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선형적 사유

필립 커의 sf 범죄 소설 "철학적 탐구 - 비트겐슈타인 프로그램"

by 늙은소 2004. 8. 16.

과학과 기술은 결과를 분석할 뿐 아니라, 목적한 결과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절하는 것에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종종 그들의 예상을 벗어난 결과가등장하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그들이 하는 말은 모두 동일하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는 중요한 분석 대상입니다.
모든 정보를 입력하여 올바른 식을 적용한다면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예상치 않은 것의 출현은 보다 많은 정보들로 충분히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그것들의 출현빈도는 극도로 낮아질것입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완벽하게 제거되지않는다면..'돌연변이'라는용어로 그들을 정의내리면 됩니다

과학과 기술이인류가평등하다는 것을 밝혔다는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과학은 모든 인류가 동일한 염색체 수를 지니고 있으며, 세포의 구성물, 유전자 상의 주요 특징이 동일함을 밝힌다. 현미경의 렌즈가 투사하는 인류는 모두 평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학은 다시 그 모든 염색체가 철저하게 태생적 계급을 지니고 있음을 밝힌다. 각종 유전적 질병, 유전적 폭력성, 유전적 정신질환과 같은 것들 말이다.

유전자 정보를 완벽하게 해석해서 병을 예방하겠다는 과학자들의 이상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질병 발생 빈도에 의해 배우자를 선택하고, 생명 예상치에 의해 보험가입 여부가 결정되는..

필립 커의 sf 범죄소설 '철학적 탐구 - 비트겐슈타인 프로그램'은 바로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

아직 멀지 않은 미래, 영국은 뇌 연구를 비롯한 각종 생물학적 연구가범죄를 예방할 수 있으리라는믿음이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연쇄살인과 같은반사회적 범죄자들에게서 공통된 유전적폭력원인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범죄 예방 차원에서 범죄 예상자들을 목록화 하는 법률이 입법된다.남성들에게만 있는 이 특징은 폭력 억제력을 갖는 VMN이 부족한 것으로, 전체 남성 중0.003%가량 존재함이 입증되었다.

이들 반VMN을 가려내기 위해 영국 정부에서는 전국의 모든성인남성이 자발적으로 테스트에 임해 줄 것을 알린다.많은 이들이자신이 폭력적이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테스트에 응한다. 그에 따라영국 전역에서120명의 반VMN명단이 수집된다. 이들은 신분은 철저하게 보장되며, 반 VMN을 찾아내고 관리하는 '롬브로소 프로그램' 담당자들조차 그들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개개인의 코드화가 이루어졌다. 그들은 코드명으로 분류되고, 자신의 폭력예상치를 낮추기 위해 심리치료와 상담에 참여하게 된다.

120명 중 이미 30%가 감옥에 복역중인 것이 밝혀지며 이 연구결과는 확실한 것으로 증명이 되었고, 반VMN은 사회에서 추방해도 될 유전적 결함자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어느날 반VMN인 남성만을 동일한 수법으로 죽이는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살인자 역시 반VMN 판정자였으며 코드명은 '비트겐슈타인'이다. 그는 코드명 '러셀'을 죽이고, 같은 방법으로 '소크라테스'를 죽인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시행된 반VMN 테스트는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반VMN자를 제거하는 연쇄살인범에 의해 오히려 위기를 맞는다.

그의 행동은 반VMN인 자신이 결국 연쇄살인범이 됐다는 점에서 이 연구가 적절한 것임을 증명한다. 그러나 한편,자신의 폭력성을인정하기 때문에 다른 반VMN자를 처단할필요가 있다는 말이설득력을 얻는다. 그는 자기 내부의 폭력성으로부터잠재적 살인자인 다른 반VMN을 죽여야 할이유를 찾았다. 그는 스스로 처형을 시행한 것이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그들의 범죄에 대하여.. 자신이 연쇄살인범이 된 것처럼 그들도 그럴 것이니..

'그들은나의 형제들이다. 우리는 동일한 유전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신봉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반VMN을가려내는롬브로소 프로그램이 과연 범죄를 예방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에게 코드명 '비트겐슈타인'을 붙인 것은 바로 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아울러 희생자들의 목록은 바로 롬브로소 프로그램에 의해 작성된 것이다.

작가는 이 부분을언급함으로써 과학이나 기술, 정책들이 사회 전체의 행복과 한 개인의 행복을 모두 보장할 수 있는가 묻는다. 어느 누구도 답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말할 수 없다. - 비트겐슈타인
...

범죄 예방이 이러하다면 형벌론은 어떤가? 우리 모두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이 정당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죄의 크기와 벌의 크기를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는 죄를 저지를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혹은 다른이들이 죄를 저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도록 엄하게?

실제 형벌은 죄수를 사회적으로 격리하여 일반인을 보호하는 것 외에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경고를 하여 범죄를 예방하는 것 등을 목적에 포함한다. 그러나 범죄자가 감옥에서 다른 범죄자와 함께 있음으로써 보다 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높인다면 어떤가? 차라리 그를 독방에 가두는건 어떨까? 그것이올바른 처사인가?그를 냉동하거나 식물인간처럼 만들어 일정 기간 동안 격리한 후 다시 깨워서 사회로 내보내는 것은 어떤가? 범죄자가 감옥에서 편안히 생활하며 교육을 받는 등 사회에서 적응하기 쉽도록 해주는 일은 필요없는 일인가? 기간을 줄이더라도 하루하루를 괴롭게 보내도록 하는게 진정한 형벌은 아닌가?

소설에서는 '비트겐슈타인'에게 종신 코마형이 선고된다. 그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잠에 빠져든다.

'비선형적 사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가지 소원  (2) 2004.09.15
취업 알선 사이트의 문제  (2) 2004.09.03
575세대의 문화 흡수법  (0) 2004.08.11
THE LAST BOOK?  (3) 2004.07.25
옴부즈맨 프로그램에 대한 짧은 생각  (1) 200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