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그리너웨이와 마이클 나이먼 사이에서의 결과물 몇 개를 구매하였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ost와 'Prospero's books'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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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8일, LG 아트센터에서는 마이클 나이먼 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우연히 참석하게 된 공연에서 그들은매우 강렬한 음악을 연주하였고 신경을 자극하는 현악기와 관악기의 반복된 균열은 쉽게 중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1부는 마이클 나이먼의 영화음악들이 중심을 이루었으며, 2부는 '카메라를 든 사나이'라는 제목의 러시아 초기 무성영화를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구성이었다. 현악 사중주와 섹소폰, 트럼본이 주를 이룬 밴드의 구성은 현악기가 타악기의 역할을 수행하거나, 관악기가 마치 현악기인양신경을 자극하는 구성을 취하기도 하였다. 단순하면서도 미묘하게 틀어지고 뒤틀린 음은 바이올린의 날카롭고도 예민한 상태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였고, 첼로는 그들 사이를 파고들며 내부의 균열을 더욱 심화시켰다. 그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파도와 같았고, 거기엔 어떠한 규칙이가라앉아 있었다.
Prospero's Books 음악 역시 이와 유사하다. 반복된 현악기 사이를 꿰뚫으며 천천히 비행하는 관악기의 진행은 변화와 혁신의시대에 참여하지 않고 홀로 책 사이로 파고드는 프로스페로의 고독과 같으며, 밀려들어오는 파도와 무관하다는 듯 떠 있는 섬이기도 하다. 마이클 나이먼이 음악을 담당한 많은 영화들에서 그의 음악은 이와 유사한 서정적 고독감을 제시하곤 하였다. '피아노'가 그러했고, '가타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작위적인 듯 해 보이던 군중들, 소란하기만 한 듯 하던 소음들, 규칙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자연의 모든 소리들은 반복되고 순환하는 규칙을 내제하고 있다. 그들은 무자비할 정도의 밀도로 나를 압도하곤 하였다.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소리들, 혹은 다시는 돌아올 것 같지 않은 밤의 침묵.. 모든 것이 너무나도 절대적이어서 오히려 그 순간 오로지 '나'만 인식하게 되는 그런 순간과 공간들.. 소리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간을 하나의 개인으로 위축시키고 고립하게 만든다. 사로잡힌 나의 신경을 그들이 잡아뜯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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