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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엑스맨의 탄생-울버린 : 누가 그의 아버지인가?

by 늙은소 2010. 2. 13.



X-Men Origins : Wolverine, 2009

감독 : 개빈 후드, 리브 쉐레이버, 데니 허스튼, 린 콜린스
훌연 : 휴 잭맨,  
상영시간 : 107분



* 첨부된 이미지는 영화 리뷰를 위한 것으로, 권리는 제작사측에 있습니다.

엑스맨 시리즌 SF/액션 장르이기도 하나, 뮤턴트라고 불리는 소수의 돌연변이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보고서이기도 한 작품이다. 돌연변이로서의 징후가 시작되는 시점이 청소년기인 탓에 사회 뿐 아니라 가족으로부터도 외면당한 이들의 상처는 외적으로는 신체의 변이를 불러오고 내적으로는 황폐한 영혼을 키우게 한다. 청소년기에 막 접어들어 정체성조차 분명하지 않은 아이들은, 자비에 교수의 기숙학교에 자신을 보내기로 결정하며 안도하는 부모의 표정을 확인하며 관계의 단절을 확인하게 된다.

가족의 해체는 자비에 교수가 이들을 방문하기 전. 아이가 뮤턴트로 태어난 바로 그 순간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엑스맨]시리즈에서 매번 가족주의는 해체되며, 새로운 가족의 형성은 유보된다. 대신 남겨지는 것은 스승과 제자로 이어지는 각기 다른 연령층으로 구성된 공동체와, 그리 썩 친하지 않더라도 결국 함께 생활해야만 하는 기숙사 동료와 같은 또래 집단뿐이다.
 



[엑스맨 1]에서는 로그가 공포에 질린 가족들과(더불어 남자친구와) 이별하였고, [엑스맨 2]에서는 파이로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가족을 떠떠왔다. [엑스맨 3]의 시작에서도 이러한 장면은 반복되는데, 자비에 교수가 진 그레이의 부모를 인터뷰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시리즈의 시작인 1편 오프닝이 메그니토(이안 멕켈런)가 나치에 의해 강제로 부모와 헤어지는 장면으로 채워진 것을 감안한다면, 이 시리즈가 얼마나 가족의 해체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엑스맨들에게만 해당하지 않아, 스트라이커 대령은 뮤턴트로 밝혀진 아들을 실험대상으로 취급하며, 3편에서 제약회사 대표인 워렌 워싱턴은 큐어 접종 1순위 대상자에 자신의 아들을 등록한다.

엑스맨 시리즈를 시작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동성애자로, 그 때문인지 엑스맨은 성정체성을 처음 깨닫게 된 아이의 두려움과, 커밍아웃 이후 겪게 된 가족과 주변인들의 달라진 시선을 엑스맨의 이름 뒤에 펼쳐놓는다. 갑자기 자신을 괴물처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이라는 주된 테마는 [엑스맨 탄생-울버린]에서도 계속된다.

...

엑스맨의 탄생: 울버린의 시작은 어떠한가.

19세기 중반, 캐나다. 부유한 농장주의 아들인 제임스(로건,울버린:휴 잭맨)는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후 각성하여, 아버지의 살인범을 그 자리에서 죽이고 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아버지라는 말을 남겼고, 그 자리에 있던 어머니는 각성한 로건을 괴물처럼 바라볼 뿐이다. 로건은 자신의 아버지가 정확히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자신이 죽인 남자의 아들인 빅터(세이버투스:리브 쉐레이버)를 따라간다.

[위-로건의 아버지, 아래-빅터의 아버지] 로건과 빅터는 각자의 아버지를 닮았으나, 로건은 빅터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일 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와 달리 [엑스맨 탄생-울버린]에서는 형제나 자매가 모두 뮤턴트인 사례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그로인해 돌연변이(뮤턴트)는 마치 유전되는 것으로 느껴지고, 뮤턴트의 능력과 숙명이 그 자신에게만 있지 않으며 부모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이러한 변화가 반갑지는 않다)

특히 의아한 것은 로건의 아버지는 과연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뮤턴트가 유전에 의한 것이라면, 그 책임을 질 부모는 과연 누구인가. 어머니가 빅터의 아버지와 외도를 하여 낳은 것이 로건이라면, 로건이 죽인 남자가 빅터와 로건 두 사람에게 뮤턴트 유전자를 남겼다는 것일텐데... 아버지들의 외모는 극명히 다르고, 로건은 빅터의 아버지가 죽인 농장주와 비슷한 얼굴로 성장한다. 이러한 외모의 차이는 빅터로 하여금 로건을 질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같은 아버지를 둔 형제라 생각했으나 어쩌면 로건이 자신과는 다른 신분의, 보다 고귀한 존재일 지 모른다는 가정을 자꾸만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언제나 엑스맨이 마지막에 맞닥트리는 적은 같은 뮤턴트였다. 매 맞는 아내에게, 네가 강하게 나오지 않아 그런 것이라며 너로 인해 비슷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말하는 여성단체가 있듯이, 커밍아웃하지 않고 살아가는 동성애자를 강제 커밍아웃시키는 동성애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언제나 내 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때로 더 잔인한 방법으로 나를 공격하기도 하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엑스맨의 탄생-울버린]편은 적 다운 적이 등장하지 않는다. 울버린이 싸우는 상대는 끝없이 많으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합리에 의해 울버린과 대적하는 이는 거의 없으니 앞으로 로건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괜찮은 적을 먼저 찾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