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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프로그램에 대한 짧은 생각 신문이나 잡지를 사면 독자의견을 우선 챙겨보는 편이다. 글을 보낸 독자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아니다. 그 글이 택해지기까지의 선택기준이 궁금한 까닭이다. 그들에게는 ‘좋은 의견의 기준’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보통은 주어진 상황이나 문제를 놓고, 다수의 의견을 대표할 만한 글 하나를 내보내는 것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혹은 지난 호의 기사 내용과 관련한 독자의 글 중 우수한 것을 가려 내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독자의 글은 편집자의 손길로부터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여졌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생소한 그의 이름과 뒤따르는 주소가 한 명의 독자를 더욱 추상적인 인물로 만들어준다. 그는 독자 일반을 대표한다. 그가 아무리 바보 같은 의견을 말해도 우리는 그를 비난할 수 없다.. 2004. 7. 16.
화씨 9/11을 보다 화씨 9/11 감독 마이클 무어 출연 마이클 무어 개봉 2004.07.22 미국, 122분 .아침 뉴스를 들으니 확실한 정보도 없이 이라크를 침략한 부시를 미국내 언론들이 비판함은 물론이며, 부시의 측근이 전쟁복구 명목으로 거액을 챙긴 사실이 폭로되고 있다고 한다. 어제 '화씨 9/11' 시사회에 다녀왔다. 영화가 끝나고 자발적으로 박수가 나오기는 태어나 처음이 아닌가 싶다. 영화가 폭로하는 진실에 감동해서만은 아니다. 그들이 흘린 눈물과 피, 절규에 감응해서만도 아니다. 세상을 좀 더 치밀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기 때문이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기 바란다. 자신이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회와 제도에 대하여.. 2004. 7. 15.
이 문장은 틀리다 자기 자신을 언급하는 것은 한 줄로 늘어선 채 앞만 보고 걸어가는 행렬에서 동떨어져 나와 자신이 속해 있는 행렬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다. ... ‘이 문장은 틀리다’ 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이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옳아야 한다. 그러나 이 문장은 자기 자신이 틀렸음을 말하고 있다. ‘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과 반대되어야 하니 문장은 ‘참’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문장은 ‘거짓’이다. 그러나 이 문장이 거짓일 경우, ‘틀리다’는 말과 동일하니 문장은 ‘참’이라 해야한다. 이것은 ‘괴델’의 결정 불가능성 명제 중 하나에 속한다. 특히 이 문장은 재귀순환 하는 ‘자기지시문장’에 해당한다. 자기지시문장은 스스로를 언급하기에, .. 2004. 6. 19.
미래의 시간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다. 인간이 있기 이전의 창조신화에서부터, 신이나 영웅의 이야기 등 그것은 과거를 다루고 있었다. 중세를 지나 근대로 넘어오기까지 서사문학이나 기사문학 등은과거나 저 세상의 이야기였다. (로맨스 소설이 등장하며 그나마 현재를 다루게 된 게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미래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할 지, 어떠한 기계와 기술이 등장할지.. 그러한 환경 속의 인간은 어떠한 형태로 적응해나갈지.. 그런 것들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미래의 이야기가 없었던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시간'이 지금처럼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들의 시간개념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을까? 시간이 인간을 '지배'한 것은 우리가 미래에 관한 fiction을 창조할 무렵쯤은 아닐런지.... 2004. 6. 19.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진실된 사랑을 만나야만 저주가 풀리는 동화는 왜 그리 많은 것일까? 무수히 많은 괴물들이 아리따운 아가씨의 진정한 사랑이 담긴 눈물 한 방울에 생명을 건지고 저주에서 풀려나 왕자로 변신한다. 물론 동화는 '사랑'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그 사랑은 반드시 '진실된', '진정한' 사랑이어야 한다. 동화 뿐 아니라, 만화, 영화에서도 무언가를 진정으로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은 흔하게 써먹는 줄거리 중 하나이다. 그 놈의 기적은 왜 그리 흔하게 이루어지는지.. 과거의 물건과 과거의 옷차림을 하고서 방안에 틀어박혀 먹지도 않고 오로지 과거로 갈 것만을 기원하면 결국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거나, 강인한 의지 하나만으로 불가능한 싸움에서 승리하는 이야기 한 두개쯤은 바로 댈 수 있지 않은가? 내가 원하.. 2004. 6. 19.
글에 관한 글 5년 쯤 전의 일이다. 수업시간에 책 하나를 선정해 학생들이 분담하여 번역하는 수업이 있었다. 자신이 맡은 분량이 많네 적네 말들이 많아 그 꼴 보기 싫어 다들 꺼리는 챕터를 떠안고 보니 5인분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쌈장스러운 일이다. - -;; 번역과 함께 발표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라 자료조사를 시작했는데, 몇 백장 복사물 중 책 두 권의 일부(약 3~4페이지) 약 90%가똑같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두 책 모두 갈브레이스의 '풍요의 사회'를 인용하고 있었는데, 인용의 시작과 끝이 동일하고 그에 대한 해석과 비유까지 모두 같았다. 배신감도 들고 호기심이 생겨 어느 책이 더 먼저인가 따져보았으나, 한편으로는 그 두 사람 모두 '풍요의 사회'를 반드시 봤어야만 하는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니체가 비극의 .. 2004. 6. 19.
그리운 김박사 어려서부터 과학자를 꿈꾸었다는 지인의 글에 있던 내용이다. 자신이 이공계를 택한 이유에 대하여 그는이런 내용의 글을 남겼다. 어려서부터태권브이와 마징가를 타고 적을 무찌르는주인공 철이보다, 로봇을 만든 김박사가더 대단해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는 비상시에만 누르라는 비밀버튼을남몰래 설치하는가 하면 스파이노릇을 한 것도 아닌데 상대방 로봇의 약점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내기도 한다.뿐만 아니라 아직 시험해보지 않았으니 함부로 쓰지말라며 약한 소리로일관하던 비상무기는 실패하는 법이 없었다. 거대한 태권브이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돌아와도 순식간에 이를 고쳐내는 김박사의 존재는 그에게 태권브이와 철이 보다 더 위대할 수밖에 없다. 그가 없었더라면 어찌 태권브이가 존재했을 것이며, 철이가 지구를 구할 수 있었겠는가?.. 2004. 6. 18.
신화, 동화, 영화에서의 식인문화 우리 엄마는 나를 죽였고, 우리 아빠는 나를 먹었네. 누이동생 마를렌은 내 뼈를 빠짐없이 추스려 곱디고운 비단으로 싸 향나무 밑에 두었네. 짹짹 짹짹! 나처럼 예쁜 새가 또 어디 있을까! - 독일 동화 '향나무' 중 일부 문명인을 자임해온 우리는 식인행위를 '원시', '미개'라는 용어와 연관지어 생각한다. 그러나 식인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나, 중국의 한韓대, 히틀러의 침공을 막아내었던 레닌그라드에서도 발견된다. 서구의 기록은 식민지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남미나 아프리카의 원주민을 최대한 야만적으로 묘사한다. 아즈텍문명에서 자행된 식인 행위에 대한 서구인들의 기록은 '단테'가 지옥을 묘사한 것과 유사하다. 원주민들은 성경 속의 악마와 동일시되었고, 식민지화 과정과 원주민 학살은 선교사와 군인들에게.. 2004. 6. 17.
스타크래프트의 세계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온라인 게임, 전략게임,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나뉘어진 각각의 게임의 특성을 하나로 묶은 것이라 하겠다. 공군 조종사의 비행훈련을 위해 처음 제작됐다는 시뮬레이션 게임은 육성 시뮬레이션인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낚시(대물낚시광), 건설(심시티 등)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왔다. 게이머가 게임의 1인칭 주체가 되어 게임 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다양한 게임 분야에 적극 도입되었으며, 특히 시뮬레이션게임에 '전략성'이 가미되면서 등장한 삼국시 시리즈는 199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시리즈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컴퓨터와의 게임이 아닌, 온라인 상에서 다른 사람과 게임을 하게 되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등.. 2004.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