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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사진전에서

by 늙은소 2005. 6. 26.
 

그림자는 형태를 드러내기 위해 존재할 때가 있다.
그들은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이 딛고 있는 곳에 대하여도..

괴델이, 그리고 에셔가 생각했을 법한 무한순환이 작은 도시의 계단에서 연상된다.

그림자가 사물을 '포획'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 순간 포획된 것은 소녀였을까? 혹은 사각의 빛일까?

어떤 사진은 사물이 불타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현실의 빛 속에서 불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림자로 남은 사내는 재의 흔적을 남겼다.


강하고 날카로운 어두움은 긴장감과 함께 무거운 침묵을 이끌어낸다.

한껏 빨아들인, 그리고 내뿜는


급격히 죽어간 것들은 날카로움을 거두어들일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

지나치게 낯선 화면은 그곳의 풍경으로부터 실제 삶의 예상을 거두어들인다. 민속성과 이국적인 화면의 낯설음은 타자의 시선이 된 자기 자신만을 인식하게 만들기 쉽다. 사진이 묵묵히 수행해오던 역할, '사실의 기록'이 해체되는 지금에 이르러, 나는 그것을 대단히 서운해하고 있는 중이다. 옛 도구에 대한 향수가 밀려온다. 기록해야만 했던 시간과 순간, 보여줘야만 하는 사건들을 담은 사진들은 때론 '심미적 태도'로 인해 그 말하고자 하는 바를 스스로 왜곡시키기도 한다. 사진은 늘 말한다. '내가 멈춰야 하는 것은 어느 때인가?'

- 이날의 메모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