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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판타스틱4-실버서퍼의 위협 : 나는 이 시리즈 반댈세

by 늙은소 2007. 8. 10.


판타스틱 4 - 실버 서퍼의 위협

감독 팀 스토리

출연 이안 그루퍼드,제시카 알바,크리스 에반스,마이클 쉬크리

개봉 2007.08.08 미국, 93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우주 탐사 과정에서 방사능에 노출돼 유전자변이를 일으키게 된 5명. 그 중 한 명인 본 둠은 악의 길을 택하고, 다른 4명은 영웅의 길을 걷게 된다. 전편에서 영화는 판타스틱 4의 시작을 소개하고, 숙명과도 같은 상대 본 둠과의 일전을 다루었었다.


시간은 흘러 2년 뒤, 모든 것이 평온하기만 한 지구에서 판타스틱 4 일원들은 연예인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리더 격인 리드 리차드(이안 그루퍼드)와 연인인 수잔 스톰(제시카 알바)은 결혼 준비로 한창이다. 평범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수잔은 워커홀릭 기질이 다분한 리드에게 영웅의 삶보다 가정을 우선시해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 현상들은 그들의 결혼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하리라는 예감을 하게 한다. 


우주에서 찾아든 미스터리한 존재 실버 서퍼. 그는 피라미드에 눈이 쌓이게 하는가 하면, 자신을 투명하게 만들어 건물을 통과하고 순식간에 우주로 날아오르는 등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실버서퍼가 출현하였던 행성들은 7일 이내에 모두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된 판타스틱 4는 결혼을 연기한 채 실버서퍼와 맞서기 위해 출동한다.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물에서 영웅들은 이중적인 삶을 살아간다. 영웅의 삶과 현실의 삶을 분리하는 것은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할 뿐 아니라 만약의 경우 악당이 자신의 주변인들을 인질로 삼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이중적인 삶을 지켜보는 것은 답답할 때가 많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영웅으로 변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어오는 상대에게 묵묵히 당할 수밖에 상황들. 영화를 보며 이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속 터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당신들이 무시하고 있는 클라크 켄트가 슈퍼맨이라는 사실을. 사진 값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있는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임을. 영화 속으로 들어가 큰 소리로 알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판타스틱 4]는 이중적인 삶을 살지 않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지구의 전 인류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사된 우주선에 탑승한 과학자들이, 하루 아침에 초능력자가 되어 돌아왔고, 그 사실은 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목격된다. 그들은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이 노출된 삶을 살아간다. 영웅대접 제대로 받고 어느 누구하나 함부로 대하는 일 없는 그들의 삶은 할리우드 연예인과 다를 바 없는 화려함을 지니고 있다. 

[판타스틱 4] 시리즈는 연예인화 된 영웅들의 이야기를 마치 연예뉴스 다루듯 취급한다. 불꽃으로 변하는 자니의 여자 친구는 어떤 옷을 입는지, 온 몸이 바위와 같은 벤 그림의 성생활은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이런 가십이 화제가 된다. 진지하기만 하던 리드조차도 클럽에서 여자들과 춤을 추며 자신의 화려한 초능력을 과시하지 않는가. 이쯤 되면 수잔과 리드의 작은 갈등은 리얼리티 쇼에서 봄직한 ‘보여주기 위한 갈등’ 정도에 지나지 않다.


‘판타스틱 4’ 시리즈는 여러 명의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탓에 '엑스맨‘ 시리즈와 같은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빈약한 스토리와 평면적인 주인공들은 이 시리즈의 큰 단점이다. 


연예뉴스를 보는 것 같은 지루한 영화 전반부를 정리해주는 건 '실버 서퍼'의 등장이다. 그 때문에 영화의 주인공이 판타스틱 4가 아닌 실버서퍼로 느껴지고,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로 부각되는 것이다. 결국 [판타스틱 4-실버서퍼의 위협]은 새로운 영웅 ‘실버서퍼’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한 영화가 되고 만다. 5명의 초능력자(본 둠을 포함한)의 힘을 모두 합한 것 이상으로 화려한 능력을 선보인 실버서퍼는 ‘판타스틱 4’보다 더 주인공다운 위용을 드러낸다.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판타스틱 4’ 시리즈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된다면 버라이어티 쇼같은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판타스틱 4 멤버의 매력은 부각되지 못한 채, 그저 출연한 게스트를 띄우는 그런 작품 말이다. ‘앙리’를 게스트로 한 ‘무한도전-앙리 특집’이 있는 것처럼, ‘실버서퍼’를 게스트로 한 이번 영화는 ‘판타스틱4-실버서퍼 특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