증발한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스턴트 장면을 보며 로이는 '겨우 저게 다냐'며 어이없어한다. 그는 결국 스턴트맨이었을 뿐.

마지막에 이르러 알렉산드리아는 병원에서 퇴원한 후 로이를 떠올린다. 로이는 스턴트 연기를 계속하게 되었지만, 알렉산드리아에게 그는 성장의 한 과정일 뿐이다. 영화는 과거의 무성영화 장면을 반복해 보여준다. 마치 무성영화를 향수하듯. 그러나 알렉산드리아의 독백은 왠지 씁슬하다. 그녀에게 로이는 아버지의 대리물, 또 다른 의미의 스턴트맨에 지나지 않았던 건 아닌지?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

...

이 영화에 대한 글의 대부분은 영상미에 대한 감탄이 주를 이룬다. 28개국을 4년 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는데 영상이 매우 훌륭하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실제 존재하는 지형지물을 그대로 담았으며, 인도 출신의 감독 답게 독특한 컬러 배색도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다들 이미 많이 한 이야기를 굳이 반복하는 것은 불필요할 듯 하여, 영상에 대하여 글을 남기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