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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더블 타겟 : 그래서 처음 한 발이 중요하다

by 늙은소 2007. 5. 6.
더블 타겟

감독 안톤 후쿠아

출연 마크 웰버그

개봉 2007.04.26 미국, 125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밥 리 스웨거(마크 윌버그)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저격수다. 에티오피아 작전에 투입된 그는 자신들을 지원해주기로 한 본부로부터 외면당한 채, 절친한 동료마저 잃게 된다. 3년 뒤, 은둔해 있는 스웨거에게 국가 고위 간부란 자가 찾아온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기도를 막아달라는 존슨대령(대니 글로버)의 요청에 그는 결국 응하게 되고, 저격에 적합한 장소와 시간을 예측해준다. 그러나 대통령 암살기도가 발생한 순간, 스웨거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은 계획된 함정이었다. 스웨거는 대통령 암살기도범으로 지목되고 FBI와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자들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누명을 쓴 주인공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영화의 패턴을 따라, 스웨거 역시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자신을 함정에 몰아넣은 자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더블 타겟]은 남발하는 총격 대신, 정교한 기술로 무장한 스나이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 영화이다. 자신이 상대해야할 대상의 규모와 크기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혼자 힘으로 적을 상대하는 스웨거는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처럼 무모해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저격수답게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정확한 한 발을 조준하기 위해 호흡을 잠시 멈추는 모습은 숨 돌릴 틈 없게 만드는 일반 액션영화와 다른 지점이다. 총을 잘 쏘는 것과 저격의 차이는 이런 것이다. 저격은 자신이 목표한 것을 제거하기 위해 존재하며, 성공확률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과녁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함과 동시에 주위의 변수들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자신의 도주로까지 확보해야하는 것. 시야의 확보와 바람의 세기, 주변 사물들의 움직임들까지.. 고려해야할 대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처음 한 발이 중요한 것이다. 처음 한 발이 실패했을 경우, 대상은 즉각 이를 알아차리고 몸을 숨길 것이며, 현장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저격수는 더 이상 현장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총알을 마구 남발하다가는 시간을 허비하게 되고, 그 사이 상대방은 자신이 숨어있는 위치를 찾아 반격해올 것이 분명하다. 체스게임의 처음 한 수가 중요한 것처럼 저격에도 처음 한 발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더블 타겟’은 두 개의 목표라는 의미이다. 스웨거에게 있어 두 개의 타겟은 누명을 벗는 것과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존스대령에게 있어 목표는 암살 대상인 에티오피아 주교와, 누명을 쓰고 암살범 역할을 맡을 스웨거이다. 그러나 존스 대령은 하나의 목표를 놓치고 만다. 저격의 룰로 보자면 처음 한 발이 빗나간 것이라 할 수 있다. 목표가 몸을 숨기고, 상황이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로 채워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때 저격수가 결정해야할 것은 임무를 완수하느냐, 일단 후퇴하느냐이다. 존스 대령은 전자를 택한다. 스웨거를 제거하기 위해 일을 시끄럽게 하여 오히려 덜미를 잡히고 만다.

영화에서 스웨거는 날카로운 저격수에서 맥가이버로, 다시 존 맥클레인으로 변신하며 다재다능한 액션영웅의 모습을 선보인다. 그러나 그가 상대하는 적은 기대한 만큼 높은 전략을 구사하지 못한다. 과도한 액션을 선보이기보다 조금 더 냉정하게 서로의 전략을 겨루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쉽게 죽어버리는 악의 세력들이 오히려 기운 빠지게 한다. 호흡을 잠시 멈춰야 하는 저격수의 정밀함처럼 영화가 좀 더 치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