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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용호문 : 어느 미용실 협찬이었을까?

by 늙은소 2007. 5. 8.

용호문

감독 엽위신

출연 견자단,사정봉,여문락

개봉 2007.05.10 홍콩, 89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허비한 돈과 시간이 아까워 눈물 흘리게 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해당 장르 전체를 싫어했던 것인지 본인의 취향을 되짚어보게 하는 영화도 있다. 싸구려 슬랩스틱 코미디는 몸개그를 태생적으로 거부하는 것인지 의심하게 한다. 결국 그 의심은 무한도전을 보며 몸개그를 싫어하지 않음을 확인할 때까지 계속된다. [용호문]은 무협영화 자체를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영화가 문제인 것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왕강룡과 왕복호 형제는 거대 범죄조직인 나찰문의 세력이 날로 커지자 자신들의 이름을 따 ‘용호문’이라는 무술관을 세우고, 핍박받는 이들을 보호하고자 노력한다. 왕복호에게는 어린 두 아들 왕소룡(견자단)과 왕소호(사정봉)가 있었다. 이복형제인 소룡과 소호는 아버지의 이혼으로 헤어지게 되고, 어린 소호는 큰아버지와 함께 용호문에 남는다. 그러나 어머니의 이혼으로 용호문을 떠나게 된 소룡은 어머니마저 잃게 되어 의지할 곳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그런 그를 거둬 길러준 이가 마곤이다. 이제 왕소룡은 마곤의 경호원이 되어 마곤의 범죄조직을 보호하는 입장이 된다.



범죄조직 나찰문의 사업 허가권을 둘러싼 조직간 분쟁 속에서, 소룡과 소호는 서로 적이 되어 재회한다. 소룡은 용호문으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자신의 은인인 마곤을 차마 떠날 수 없는 처지이다. 그는 마곤에게 범죄조직을 청산할 것을 권유하고, 마곤이 결국 이에 응하면서 나찰문의 보스 화운사신에게 배반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설상가상 마곤의 배신에 용호문이 관련되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사태는 나찰문과 용호문의 대결로 확대되고, 고수들 간의 싸움과 복수의 무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용호문]은 홍콩 만화계의 대부인 황옥랑(黃玉郞)이 1975년부터 30년간 연재한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황옥랑의 대표작은 전통 무협물인 ‘천룡팔부’나 ‘신조협려’ 등이 있으며, ‘용호문’과 같이 현대를 배경으로 한 변형된 무협물도 포함되어 있다. 30년간 연재되어 온 만화를 한 편의 영화로 제작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모한 일일 수 있다. 특히 ‘용호문’의 경우 일반적인 무협물의 특징인 판타지적 속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시대배경은 현재인 까닭에, 황당한 전재를 그대로 용인하지 못하고 자꾸만 리얼리티의 부재를 생각하게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신 기종의 핸드폰으로 전화번호를 주고받다가 느닷없이 천계와 지옥계를 암시하는 풍경이 등장하니 어찌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악의 세력을 대표하는 나찰문의 ‘나찰’은 불교에서 악귀라는 의미로 쓰인다. 그에 걸맞게 나찰문의 본거지는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 전혀 다른 세계의 풍광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와 반대로 백운산 꼭대기에 자리한 거대한 불상은 천계를 암시하며 죽어가는 주인공을 살리고, 그들에게 무림의 비법을 전수해주기까지 한다. 액션은 리얼하지만 설정은 황당하고, 인물들의 의상은 현대적이지만 헤어스타일은 고루하다. 이런 모순이 바로 [용호문]의 한계이다.


견자단은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블레이드2]의 액션감독으로도 활약할 만큼 뛰어난 무술실력을 지닌 이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의 나이 벌써 40대 하고도 중반. 80년생인 사정봉의 형으로 나오기에는 주름진 얼굴이 안쓰럽다. 뛰어난 무술 실력에도 불구하고 견자단의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마다 이제는 사극 전문배우가 된 최수종을 보는 것마냥 ‘어쩔 거냐 저 주름’ 소리 절로 나오고, 가려보겠다고 머리카락에 힘 준 것마저 안타까워 울 수도, 웃을 수도 없게 된다. 그렇다, 이 영화. 너무 힘이 들어갔다.



사람의 눈이 두 개 인 것은 두 눈의 초점거리를 통해 사물과의 거리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만큼 두 눈 모두 또렷하게 뜨고 있어야 튀어나온 간판에 머리 부딪히지 않는다. 그런데 무술 한다는 이가 앞머리로 오른쪽 눈을 가리고 다녀서야 쓰겠는가. 그것도 주인공 3명 모두. 서로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왼쪽 2:8 가르마에 코끝까지 내려오는 앞머리라니. 머리카락이 눈을 찔러 어찌 싸울까 걱정부터 앞선다.


[용호문]은 리얼 액션임을 강조하는 영화이다. 무술 실력 뛰어난 이가 특수효과의 덕 안보고 직접 화려한 무술을 선보이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고 미덕이다. 그렇다면 그 리얼함을 좀더 정직한 화면에 담았어야 옳다. 신비감을 조성하기 위해 화면 전체를 뽀얗게 처리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컬러대비용 조명까지 등장하니 화면은 예쁘되 이것이 무술영화임을 잊게 하고, 주인공의 발차기는 오히려 그 생생함이 훼손되고 만다. 그래 뭐든지 폼이 중요하기는 하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사람들도 여럿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이 폼에 죽는 것은 폼 잡다가 죽는 경우이기 십상이다. 진정한 고수는 폼 따위 신경 쓰지 않아야 고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