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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La belle et la bête(1946) : Jean Cocteau(Director)

by 늙은소 2009. 2. 25.
미녀와 야수
감독 장 콕또 (1946 / 프랑스)
출연 장 마레, 미쉘 오클레어, 네인 제르몽, 라울 마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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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포함된 캡춰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무대디자이너이기도 한 장 콕토가
1946년 감독한 영화 [미녀와 야수]는 보몽(Jeanne-Marie Le prince de Beaumont) 부인의 1740년대 동화를 기초로 한다. 보몽 부인은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며 활동한 교육자이자 문학가로, 교훈적인 주제의 소설을 통해 진취적인 여성상을 제시하였다. 장 콕토는 초현실주의적 효과를 통해 계몽적인 소설의 모태를 에로티시즘의 공간으로 변형하였으며, 성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Belle(프랑스어로 Beauty를 뜻함)의 심리를 묘사하였다.

 


화살을 쏘는 두 명의 남성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이들은 벨(조제트 디)이 살고 있는 집 벽의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겨누고, 그 중 하나는 창문을 통해 방안으로 들어간다. 화살은 처녀성을 위협하는 남성을 상징한다. 이 장면은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야수의 보물창고를 숨어 들어간 아브낭(장 마레)에게 화살을 쏘는 아르테미스(순결, 사냥의 여신) 여신상과 대조를 이룬다. 아브낭은 벨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하는 마을 청년으로, 벨의 동생 루도빅의 친구다. 벨은 아브낭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그의 마음을 희롱하고, 아버지 곁에 머물려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청혼을 매번 거절한다. 아브낭은 화살로 그녀를 결박해보지만 그의 노력은 무위에 그칠 뿐이다

선단을 운영하는 벨의 아버지는 배가 돌아오지 않아 파산의 위기에 처해 있다
. 배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항구로 떠나기 앞서 그는 자신의 딸들에게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은 없는지 물어본다. 위의 두 딸은 보석과 옷을 요청하나, 막내인 벨은 장미 한 송이를 부탁한다. 빚을 갚지 않아 배의 물품을 하역할 수 없게 된 그는 빈 손으로 돌아오던 중 숲에서 길을 잃고 낯선 성에 들어가게 된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성의 내부는 사람의 형상을 한 움직이는 조각들로 채워져 있다. 벨이 아버지를 대신해 성에 도착하였을 때에도 성의 조각상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그녀의 일상을 관찰한다. 무엇이든 보여준다는 거울 역시 관음증의 시선으로 벨과 야수를 비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미행하고 감시하며 훔쳐보는 행위를 반복한다. 소설에서 벨이 야수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은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외모를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게 되면서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벨은 야수로 하여금 그녀의 손에 담긴 물을 핥아 마시게 하며 상대의 야수성과 직접 대면하고, 그 이질성에 오히려 매력을 느낀다. 야수는 벨과의 관계에 있어 그녀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스스로 피학적 대상의 위치를 차지한다. 이 영화에서 벨은 야수에게 위협받는 연약한 여자가 아니라, 야수를 지배하는 존재이다.

 

야수를 미행하는 벨을 거울을 통해 감시하는 야수


두 명의 남성은 끊임없이 벨에게 구애의 의사를 보이지만 그녀는 아브낭과 야수 모두 거절한다. 아브낭은 훌륭한 외모를 지니고 있으나 가난하고 내면이 바르지 못하며, 야수는 내면이 진실되나 외모가 흉측하다. 야수가 벨에게 선물한 보석과 의상 역시 그녀가 입고 있을 때만 아름다울 뿐,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면 보잘것없는 사물로 뒤바뀌고 만다. 이 영화에서 사물의 본질과 외형이 일치하는 존재는 없다. 다만 벨의 눈물만이 다이아몬드로 바뀌어 순수함을 증명할 뿐이다. (벨의 눈물은 그녀의 언니가 양파로 만들어낸 인위적인 눈물과 대조를 이루기 위해 등장한다) 

아브낭은 야수의 보물창고에서 활에 맞아 쓰러지고
,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내면과 일치하는 야수의 얼굴을 갖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야수는 아브낭의 얼굴을 취해 비로소 벨의 마음에 드는 남자로 다시 태어난다. 동화는 야수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진실한 사랑과 희생정신을 지닌 여성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여성을 시험대에 올렸으나, 이 영화는 그와 반대로 벨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남성의 조건을 강조한다.



* Scenes
1.

벨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녀는 마루를 청소하고 있다. 이때 그녀의 얼굴은 마치 거울에 비춘 것처럼 마루에 반사되고 있으며, 바로 그 옆에 화살이 꽂혀 있다. 이 영화에서 본질과 외형이 일치하는 존재는 많지 않다. 마법의 거울은 벨의 언니를 추한 모습으로 비추고, 야수와 아브낭 역시 본질과 외형이 일치하지 않는다. 벨의 첫 등장이 거울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2. 야수의 보물이 숨겨져 있는 창고의 황금열쇠를 훔쳐 야수의 성에 온 아브낭과 루도빅은 훔친 열쇠를 사용하지 않고 창문을 통해 침입한다. 열쇠로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는 것이 정당한 성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때, 아브낭은 열쇠를 사용하지 않고 창문을 부수어 강제적으로 여성성의 파괴하려 한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결국 아르테미스 여신상에 의해 저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