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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웰컴 투 동막골

by 늙은소 2005. 8. 22.

웰컴 투 동막골

감독 박광현

출연 정재영,신하균,강혜정

개봉 2005.08.04 한국, 1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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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만 비로소 화해를 한다. 영화에 빠져들지 못하는 최근의 증상으로 인해, 나는 어느 인물에게도 이입되지 못한 채 동막골 주변을 서성일 뿐 그 안에 동참할 수 없었다. 나에게 그곳은 비현실적 공간일 뿐, 역사의 순간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의 이탈 속에서라야 우리의 화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공동의 적(맷돼지)을 함께 무찌르는 과정에서 화해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 이익을 나눔으로써(바베큐- -;;) 동질감을 확인하는 식이다. 민족주의가 국수주의, 혹은 군국주의로 어긋나버리고 있다는 비판은 달리 보면.. 그러한 왜곡된 정서 외에는 우리가 하나가 될 길은 없지 않겠냐는 절망으로 되돌아온다.

나에게 국가는 무엇일까? 나에게 민족이란 무엇이란 말이냐.. 가장 큰 상처와 가장 큰 절망을 안겨준 이들이 바로 이 민족 안에 있다. 나의 모든 분노와 눈물이 이 국가의 틀 안에서 생산되었으며, 소비되었다. 물론 그 반대의 경험 역시 이 안에서 이루어졌다. 나에게 국가와 민족은 버리고 싶으면서도 버려지지 않는 존재이다. 그것은 마치 가족과도 같다. 가족과의 단절을 종종 꿈꾸곤 하는 나는,금기의 공간을 침범하는이기주의와 폐쇄적 개인주의를 힐난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국가와 민족에대하여 동일한 렌즈가 채용된다.

동막골은 나에게 가상의 공간일 뿐이다. 그곳에서라야 우리는 화해를 한다. 차라리 그곳이 좀 더 환상성을 품고 있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