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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주먹이 운다

by 늙은소 2005. 4. 24.

주먹이 운다

감독 류승완

출연 최민식,류승범

개봉 2005.04.01 한국,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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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 매번 실망을 안겨준 '류승완'감독의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나고 왔다. 작품의 수가 늘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점점 세련되어졌으나, 그이기에 드러낼 수 있었던 특유의 장점과 색은 잃어가는 듯 하다. [주먹이 운다]는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책무취한 영화였다. 침과 뒤섞여 끈적해진 피 비린내에 찌든 땀냄새 더해졌다고나 할까?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가보다 싶다가도.. '그런 것 정도는 이제 이야기하는 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의식이 우선시되는 것 같아 씁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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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딘가 '인간극장'을 닮았다. 자신의 삶임에도 불구하고 그 삶을 어색해하며, 세련되게 좌절할 수 조차 없는 실제적 삶의 풍경이 인간극장엔 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카메라를 통해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거리감 같은 것들이..

그래서 내게 강태식은 태식을 연기하는 최민식이고, 유상환은 상환을 연기하는 류승범이다. 태식과 상환이라는 인물의 현실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들이 화면 안에 들어옴으로써 모든 것이 포착된 화면이고, 따라다니는 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오늘의 이 거리감이이 영화 하나 때문인 것인지.. 모든 영화에 대한 거리감이 지금내게 찾아온 것인지.. 조금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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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식과 상환은 구질구질한 일상을 그저 '넘기기' 위해 살아간다. 하루를 벌어 먹고 산다는 그들의 말처럼, 오로지 팔 수 있는 것은 '현재' 뿐이다. 저당잡힐 미래가 없어져버렸기에.. 그들은 그저 '현재'를 팔아 '현재'를 이어나간다. 얼마 전 나는, '미래'를 조금씩 팔아 '현재'를 사들이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을 발견하고 절망하였었다. 나는 미래를 서서히 깎아내고 있었고, 어느 순간 더 이상 팔 미래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처럼 그저 '하루를 살기 위해', '하루를 소비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지금 나는 다시 '미래'를 생산해낼 것을 생각하는 중이다. 팔아버린 미래를 다시 만들어낼 것이며, 그것을 위해 '현재'를 파는..우리가 소비해야할 것은 '현재'이지.. 미래가 아니다. 미래는 사들이는 것이다.
* 미래를 사들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의 숨을 잠시 멈춰야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