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 매드니스를 구매하였다.
구매목록에 넣어놓고 있기만 하던 몇 개의 책(10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의)을 이번에 결제하였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애서광들의 이야기이다. 책을 지극히 좋아하여 책을 수집하기 시작하였고, 그것이 도를 넘어 광적일 정도가 되었던 사람들의 역사가 시대와 대륙을넘나들며소개되고 있다. 뛰어난 재미가 있다고 평하기는 어려우나, 책을 좋아하고 또 수집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으로.. 애서광들의 심리와 책을 수집하며 생각해 볼 만한 여러 부분들에 대하여 공감하게 된다.
나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책들을 내가 죽은 뒤 어찌하고 싶은 것일까? 사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 많지도 않거니와, 분야가 다양하면서도 막상장서라 할 만한 것은 갖추지 못하고 있는탓에, 이 책들이 누군가에게 절실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들 중 누군가가 헌책방에 싸게 넘기거나 그냥 버리지는 않을까.. 그것이 현재로서 가능한 예상이다.
책을 기증한다는 것 역시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기증하기엔 폼(?)이 안나고, 수량도 적을 뿐 아니라.. 특정한 주제 하에 깊이 있게 책이 모여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딘가 잡다해 보이는 것이다. 차라리 취향이 비슷하거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인이 있다면 그냥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갈 것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고 보아오지 않았는가. 읽으면서 주석을 달거나 줄을 그어버리는 습관이 가장 큰 문제. 어찌 이런 책을 타인에게 도움이 되라며 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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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중 한 사람과 개인적인 만남을 가진 일이 있었다. 몇 가지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였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책으로 가득 찬 아파트 한 채를 아버님으로부터 물려받았다는 부분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유산이 아닐까.. 비싼 학원에 보내는 것 보다는, 좋은 책으로 가득 한 서재가 있는 집에서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더 훌륭한 교육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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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선배 K(소설가)에게 이 책이 번역되었다며 전화를 걸었더니, 입에 침까지 고여가며 신나라 한다. ^^ 그 역시 책을 수집하는 애서광으로 1~2만권 가량의 책을 소유하고 있다. 해외 소설 중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된 책들을 초판본으로 구매한다고 한다. 어느 책이 어느 해에 누구의 손으로 번역되었는지를 줄줄 외우고 있는 상황이다. 함께 헌책방 사냥을 가자며 여러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하였는데.. 이 책 이야기를 듣더니 다시 책에 대한 욕구가 자극된 모양이다. 나에게 구매하면 투자목적으로도 좋을 책 목록을 일러주며 본인의 책에 대한 욕구를 전염시키려 한다. 이미 10권 가량 가지고 있는 천병희 선생님 번역서를 전집으로 구성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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