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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형적 사유

Prime Number

by 늙은소 2012. 3. 17.

1과 그 수 자신을 제외한, 다른 자연수로는 나뉘어지지 않는 수를 소수(素數, Prime Number)라 한다.
복잡해 보이는 계산을 단순한 형태로 바꾸는 과정에서 소수는 유용하게 사용되곤 한다. 정수의 집합에 있는 모든 수는 소인수분해가 가능하고(음수는 마이너스를 (-1)로 처리하여 나머지 수를 양수로 전환한다) 그 결과 각각의 수는 자신이 어떤 소수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쓰임새가 많다는 점에서, Prime Number의 'Prime'이 단지 한 가지 의미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이렇게나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소수가 수학적인 방식으로는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종종 신문 과학면이나 별 생각없이 읽었던 책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큰 소수는 ***,***,***, ... ,***,*** 으로 xx 대학 xx 컴퓨터로 발견되었다'
비슷한 경우도 원주율을 소수점 아래 몇 자리까지 계산할 수 있는가로 컴퓨터의 성능을 설명하는 기사도 있다.

수학적인 방식으로 소수를 정의할 수 있다면 가장 큰 소수를 '발견'할 필요는 없어진다.
어느 누구도 가장 큰 자연수를 '발견'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자연수의 집합을 정의할 수 있으며, 집합 내의 그 규칙과 이것이 무한대로 커지는 수임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5, 8, 11... 로 진행되는 수라면 3n-1 로 표시하고 n={1, 2, 3, 4, ....} 로 정의하면 된다.
하지만 소수는 아직 그 규칙을 정의하지 못한 탓에, 새로운 소수를 '발견'해야만 하는 수가 되었다.
원주율도 마찬가지.

만약 소수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진 세계가 있다면, 그 곳의 수학은 어떤 체계를 갖추게 될까?
혹은 소수를 정의하기 위해 지금의 수학체계를 모두 버리고, 오로지 소수를 정의하기 위한 형태로 수학을 전혀 새롭게 구축한다면? (그게 가능한 일일까?)

이런 상상으로 이것저것 생각을 진행하다보니, 사칙연산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뭔가.

그리하여 옆에서 일하던 후배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우주공간에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을 지닌 외계문명이 있다고 할 때, 그들이 문명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어떤 수학을 사용하게 될까. 아니, 수학이라고 부를 만한 범주 안에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학과의 교집합이 가장 최소값이 된다고 가정하고, 그 최소값에 무엇이 남을까? 사칙연산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냐? 더한다는 개념 없이 문명을 발전시키는 게 가능할까? 갑자기 궁금하네.'

평소 이런 식의 질문을 예고없이 던지는 일이 많은 탓에, 후배는 놀라지도 않으며.. 답을 했다.

'10진법은 당연히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제 생각에는 적어도 0과 1은 가지고 있어야 문명이 구축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 있다와 없다는 적어도 구분하는 단계에서 수학을 발전시킨다면 2진법으로 문명을 못만들 것도 없을거야.'


대화를 끝낸 후, '있다'와 '없다'가 인식에 있어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한 나머지, 2진법 외의 다른 형태를 생각하지 못하는 외계문명은 어떤 모습일까를 '또' 상상해보기 시작했다.
소유나 거래, 심지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 자체가 의미를 갖지 않는 세계에서 불사의 존재로 살아가는 생명체로 이루어진 세계라면, 더하기나 빼기라는 개념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다시 여기서 생각을 더 진행하여
'있다'와 '없다'로 1과 0을 생각하지 않고 '변화'와 '고정'으로 개념을 바꾸면 어떨까 싶어졌다.
주변의 사물이 계속 있는 것도 아니고 있던 것이 없어지거나 없던 것이 생기거나, 이 자리게 있다가 저 자리로 옮겨가는 일이 순식간에 벌어지는 세계에서 살아간다면 거기서 더하기는 무슨 의미이며, 면적을 측정하는 것이 또 무슨 의미를 지니겠는가.

다른 경우로, 지구에서 살고 있긴 한데 그 사람의 시간이 우리의 시간개념과 다르다면? 우리에게는 1년 뒤의 세계인데, 그에게는 몇 초, 혹은 몇 시간, 때로는 몇 년 뒤의 세계가 되기도 한다면.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매번 바뀌는데다 때로는 중간에 끊어졌다 연결되는데, 거기에 아무런 규칙도 발견할 수 없다면.

하나의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시간 축 역시 공유하고 있으나, 시간축의 탄성이 우리와 다른 존재. 
그들은 다른 수학 체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이상한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