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선형적 사유

외계인의 신화 2

by 늙은소 2005. 1. 23.

5. 동 서양의 신화

신화 속에서의 동물들 역시 사회상을 반영하는 도구로 발전해왔다. 서양에서의 '용'은 인류와 대치하고 있는 무찔러야할 괴물이지만, 동양(한국과 중국, 일본으로 한정한다)에서는 신성한 동물로 대접받았던 것처럼, 지역과 역사를 통해 이 ‘새로운 생명체’는 끊임없이 소멸과 변화, 탄생의 과정을 겪었던 것이다. 

서양의 숲에 여성적이며 나비와 같은 곤충의 얇은 날개와, 작은 몸을 지닌 요정이 산다면, 동양의 숲에서는 신선이 은거하고 있었다. 또한 서양에 거인이나 거대한 용과 같은 괴물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면, 동양에서는 호랑이나, 여우와 같은 실제 동물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서양에는 사람의 몸과 동물의 몸을 섞인 존재가 있어 신성과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으나, 동양에는 동물이 사람으로 둔갑을 하는 경우만 있을 뿐, 사람의 몸에 날개를 달거나, 말이나 물고기의 하체를 결합하는 일은 없었다.

이러한 차이는 동양과 서양의 회화에서의 드러난다. 동양화의 경우 산수화가 1000년도 넘는 오랜 역사를 통해 발달해왔다. 특히 거대한 산과 폭포 속에 미약해 보이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서양의 경우 정물화나, 인물화 위주로 발달했을 뿐, 풍경을 그림으로 담은 역사는 300년 이 채 안되며, 그 내용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동양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거대한 산이나, 겹겹이 중첩된 산이 아닌, 우리가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정도인 숲의 일부가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양의 철학이 도가 사상의 영향을 받아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시도를 했음에 반해, 서양은 이성주의와 실용적인 측면으로 자연을 정복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간데서 오는 차이이다. 또한 서양은 시작과 끝이 있는 종교관으로 인해 종말을 직시하며 살아왔으나, 동양은 윤회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순환적인 종교관 속에서 영겁의 시간개념을 살아왔던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서양의 외계인만을 만났을 뿐이다. 동양과 서양의 자연에 대한 태도와 괴물이 상징하는 것이 분명한 차이를 지니듯이,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낸 외계인의 대부분은 특정한 가치와 목적에 따라 일정한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대부분의 서양적인 사고에 입각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외계인은 ‘신’이나 ‘친구’, 혹은 ‘괴물’이나 ‘적’ 등으로, 철저히 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우리는 외계인을 어떻게 디자인해야하는가?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생명체를 창조해내는 작업이 아니며, 외계인이 어떠한 형태를 하고 있을 지에 대한 추적임을 밝힌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선 진화론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탕 위에, 지구와 거의 유사한 조건에서 발생 가능한 생명체를 상상해보는 일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나, 이와는 전혀 다른 존재 방식의 생명체에 대한 가능성을 결코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6. 외계인의 신화

외계 생명체란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명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생물학개론들이 모든 생물들은 생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 조건은 노새를 죽이거나 멸종시켜야 한다. 그것은 노새가 불임이기 때문이다. 또한 두 미생물학자가 한 바이러스의 구조와 기능에 대하여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나 그것이 살았는가, 죽었는가에 대하여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것은 생명의 조건에 대하여 모든 생명체에 적용 가능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한 까닭이다.  

우리가 화성에서 우연히 이상한 ‘조직화된 물체’를 만났고 다른 과학자들에게 그것에 관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이 물체에 대한 화학적 분석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생명체인지, 화성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형성된 암석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실제로 화성에서 떨어져 나와 지구로 떨어진 유성으로 추정되는 ‘앨런힐스’ 운석의 경우가 그렇다. 이 운석에는 PAHs라는 물질이 운석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데 PAHs를 생명체의 흔적으로 봐야하는가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1996년 NASA에서는 PAHs의 모양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35억 년 전에 발견된 지구 박테리아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주장하여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흔히 도입되는 ‘드레이크 방정식’의 기준으로 보면 화성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 그럼에도 수세기간 화성 외계인의 가능성이 논의된 것은 지구생물학의 유용한 접근방식을 외계의 생물에게 적용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구의 조건 하에서는 폭발과 같은 반응을 하는 물질들이 매우 낮은 온도에서는 안정한 유전계의 근거가 될지 모른다. 즉 매우 낮은 온도의 액체수소 바다에서 전혀 다른 구조의 생명이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나 SF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형태의 외계 생명체가 실제 존재하고, 이들이 지구에 등장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답은 더욱 어려워진다. 어쩌면 이미 지구에 도착하여 우리의 행동을 살펴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정신체의 형태이기 때문에 우리의 감각으로 발견하지 못하거나, 혹은 이미 그들에게 점령된 상태인지도 모른다. 영화 'body snatcher'처럼..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우리와 비슷한 구조의 생명체가 형성될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지난 2000년 동안 인간을 매혹시켜왔다. 태양과 같은 별들이 1천억 개나 모여있는 우리은하 안에 지구와 같은 푸른 행성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 생명체가 탄생하여 인류와 같은 지적문명체로 진화할 가능성을 밝혀내기 위한 과학지식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1960년 미국 동부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그린뱅크에서 열렸던 ‘지구 밖 생명체에 관한 그린뱅크 회의’에서 코넬 대학의 프링크 드레이크 박사는 다음과 같은 식을 제안하였다. 

 N = R x fp x ne x fl x fi x fc x L


* N 은 우리 은하 내의 지적문명체의 수이다. 문명의 수준은 전파 교신 능력이 있거나, 전파를 검출할 수 있는 정도로 본다.
* R 은 우리은하 내에서 1년에 생성되는 별의 수로 우리 은하 내에 있는 별의 수를 평균수명으로 나눈 값이다.
* fp 는 별 중에서 행성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다. 대체로 태양형 별의 50%가 별이 탄생할 때 행성계를 가진다고 알려졌으나 태양계의 경우도 목성이 더 많은 가스와 먼지를 끌어들였다면 태양과 쌍성이 되어 지구와 같은 행성계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 ne 은 행성계 내에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의 수이다. 여기서 생명이라 함은 지구와 유사한 생명의 기반을 지니고 있어서 단백질과 핵산으로 시작하여 DNA를 형성할 수 있는 확률을 말한다. 그러기 위하여는 우선 표면이 단단한 지구형행성이어야 하며, 태양과의 거리가 적당히 떨어져 있어 생명체가 의지할 수 있는 적정한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또한 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나 수증기를 포함하여 대기가 쾌적하며 이들을 우주로 흩어지지 않기 위한 중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모성에서의 거리가 0.85~1.05 AU)에 해당해야한다.
* fl 는 지금까지의 조건에 해당하는 행성에서 생명체가 발생할 조건이다. 이미 실험을 통하여 원시대기와 원시 바다에서 아미노산이 합성되는 것을 증명한 일이 있어 이 가능성을 100%로 보는 과학자도 있으나 생명의 탄생을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 fi 는 생명체가 지적문명체로 진화할 확률이다. 지구의 역사 속에서도 10여번의 대절멸의 위기가 있었고, 생명이 시작된 외계의 행성이 이러한 위기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 fc 는 지적문명체가 다른 별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통신 기술을 가질 확률을 의미한다. 지구의 문명은 20세기 초까지 다른 별과 통신할 만큼의 문명을 발달시키지 못했다. 
* L 은 기술문명이 존속하는 기간을 말한다. 진화된 문명이 영원히 존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류문명만을 생각해보아도 기술 문명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00년 정도인데 핵전쟁이나 환경파괴와 같은 인공적인 요인, 화산이나 소행성 충돌 등의 자연적 요인에 의해 자멸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제까지의 항수를 모두 구하여 곱한 값 ‘N’ 은 낙관론과 비관론의 입장에 따라 매우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즉 지구 밖에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은 지구 외에 없다는 입장에서 10만개를 넘을 수 있다는 입장까지 다양하다.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시 근처 사막에 UFO로 보이는 비행물체가 추락했다. '50년, 이 UFO에 탑승했던 외계인을 생체 실험했던 비디오가 1995년 공개되고 UFO의 잔해로 보이는 금속조각이 발견됨으로써 이 지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X-파일’역시 로스웰의 외계인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로스웰 필름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키가 150~180cm이며 손가락과 발가락이 6개씩이다. 인간보다 큰 머리와 까만 눈을 가지고 있으며 갈비뼈도 없어 보인다. 귀와 코는 인간보다 모양이 작으며 이빨과 배꼽이 없다. 

이와 함께 UFO에 끌려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317명을 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뮤폰보고서를 통해 외계인의 모습을 추정해보도록 하자. 이들이 본 외계인의 피부색은 회색이 28%, 흰색이 14% 검은색 13% 등으로 다양하며 푸른색, 녹색이라는 대답도 있었다. 키는 86%가 90에서 140cm라 답했다. 눈은 검은 색이 80%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외계인의 의상은 긴 망토를 입었다고 답한 사람이 37%, 낙하복이나 작업복이라는 대답이 23% 누드가 22% 등이었다. 외계인의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서는 걷는다는 응답이 51%, 공중에 떠있거나 미끄러진다는 답이 41%였다.

그렇다면 이들이 봤다고 주장하는 외계인의 모습과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모습이 지구인과 흡사한 구조인 것은 과연 상상력의 한계 때문인가? 혹은 진화는 필연적으로 두개의 팔과 다리를 지니고, 두개의 눈, 두개의 귀를 가지며 직립보행을 하는 현재의 인류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일까? 외계인들은 인류와 유사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지니는 것일까? 그러나 생명의 진화 과정을 역으로 추정하여 전혀 다른 시작, 혹은 동일한 시작에서라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의 발달을 상상할 수 있다. 세포로부터의 시작이 아닌 다른 구조체를 기초로한 생명체가 있을 수 있으며, 혹은 공룡이 멸종하지 않고 진화하여 파충류가 지배하는 행성(80년대 TV에서 방영된 시리즈물 ‘V')을 상상할 수도 있다. 또한 척추동물이 등장하기 이전에 지구를 지배한 암모나이트가 진화를 계속하여 문명을 형성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외계인이 존재하여 지구를 찾아온다면 현재의 지구보다는 상당히 발달된 과학과 문명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현재 지구의 과학은 인간의 DNA 배열을 나타내는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는 과정에 이르고 있다. 얼마 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인류는 자신의 유전자를 수정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게 되었다. 또한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한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보다 확대되었다. 이미 연구가 진행중인 가상체험이 보다 발달하여 인간의 뇌와 컴퓨터 하드웨어간의 직접적인 연결이 가능한 미래의 모습은 이미 몇몇 영화나 에니메니션(일본의 공각기동대 등)에서 소개되고 있다. 의학적인 측면에서도 일부분의 장기 이식이 가능하며, 최근 인공각막 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한다. 혹은 초능력이 과학적으로 입증, 연구되어 인간의 잠재능력이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과거 1000년 간 인류의 평균 신장이 2,3 cm 증가했으니 앞으로 1000년 뒤에 인류는 지금보다 더 키가 클 것이라는 상상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스티븐 호킹은 ‘LIFE IN THE UNIVERSE'에서 DNA가 생명의 전구체를 대체했듯이 새로운 생명 형태가 궁극적으로 DNA를 대체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지구를 찾아오는 외계인은 우리의 기준에서 보면 복잡한 기계덩어리이거나, 컴퓨터 바이러스와 같은 형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했을 때 외계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을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화론을 바탕으로 하여, 지구와 비슷한, 아니 지구와 똑같은 환경을 놓고 시작한다 해도 무수한 변수들의 작용 하에,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종류의 생명체가 등장할 수 있다. 어느 것도 외계인이라고 할 수 없으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 다 외계인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주의 정확한 크기도 모르며, 몇 개의 행성이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지 모른다. 만약 우주의 크기가 무한이고, 행성의 수가 무한이라면, 생명체의 형태 역시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종류를 가지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어쩌면 앞서 상상력의 부재라 말하였던 파리 인간이나, 지렁이 괴물도 생각보다 높은 존재 가능성을 확보하게 될 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명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가에 따라 앞으로 개발될 복제 인간, 특히 장기 이식용으로 복제된 대뇌만 없는 인간과 같은 존재를 생명체로 보느냐 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내용을 다루는 문학이나 영화, 만화 등도 등장할 것이데, 문제는 이러한 것을 제작하는 이들의 태도에 있다. 현대의 대중문화는 생명체를 흥미거리 정도로 밖에 취급하지 않고 있다. 언젠가 지구를 방문하게 될 E.T. : The Extra- Terrestrial 의 모습을 알아 맞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존중되어야 할 생명체로서 외계인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비선형적 사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 서울.  (1) 2005.02.09
연예인 X파일 - 곁가지 생각  (0) 2005.01.26
외계인의 신화 1  (0) 2005.01.23
타인의 고통  (1) 2005.01.19
피에르 키리아 - 고독의 피에로  (0) 2005.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