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공주였을까?
마침내 그녀는 지하왕국으로 돌아간 것일까?
이 영화의 끝은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나에게는오필리어가 끝내 지하왕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비춰진다.
피 흘리며 쓰러진 오필리어는 황금빛 궁전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 안식을 찾지만 그 모든 것이 내게는 그녀가 죽음에 이르러 바라 본 환영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가.
해피앤딩이라고 하기에피흘리는 오필리어의 모습은 지나치게 처연하다. 지하왕국에서의 장면 이후 다시 현실의 비탄(오필리어를 향한 메르세데스의 슬픔)이 자리하는 것 역시더 큰 비감을 자아낸다.
설령 그녀가 공주인 자신의 신분을 찾아 지하왕국에서의 영원한 삶을 되찾았다 해도 이것은 온전한 해피앤딩이 되지 않는다. 현실에서의 그녀는 여전히 죽은 채로 어두운 미로의 중심에 누워있으며, 그 죽음은 잔혹한 현실의 파편에 불과하다. 남겨진 이들에게 오필리어는 왕국의 공주가 아니라 부당한 죽음의 결과물일 뿐이다.
용기와 인내, 희생의 3가지 시험을 통과하면 다시 공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오필리어를 행동하게 하였다지만, 현실에서는 용기와 인내, 희생을 모두 치르고서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삶을 마주할 뿐이다. 숲의 저항군은 작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들 앞에는 무수한 패배가 놓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돌아갈 지하왕국이 없지 않은가.
작은 승리조차 쉽게 구할 수 없는 현실과, 3가지 미덕을 모두 행하고서도 불합리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패배가 있지 않은가.
내게 오필리어는 판에게마저 이용당하고 만 소녀로 생각될 뿐이다.
이렇게나 비관적으로 영화가 읽히는 것을 보니, 요즘 내 삶이 어지간히도 팍팍하다는 생각이 든다.
* 덧붙임 : 어제 '어린왕자' 오디오북을 MP3 파일로 다운로드 받아 들어보았다.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10년도 전의 일이다. 그러다 문득 이 영화와 어린왕자의 마지막이 겹쳐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 뱀에게 물리는 것을 선택하는 어린왕자의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그는 정말 돌아간 것인지.. 그런 것들이 슬프게 느껴졌던 책이었는데.. 이 영화가 그런 점을 많이 닮아있었구나 싶다.
'어린왕자'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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