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년 만이다.
15년간 곁에 있어주었던 고양이는 2021년 10월 9일 세상을 떠났다.
숨을 거둔 뒤 몇 시간이 지나도록 리오의 몸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듯했으며, 죽음이 믿기지 않은 나는 몇 번이나 리오를 만져보고는 한숨을 쉬었다가 울기를 반복했다.
고개를 돌리면 책장 한 칸에 자리한 리오의 유골함이 눈에 들어온다.
유골함과 함께 나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사까지는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도시의, 바다가 보이는 작은 아파트에서 몇 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고 바다 아래로 해가 지는, 제법 황량한 곳이다.
어쩌면 여름 장마에 잠길 수도, 혹은 때 아닌 태풍에 유리창이 깨질 지도 모르겠다. 도시 계획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유령도시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그곳에 집을 마련하였다.
저녁 무렵이면 바다를 보며 피아노를 칠 수도 있고, 새벽 공기를 맞으며 달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실감각 없고 경제관념이 부족하다며 주변인들이 한숨쉬는 걸 모른 척 하는 게 마냥 쉬운 건 아니어서 이사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조금 막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전점검을 위해 다녀온 그곳의 바람은 꽤나 매서웠고, 아파트에서 바라본 바다의 석양은 쓸쓸했다.
잘 살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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