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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월드컵 2010 월드컵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경기는 다섯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기 중반 쯤 경기를 보기 시작하면, 대부분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승패의 결과를 확인하겠다는 집념보다는, 승부가 결정됐음을 알리는 휘슬 소리와 함께 감정을 쏟아내는 선수들에게 중독되었다. 어쩌면 그 순간의 그들을 보기 위해 전 후반 90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내게 있어 월드컵은 90분의 축구 경기가 아니라, 90분이 지난 후 달리기를 멈춘 22명의 감정이 폭발하며 엉키고, 위로하며 흐느끼는 그 몇 분이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연기와 함께 사라질 때 사람들은 TV를 보며 '영화에서 보던 일이 벌어졌다'며 경악했다.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같은 일'이라는 표.. 2010. 7. 13.
고지도의 현재성 예일대에서 순수미술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데이빗 럼지(David Rumsey)는 예일대 미술 전문대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해왔다. 그는 1983년부터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다룬 18~19세기 고지도를 수집하기 시작해 15만 점의 지도를 모았고, 이후에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의 고지도를 수집해 컬렉션은 22만 점에 이르게 된다. (최근 그는 평생 모은 고지도 22만점을 스탠퍼드 대학에 기증했다) 그는 이 중 2만여 개의 지도를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공개해왔다. www.davidrumsey.com 최근에는 구글 어스에서 그의 고지도 컬렉션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Second Life에서도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구글 어스로 구경하다가 1800년대의 샌프란시스코 지도를 열어보.. 2010. 7. 8.
생각의 탄생 - 형상화, 시각적 사고 생각의탄생다빈치에서파인먼까지창조성을빛낸사람들의13가지생각도?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지은이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에코의서재, 2007년) 상세보기 지난 주말, [생각의 탄생](에코의 서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저)을 잠시 읽었다. 특히 관심이 간 영역은 2장 '형상화'로, 평소 주어진 정보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을 즐기기에 유용한 방법이 기술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자리했다. 책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각적 형상화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왔는데, 그게 또 그렇진 않은 모양. 책에 의하면 삼각형을 떠올리도록 하였을 때 그것을 이미지화 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며, 한계 역시 다양하다고 한다. 삼각형을 아예 이미지화하지 못하는 사람, 떠.. 2010. 6. 28.
무협을 SF장르로 넣어본들 어떠리 * 첨부한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제작사에 있습니다. 1. 무협을 SF 장르에 넣어볼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 [프렌즈]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은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레이첼은 치과의사 부인이며, 로스는 레즈비언임을 자각하지 못한 아내와 결혼생활을 유지 중이다. 조이는 잘 나가는 TV스타며, 모니카는 뚱뚱한 요리사로 남자경험이 전무하다. 우리가 흔히 하는 이야기. ‘고3으로 돌아가 제대로 공부했다면 지금쯤 다르게 살고 있을 텐데’와 다르지 않다. 혹은 어머니의 넋두리. ‘너희 아버지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의 또 다른 버전? 이런 상상을 영화는 즐긴다. 예를 들면, [패밀리 맨]과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소재가 아닌 .. 2010. 6. 26.
집 잃은 아이 1960년 4월 19일, 동아일보는 지금 우리가 '4.19'로 부르는 역사를 기록한다. 그들은 그것이 어떤 이름의 역사가 될 지 알지 못한다. 다만 기록할 뿐. 4면짜리 신문의 한 구석. 전국의 데모 상황과, 이들을 진압하려하는 경찰의 입장을 빼곡히 실은 신문의 구석에서 아이를 찾는 작은 광고를 보았다. - 지금이라면 라든가 로 바뀌었을 광고. '잃다'는 길이나 방향을 찾지 못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사전의 정의에 의하면 '집을 잃는다'는 말은, 집으로 가는 방향을 찾지 못한다는 의미로도 쓰일 수 있다. 집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집과 나 사이의 통로가 사라졌을 때에도 '집을 잃었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 표현에는 '..으로 가는 길'이 생략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시원하고 고소.. 2010. 5. 14.
Google:MS / GoogleEarth:BingMaps / 360cities:Photosynth MS와 Google은 동일한 장소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1. MS Photosynth : Mesa Verde - Cliff Palace 2. 360cities : Mesa Verde - Cliff Palace Cliff Palace Mesa Verde National Park 1번은 Microsoft Live Labs에서 진행중인 Photosynth 서비스. 다양한 위치에서 여러 각도로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 3차원 공간에 맞게 배치한 뒤, 이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번은 Google Earth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360Cities. 이곳에서는 360도로 촬영된 파노라마 사진을 구글어스의 맵에 연결하였다. (이것은 구글이 직접 개발한 서비스는 아니다) 이것은 모.. 2010. 5. 6.
360cities : 부용정과 어수문 * 이 글은 구글 어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360cities'로 가상체험한 다음, '네이버백과사전'에서 부가정보를 찾은 후 쓴 것이다. 가본 적 없는 장소를, 사진과 몇 가지 정보들만 가지고 묘사하는 훈련이라고 할까. 대체 왜 이걸 훈련씩이나 하냐 물으면 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를 이런 식으로 묘사해보는 일도 시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 아니겠나. 창덕궁 부용정 동서와 남북의 길이비가 완만한 부용지(芙蓉池)는 물이 깊지 않음에도 그 속을 내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주변의 나무를 훑어 그 잎을 수면에 띄우니, 이를 즐기지 않는 자에겐 영락없이 죽은물로 느껴질 수 있는 일이다. 못의 사면을 두른 장대석은 단별로 교차하며 쌓였고, 같은 방식으로 원형의 인공섬이 소박하게 자리.. 2010. 5. 4.
순간이동 Vs. 인간복제 * 사용한 이미지는 리뷰를 위한 것으로, 권리는 제작사에 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승무원들은 순간 이동 기술을 통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한다. 그들은 이것을 '전송'이라 부른다. 이곳에 있던 내가 저곳으로 이동했음을 강조하기에 '전송'은 더할 나위 없는 표현이다. 그러나 기계가 전송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재조립을 위한 데이터 뿐이다. 그들은 어느 곳으로도 이동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기계는 신체 구성 물질을 스캔한 뒤 이를 데이터로 전환해 도착지점으로 전송한다. 전송기 위에 올라선 신체는 원자단위로 분해되며 비물질화가 진행된다. - 그들은 그렇게 소멸한다 - 그와 거의 동시에 도착지점에서는 전송된 데이터에 따라 새로운 신체를 구성한다. 여기서 무엇으로 신체를 만들어내는가는 중요하지.. 2010. 4. 29.
계량기 보는 남자 블로그 이웃되는 분의 글을 읽던 중, 전기 계량기를 외부에 노출하며 사는 삶이 낯설어졌다. 전에 살던 오피스텔은 전기와 수도, 난방, 온수 계량기가 모두 집 안에 있어 한 달에 한 번 이를 기록해 제출해야 했다. 이곳은 복도형 아파트로 집집마다 복도에 계량기가 노출되어 있다. 누구나 다른 집의 전력 사용량을 확인하는 게 가능한 구조다. 거주인이 집을 비웠을 때에도 검침원이 자기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계량기를 외부에 노출시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전력이나 수도, 난방, 온수 사용량'같은 정보가 비밀이 보장되어야 할 사적 정보의 영역으로 취급될 가능성은 없는지, 그것을 감추기 바라는 이들이 있다면 그 속사정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계량기 보는 남자'를 상상한다. 그는 취미 삼아 남의 집 .. 2010.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