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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1956) : Don Siegel(Director)

by 늙은소 2009. 2. 23.
신체 강탈자의 침입
감독 돈 시겔 (1956 / 미국)
출연 다나 윈터, 래리 게이츠, 케빈 매카시, 킹 도노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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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포함된 캡춰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신체 강탈자의 침입]은 잭 피니(Jack Finney)의 소설 신체 강탈자(The Body Snatchers)’를 원작으로 한 SF 영화다. 스튜디오시스템이 규모의 확장을 통해 스스로의 권위를 세우는 데 몰두하였던 40년대까지 메이저 영화사들은 SF영화나 호러무비를 제작하지 않으려 했다. 그때 이러한 영화들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감독들과 규모가 작은 영화사들로, 40년대에는 유니버셜사와 같은 규모가 작은 영화사에서 다양한 SF 영화가 만들어진다. 50년대 초에 이르면 메이저 영화사에서도 대작 SF영화 제작을 시작하는데, [신체 강탈자의 침입]은 적은 예산이 투입된 규모가 작은 영화에 속한다.

 

영화기술이 자신의 상업적 가치를 입증하며 규모화를 시작하였던 20세기 초, 영화는 사실성과 환상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며 발전한다. 환상적 측면은 다시 세 개의 장르로 나뉘어진다. 비현실적 세계의 구축이라는 측면에서의 판타지 영화와, 기술과 공간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의 SF영화, 마지막으로 기존의 체계에 혼란을 야기하는 공포를 제시한 호러이다. 물론 특정 장르에만 귀속되는 영화는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장르는 뒤섞이게 된다. [신체 강탈자의 침입]  SF 영화로 불리지만 문제의 씨앗이 외계로부터 날아왔다는 설정을 제외한다면 호러 영화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 작은 마을인 산타 미라에서 개업 의사로 활동 중인 마일즈 베넬(캐빈 맥카시) 박사는 학회기간 중에 간호사로부터 급히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마을로 돌아온다. 그는 젊고 매력적이며 자신감에 차 있는 인물로, 과거 자신의 연인이었던 베키 드리스콜(다나 윈터)이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으며 최근 마을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마중 나온 간호사와 병원으로 돌아가던 중 그는 꼬마 지미가 엄마를 피해 달아나는 광경을 목격한다.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온 지미는 자신을 엄마에게 보내지 말라고 울부짖는다. 베키 역시 병원에 찾아와 사촌 윌마가 숙부를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그녀를 만나줄 것을 부탁한다. 외모와 말투, 기억이 모두 동일한데도 과거의 그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환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마일즈는 이를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베키와의 데이트 도중 불려나간 마일즈는 잭의 집에서 친구와 닮은 괴생명체를 발견하고
,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현상이 이와 관련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생명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정인의 모습으로 바뀌고, 밤이 찾아오면 원 주인이 잠든 사이 그의 기억을 복제해 활동을 시작한다. 원 주인을 제거하고 그를 대신하는 것. 더불어 새로운 씨앗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종족으로 대체시키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마일즈와 베키, 잭과 그의 아내는 마일즈의 집으로 피신을 오고 마일즈는 자신의 집 정원에도 문제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음을 목격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잭 부부를 마을 바깥으로 우선 나가도록 한 마일즈는 마을에 아직 남아있는 인간을 찾아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려 하지만,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이미 외계생명체에 몸을 빼앗긴 뒤다. 베키와 마을을 빠져나간 마일즈는 고속도로를 향해 도망치던 중 닫힌 폐광에 몸을 숨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베키 역시 다른 존재로 뒤바뀌고 만다. 홀로 살아남은 마일즈는 가까스로 다른 도시로 도피하고, 의사와 경찰은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고속도로에서 그가 말한 것과 똑 같은 씨앗이 발견되기 까지는.

 

[신체 강탈자의 침입]은 매카시즘이 반영된 영화로 여겨져 왔다. 우리 중에 공산주의자가 있을 수 있으니 그를 찾아내야 한다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이 영화에 영향을 끼쳤으며, 외계생명체가 주장하는 감정과 영혼이 없는 삶이 공산주의자와 유사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그 반대로 매카시즘을 비판할 목적으로 이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주장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원작자인 잭 피니나 감독인 돈 시겔이 매카시즘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제작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이것이 과잉해석이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정치적 측면을 배격한 또 다른 시각으로 나는 이 영화에서 가족주의의 파괴, 혹은 결혼(여성)에 대한 남성의 공포를 읽는다. 외계생명체가 마을을 장악하는 과정 못지않게, 마일즈와 베키의 관계 역시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혼남인 마일즈는 최근 막 이혼한 베키와 사랑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그녀와의 데이트는 뜻하지 않은 잭 부부의 방해로 무산되지만, 다시 그녀를 집에서 구해냄으로써 가상의 부부관계를 형성하며 두 사람은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한 채 마을을 탈출한다. 그러나 베키는 동굴에서 외계인에게 몸을 빼앗긴 채 그를 유인하는 도구가 된다. 마일즈는 그녀를 버려둔 채 도망친다.

외계인으로 돌변한 마을 사람을
가정을 꾸려야 한다고 억압하는 사회라고 할 때, 마일즈는 가정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는 독신남성의 무의식적 공포를 대변한다. (이것은 엄마로부터 도망치는 꼬마 지미와 중첩된다) 그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아내와 이혼하였고, 베키를 만나 다시 사랑을 하려 한다. 그러나 그녀와 동반자적 관계가 형성되자마자 그녀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낯선 타인으로 돌변하고, 그는 다시 그녀를 떠나버린다. 결혼한 뒤 달라져버리는 여성에 대한 거부감. 동굴은 여성의 기관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마일즈는 매력적인 여성에게 이끌리지만, 아내나 어머니로서의 여성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는 독신남성의 이중성을 지닌다.

 


* 몇몇 장면에 대하여

1. 할머니와 온 꼬마 지미가 엄마에게 제발 보내지 말아달라고 외치는 장면은
[시민케인]을 연상하게 한다. 남자아이를 가운데 두고 3명의 어른들이 시선을 교환하며 대화를 나누고 아이를 달래는 장면의 구도가 상당히 유사함


2.
잭 벨리섹의 집에서 마일즈는 낯선 생명체를 처음으로 발견한다.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은 이 장면에 이르러 실체를 드러낸다. 잭 벨리섹의 집은 특이한 사물들로 장식되어 있다. 벽에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수집한 가면들이 있으며 곳곳에 조각상이 놓여 있다. 벽에 걸려있는 포스터는 차례로 ‘Blanc’, ‘Mirroir Noir’, ‘Femme Fatale’이 적혀있다. 흑과 백, 거울, 요부와 같은 단어들은 마일즈가 지닌 공포의 대상을 함축하고 있다.
이 씬에서 4명의 인물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카메라의 시선 또한 여러 앵글을 취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장면에서 4명의 얼굴이 서로 겹치지 않게 구성한 것이 흥미롭다. 또한 누워있는 괴생명체의 얼굴은 4명의 인물과 소품들 사이의 빈 공간을 통해 끊임없이 관객에게 보이도록 카메라가 위치지어져 있다. 이 씬에서 관객은 4명의 움직임을 뒤쫒는 한편, 그 틈 사이 누워 있는 괴생명체가 언제 움직일 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