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선형적 사유

그리운 김박사

by 늙은소 2004. 6. 18.

어려서부터 과학자를 꿈꾸었다는 지인의 글에 있던 내용이다.

자신이 이공계를 택한 이유에 대하여 그는이런 내용의 글을 남겼다. 어려서부터태권브이와 마징가를 타고 적을 무찌르는주인공 철이보다, 로봇을 만든 김박사가더 대단해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는 비상시에만 누르라는 비밀버튼을남몰래 설치하는가 하면 스파이노릇을 한 것도 아닌데 상대방 로봇의 약점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내기도 한다.뿐만 아니라 아직 시험해보지 않았으니 함부로 쓰지말라며 약한 소리로일관하던 비상무기는 실패하는 법이 없었다. 거대한 태권브이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돌아와도 순식간에 이를 고쳐내는 김박사의 존재는 그에게 태권브이와 철이 보다 더 위대할 수밖에 없다. 그가 없었더라면 어찌 태권브이가 존재했을 것이며, 철이가 지구를 구할 수 있었겠는가?

TV 속의 과학자는 늘 그랬다. 말하는 인공지능차 키트를 개발하고 에어울프를 만들었으며, 다 죽어가는 사람을 600만불 사나이로 탈바꿈시킨다. 단 한 명의 과학자면 충분하다. 그의 진두지휘 아래 엑스트라 기술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면 놀라운 것이 만들어지고 세계가 구원 받았다.

우리는 그 속에서 이상적인 과학자의 모습을 그려왔다. 단 한 명의 힘으로 거대한 로보트가 만들어지는 이상적인 연구실..

...

그 사람 뿐 아니라, 내가 만나본 과학자들의 불만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연구결과가 구체적으로 무얼 만들어내는지 현실적으로 와닿는게 없다는 것. 자신이 과학자가 되도록 만든 환상이 사실은 거짓이라는 것 말이다.

기술이 세분화됨에 따라 과학 지식의 연결망은 점점 복잡해진다. 한 평생의 연구도 극히 일부의 지식에 불과하다는 절망감과 세계평화는 커녕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는 것을 그는 깨닫는다.과거 자신이 이상적으로 그리왔던 과학자의 이미지는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속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분노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에너지보존법칙 속에서 세계의 질서를 찾고, 뉴튼의 운동역학에서 사회의 합리성을 발견하려는 그의 이공계적 두뇌는 자신을 속인 사회가 마땅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보상을 말이다.

...

이공계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들어보면 뛰어난 인재가 의대로 진학하기 위해 자신의 꿈을 버린다는 걱정이 섞여 있다. 그러나 버려지는 꿈이라는게 생각처럼 절대적이며 숭고한 것은 아니다. 외화 맥가이버나 드라마 카이스트, 첨단 SF 영화나 만화를 통해 키워온 과학자의 꿈은왜곡된 현실이다. 그들은이미지가 파괴되었을 때 찾아올 절망감을 책임지지 않는다.

누군가과학자를 꿈꾸고 있다면, 실험실이나 하얀 가운, 비이커와 같은 표피적인 이미지에서 과학을 보게 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와 합리적 체계를 추구하는 분야의 특성을 이해시켜야 한다.

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 과학분야에 자금을 투자하여 인재를 끌어오자는 주장은, 돈으로 생긴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자는 말밖에 안된다. 거짓된 과학자의 모습으로 현혹시키거나, 돈으로 불러오는 것 외에는 과학이어느 누구도 찾지 않을 만큼 매력이 없는 분야였던가? 자신의 분야에서 매력적인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알리는 것은 과학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한 때 오디오가 너무나 갖고 싶은 나머지 전자공학과를 지원하려고 했던 어처구니 없는 인간이..-

'비선형적 사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0) 2004.06.19
글에 관한 글  (0) 2004.06.19
신화, 동화, 영화에서의 식인문화  (1) 2004.06.17
스타크래프트의 세계  (2) 2004.06.17
세이클럽의 숨은 전략  (1) 200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