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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카페 뤼미에르_도시의 폐곡선

by 늙은소 2005. 11. 15.

카페 뤼미에르

감독 허우 샤오시엔

출연 히토토 요,아사노 타다노부,하기와라 마사토,요 키미코,코바야시 넨지

개봉 2005.10.20 일본,대만, 103분


영화를 보고난 뒤에야, 이 작품이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임을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며.. '오즈 야스지로' 감독을 떠올린 것이 지극히 당연했음을 깨닫는다.
(사실 오즈의 영화는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며 '오즈'를 떠올렸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카페 뤼미에르는 오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공경을 담은 영화다. 그러나 많은 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즈의 영화방식을 답습하거나, 마냥 그것을 뒤따르기만 하지 않는, 변화된 모습이.
이 영화에 담겨있다.

영화에서 나는 도시의 폐곡선을 발견한다.
지하철을 따라다니며 그 소리를 녹음하는 하지메는, 지하철로 둘러싸인 자궁 속에 아이인 자신을 남겨놓는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시간으로 닫힌 역사의 폐곡선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메와 교류하는 요코는 폐곡선을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다각형을 만들어 나가는 존재다. 대만과 일본을 가로지르고, 고향과 동경을 오가며.. 유럽의 동화를 꿈의 기원으로 삼기도 하는 그녀는 끊임없는 횡단 속에서 변화를 잉태한다.

하지메의 그림에는, 자궁을 관통해 아이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직선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탯줄이고 또한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어머니이기도 하다. 대만에 있는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그러나 그와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요코는 지하철 폐곡선 위를 맴도는 하지메를 지하철 밖으로 유도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 두 사람이 지하철 안에서 만나 함께 내림으로써 끝을 맺는다.

...

다시 한 번 피에르 키리아의 단편소설 '고독의 피에로'가 떠오른다.
옛것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골동품점 주인의 이야기.. 

'거리 전체가 무언극을 상영하는 극장처럼 조용히 변화하는 도시에서, 옛것에 심취하는 일의 고독함'.

'골동품 상인은 변화하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는 바깥의 삶이, 자신의 공간을 허구로 만들어버린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버리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폐곡선을 지니고 있다. 나이들수록 그것의 형태는 견고해지고, 우리는 과거의 것.. 지나간 시간과 향수와 기억들로 그 안을 채워나간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폐곡선을 누군가 방문해 주기를.. 다른 곳으로 이끌어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게 된다. 어찌할 수 없는 세월의 모순.

..................

* 이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는 것은부당한 행위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글을 이렇게밖에 못쓰는 내가 안타깝다. - -;; 볼 때에는 매우 편안하게 봤는데.. 왜 글은 이런 것이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