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대 히트상품

‘2004년 10대 히트상품’에 대한 보고서가 상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되었다.이를 통해 2004년 한 해 동안의 소비 트랜드와 사회변화를 생각해본다.

1위 - 싸이월드

2위 - 복합기능휴대폰

3위 - 비타 500

4위 - 한류스타(욘사마)

5위 - 대용량 MP3

6위 - 저가 화장품

7위 - 파리의 연인

8위 - 마법천자문

9위 - 주택장기대출

10위 - 매운 음식

싸이월드(1위)

2004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된 싸이월드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서비스의 관점(기능과 구조)과 사용자의 관점(노출증, 관음증)을 넘어선 것으로서, 시장과 기술의 변화와 함께한다.

이것은 2001년 히트상품인 OK캐쉬백(당시 2위), 2002년 히트상품인 컬러휴대폰(당시 2위), 2003년 히트상품 디지털포토(1위)가 이미 시장에 발판을 마련해놓은 뒤에라야 가능한 성공이었다. 사용되지 않고 누적된 OK캐쉬백을 디지털아이템으로 소비시키기 위해 인수한 싸이월드가 디지털앨범 역할을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와 카메라 핸드폰이 빠르게 보급되었으나, 이를 출력하여 보관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법의 개발은 큰 진전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싸이월드는 디지털 이미지를 보관하고, 관리를 용이하게 해주며, 이를 통해 가까운 이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만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복합기능휴대폰(2위) / 대용량 MP3(5위)

‘디지털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핸드폰’간의 치열한 경쟁이 심화된 한해였다.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은 화소수가 쟁점이 되었고, MP3 플레이어는 용량을, 핸드폰은 즉석 다운로드서비스로 경쟁을 벌였다. 2004년 누가 승리했는가보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되리라는 것에 주목해야한다. 이미 컴퓨터와 TV간 주도권 경쟁이 한창이며, 온 오프라인 통합, 데스크탑 검색과 인터넷 검색의 통합이 이야기되고 있다. 구글이 하는 사업과 MS가 하려는 사업, 삼성전자와 SK가 하려는 사업이 모두 같다고 생각해보자.

거리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감시당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와 TV의 경계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감시당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찾아오지 않을까?

파리의 연인(7위)

50부작이나 되는 대장금을 제치고 두달 남짓 방영된 파리의 연인이 7위에 오른 이유는 드라마의 시청률이나 영향력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은 PPL(간접광고)의 규모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최초의 사례이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사극열풍은 드라마 속 주인공의 광고수입을 높이는 데에는 일조를 했으나, 간접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트랜드 드라마의 경우에도, 주인공의 악세사리나 의상과 같은 패션소품이 유행하는 정도였을 뿐,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외주제작 드라마의 수가 증가하면서 초기 제작비를 확보하기 위한 PPL이 본격적으로 드라마에 적용된 것이다. 파리의 연인은 애초에 PPL 예산을 확정하고 거기에 맞춰 드라마가 설정된 경우이다. 금방 복제되어 길거리에서 팔릴 목걸이 따위를 주고받는 것 보다, 거액의 광고비를 받아낼 수 있는 최신형 핸드폰을 선물하는 주인공이 필요했던 것.

매운 음식(10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던 불닭이 매운 갈비찜, 매운 삼겹살, 매운맛 피자, 매운맛 새우깡 등 거의 모든 음식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청양 고추만으로는 모자란 듯 각 나라의 맵다는 온갖 소스가 한데모인 이 매운 음식들은 맛있다기보다는 매저키스트에 가까운 자해처럼 여겨진다.

내 경우 느끼한 음식으로 속이 답답할 때 매운 음식을 찾곤 한다.또한스트레스로 지친 상태일 때에도 매운 음식이 끌리곤 한다. 훑어 내려가는 듯한 매운 맛의 자극이 답답한 속과 마음을 씻어 주리라는 기대가 담긴 선택이다. 그러나주의할 사항이 있다. 위염 초기 증상일 때에도 매운맛을 찾게 된다는 것. 통증을잊기 위해 다른 고통을 불러들이는 격이다.

삶도 그렇지 않은가. 괴로움을 잊기 위해 다른 괴로움을 불러들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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