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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떠날 때는 내게 말을 해줘, 내가 알 수 있도록

by 늙은소 2005. 11. 6.

이터널 선샤인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짐 캐리,케이트 윈슬렛,커스틴 던스트

개봉 2005.11.10 미국, 107분

서로에 대한 경멸과 후회로 남은 두 개의 테이프를 딛고, 그들은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 동일한 기억을 채우며 똑같은 어긋남을 반복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해피앤딩이 아니다. 내게 남은 것은 물음표 뿐이다. 결국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며.. 비슷한 방법으로 과거를 잊기 위해 노력하고 그 기억 위에 새로운 경험을 오버랩하며 살아간다. 어느 순간 과거는 완벽할 정도로 깨끗하게 지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방심하는 사이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과거가 현재를 위협하기도 한다. 그를 기다리며 들었던 음악, 그에게 빌려주었던 책, 함께 밥을 먹었던 식당.. 여행을 갔던 장소, 지나치며 보았던 가로수.. 그렇게가슴이 무너져내린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리마저 집어삼키는 어두움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일까?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다짐하지만 한편으로는 늘 비슷한 문제와 비슷한 갈등을 겪으며..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그 사람이 동일인이라고 해서 그것이 운명적인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워진 기억 위로 동일한 사람을 만나 다시 서로에게 끌린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의 완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나는 씁쓸하다. 달지 않은 깊은 초코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