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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80419

by 늙은소 2018. 4. 22.

바나나스콘을 만들었다.

역시나 먹을만 하지만 누구에게 주거나 파는 것은 불가능한. 그런 맛이었다.


'오늘은 스콘을 만들겠어 그것도 바나나스콘으로!' <-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일주일 전 바나나를 두 송이 샀는데(두 송이를 사면 많이 깎아준다기에 그만) 하루에 두 개씩 먹어도 다 먹질 못해서 마지막 하나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남아있던 게 일의 시작이었다. 매일 바나나를 먹어서 이미 질린 상태인데다 원래 푹 익은 바나나를 썩 좋아하질 않았다. 그러다보니 하나 남은 게 영 손이 가질 않았다.

바나나를 구워 먹으면 맛있다는 말이 생각나 전자렌지에 넣고 돌려보기로 했다. (굽는 게 맛있다고 했지 전자렌지에 돌리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굽는 건 귀찮아서 그만..)

껍질을 벗긴 바나나를 그릇에 담고 전자렌지로 익혔는데 꺼내놓고 보니 먹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이걸 어쩌지 그냥 버려? 우유를 부으면 바나나라떼가 되지 않을까? 그래 우유를 넣어보자.

그렇게 익힌 바나나에 우유를 붓고 맛을 보니 차라리 차가우면 바나나우유처럼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걸 어쩌지 그냥 버려?

여기다가 버터와 계란을 넣고 머핀 믹스를 석은 다음 구워보면 어떨까? 바나나머핀을 만들 수 있을 지도 몰라. 익힌 바나나라 아직 뜨거운 상태니 버터를 넣으면 알아서 잘 녹을 것 같군.

바로 실행에 옮겼다. 버터 넣고 계란 넣고... 잘 풀어준 다음 머핀 믹스를 찾으니..... 지난 번에 머핀 만드느라 다 쓰고 없지 뭔가. 어쩌지??? 고민하다 부엌 찬장을 뒤지니 핫케익 가루가 나온다. 그래 뭐 이것도 빵인데 안될 거 뭐 있나. 싶어 머핀 믹스 대신 핫케익 가루를 넣고 섞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달 것 같은 거다. 핫케익 가루도 자체적으로 단 맛이 들어있는데 익힌 바나나가 너무 달았던 게 영 부담스러웠다. 해서 수제비 만든다고 산 중력분 밀가루를 투하하기 시작했다. 뭐든 되겠지. 

그렇게 이것저것 추가된 반죽에 크랜베리를 왕창 넣은 다음 머핀틀에 적당히 나눠담은 후 오븐이 아닌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굽기 시작했다. (에어프라이어로 간단한 빵도 만들 수 있다기에 그것도 시험해볼 겸) 

생각보다는 꽤 그럴싸한 형태로 빵이 만들어졌다. 맛을 보니 딱 스콘과 비슷했다. 아마도 밀가루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핫케익 가루만 넣었다면 좀 더 부풀어 오르고 빵도 부드러웠을 텐데 밀가루를 너무 많이 넣었던 모양이다. 


웃긴 건... 바나나 하나를 실제로 넣어서 만든건데 바나나 맛은 거의 나지 않고, 인공바나나향이 강하게 난다는 점이다. 요리를 한 게 아니라 연금술을 한 기분!

이렇게 오늘도 실패한 요리를 성공한 연금술로 포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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