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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오리엔탈화 한 민족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의상이다. 패션은 이러한 차이가 즉각적으로 드러나기 쉬운 분야이며, 패션쇼 자체가 환상을 제공하는 쇼라는 점에서 민족적 차이를 오리엔탈리즘의 신화로 탈바꿈하는 것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기 쉬운 공간이기도 하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많은 패션디자이너들은 '한국적인 것', '한국의 미'를 찾는답시고 온갖 민족문화적인 요소들을 끌어다 붙임으로써 해외에서 자기 오리엔탈리즘에 성공해왔다. 대표적인 인물로 앙드레 김이 있다. 국제적 규모의 행사에는 어김없이 초대되어 늘 똑같은 옷과 연예인 쇼로 '일관'해온 앙드레 김의 패션쇼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영원한 굴레이자 약점을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라 할 것이다. 영화계에서 '해외 영화제에서 선전하는 한국영화'.. 2004. 6. 14.
CSI - 과학수사대 : 드라마의 한계성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이라나.. 시끄럽게 출발한 CSI 과학수사대는 미국에서도 상당히 성공한 드라마 중 하나이다. 이미 국내 케이블과 정규방송에서도 편성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CSI-마이애미'라는 새로운 팀까지 만들어 동시에 두 개의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CSI'는 설정에서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출발한다. 그들이 수사기관에 속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이라 함은 공소를 제기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범인을 발견,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 보전하는 기관을 말한다. 수사기관은 검사와 사법경찰관리로 이루어지는데, 이 두 조직 간의 상하 관계는 매우 뚜렷하여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명령을 따르도록 되어있다. 'CSI-과학수사대'는 사법경찰관리의 역할과 검사의 역할 일부를 공유하는 조직.. 2004. 6. 14.
누가 음악을 작곡하는가? * 다시 '괴델, 에셔, 바흐'다 ... 컴퓨터에 의해서 작곡된 음악의 경우만큼 저자와 메타-저자 사이의 차이에 대한 문제가 첨예화된 적이 없다. 작곡 행위를 할 때 프로그램은 여러 개의 독자성 층위들을 동원한다. 벨 연구소의 맥스 매튜스는 컴퓨터에게 작곡을 하도록 명령했고, 그 결과물로 인해 "메타-저자"의 문제가 거론되었다. 그는 "조니의 개선"과 "영국군 척탄병" 이라는 두 개의 악보를 입력하고는, 컴퓨터에게 '척탄병'에서 '조니'로 연결되는 곡을 만들도록 했다. 이것은 그의 기록이다. - 그것은 꺼림칙한 음악적 체험이기는 하지만,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특히 리듬이 전환될 때 그러하다. "영국군척탄병"은 바장조로 된 2/4박자이며, "조니"는 6/8박자였다. 2/4박자에서 6/8박자로 넘어가는 변.. 2004. 6. 14.
책의 수직선과 수평선 활자중독이 아니냐는 말도 듣기도 하였으나, 실상 나는 상당히 '난독亂讀'에 속한다. 손에 잡히는 책을 읽다가는 내팽게친 뒤 다른 책을 읽는 식이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또 읽어 외우기까지 하는 사람에 비한다면 나의 책읽기는 소모적이고, 생산적이지 못하여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정보를 기록하는 매체로서의 책은 상당히 뒤늦게 발명되었다. 얇고, 가볍고, 기록하기 편하고, 미세한 기록이 가능하며 수정이 가능한 '종이의 발명'이 없었다면 책 역시 존재할 수 없었다. 종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정보는 파피루스나 양피지 등 좁은 공간을 활용해 기록되었으며, 그 안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아이콘(도상)과 다이어그램(도표)를 필요로 했다. 그로 인해 정보는 서술적인 내용 보다는 해석하기.. 2004. 6. 14.
0과 1의 세계 20세기는 무엇보다 인간 삶의 '물질적 조건'이 현저하게 달라진 시대였다. 17세기에 형성된 새로운 세계 인식이 20세기에 이르러 실질적인 물질적 변화를 야기한 것이다. 17세기의 과학 혁명은 함수의 개념을 탄생시켰다. 과학은 사물의 운동에서 생산이 가능한 측면만을 뽑아냈다. 이렇게 생산된 양(量)들 사이에 성립하는 일정한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과학적 세계 인식의 핵심이었다. 인간의 관심은 자신에게 주어진 양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있었고, 그 양은 다시 새로운 양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결국 자본주의로의 폭발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20세기말에 이루어진 기술 혁명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현대 기술 문명은 기계적 차원이 아니라 전자적 차원의 기술이며, 동시에 물체를 조작하는 기술이 아니.. 2004.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