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66 사랑은 너무 복잡해 : Start Line으로 돌아간 남자 사랑은 너무 복잡해(It's Complicated), 2009 감독 : 낸시 마이어스 출연 : 메릴 스트립(제인), 알렉 볼드윈(제이크), 스티브 마틴(아담) * 본문에 사용한 이미지는 리뷰를 위한 것으로, 권리는 제작사에 있습니다. 20년의 결혼생활 끝에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하게 된 제인(메릴 스트립)은, 이혼 후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남편을 용서하지 못한다. 이혼할 당시 10대였던 세 아이는 어느덧 장성해 자신을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성인이 되었고, 결혼 기간 내내 아이를 키우느라 시작하지 못했던 베이커리 샵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잡아, 제인은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그런데 아들의 대학 졸업식에 찾아온 전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와 하룻밤을 보내고 만 제인. 그 날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2010. 4. 23. 현실이 스릴러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웬만한 스릴러를 능가하는 요즘. 화요일 PD수첩이 수소폭탄이었다면, 오늘 보도된 추적 60분은 빙상장을 향해 레이팜탄을 투척한 셈이다. 전 국가대표와 가족, 전 현직 코치, 심판, 빙상연맹 관계자, 현 국가대표들이 저마다 주장을 하고, 서로 다른 말을 주고 받는다. 방송은 제목처럼 60분을 꼬박 할애하여 사건을 보도하였는데, 이제 나올까 저제 나올까 기다린 부분이 끝내 다뤄지지 않는다. 카메라는 연신 뱀의 다리만 쫓을 뿐이어서 대체 그 몸통과 머리는 어디로 갔는지 의아하다. 선수들 간 담합이 있으며 그것이 쇼트트랙계에서 관행처럼 여겨진다고 방송은 보도한다. 그런데 그 원인을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량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으로 일축하다니. '추적 60분'의 보도 태도는 폭탄은 던졌으되 .. 2010. 4. 22. 복권 당첨의 부작용 지난 주 수요일, 기차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걱정에 깊이 잠들지 못했다. 꿈에서 꿈을 꾸었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하는, 이중 꿈의 함정에 빠져들었다. 꿈에서 나는 잠이 들었고 복권 당첨 번호가 선명히 각인되는 꿈을 꾼 후 깨어났다. 그 번호 그대로 복권을 사야 하는데 설마 당첨이 될까 싶어 어물쩡 하루를 넘겨버렸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그 번호가 사실임이 입증되고 말았다. 꿈 속에서 어찌나 이를 한탄하였는지. 그러나 모든 것은 꿈이었다. 기차 안에서 꿈에서 꾼 꿈 속의 번호가 정확히 어떤 수인지 떠올려보려 했다. 이미 그 수는 6개에서 8개로 늘어났다. 22~26 사이에 숫자가 3개가 나왔는지 4개가 나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고, 7과 9가 혼동되니 복권에 6개의 숫자를 .. 2010. 4. 19. steampunk 1. 80년대 중반, 충격의 미니시리즈 'V'가 방영되었다. 드라마 방영 내내 남자애들은 몇몇 여자애를 '다이애나'라 부르며 공격했다. 한 반에 다이애나가 너무 많아지자 그 다음에는 다이애나 1, 다이애나 2... 이런 식으로 번호가 매겨졌다. 우리 반만 해도 9번까지 다이애나가 차고 넘쳤다. 공격은 단지 호칭에 그치지 않아, 몇몇 겁없는 남자애들은 다이애나로 불리는 여자애 앞에서 쥐를 삼키는 연기를 시연하기도 했다. 성적 매력이 충만한 다이애나의 얼굴이 벗겨지며 파충류의 피부가 드러났을 때,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어쩌면 소년들은 다이애나를 향한 성적 욕망에 수치심을 느꼈고, 자신을 속인 그녀에게 분노를 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평소 호감을 느끼면서도 이를 표현하기엔 두려운 여자아이들에게 .. 2010. 4. 12. 오만과 편견_1995 BBC 미니시리즈 1.오만과 편견 : BBC 미니시리즈(1995)1995년작 BBC 6부작 미니시리즈를 밤 11시에 보기 시작해, 해 뜰 무렵 마무리지었다. 책은 가지고 있었으며(민음사)-몇 년 간 읽지 않은 채-, 케이블 TV에서 몇 번이나 영화를 방영했음에도 계속 미뤄두었던 [오만과 편견]. 6편을 며칠에 걸쳐 나눠보려던 애초의 결심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상당히 흥미진진한 전개가 이어졌다. 경박하고 저속한 가족과 주변인들은 드라마 보는 내내 적응하기 힘들 정도. 그 점이 오히려 시대와 문화, 공간을 초월하는 편재적 고통이려나. 여주인공인 엘리자베스에게 '다아시'나 '위컴'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탈 시대적 존재다. 이들은 18세기의 마감이 임박한 빅토리아 시대를 100년 후에나 존재할 사람들처럼 살아간다. 무의미한 예절.. 2010. 4. 3. 말하지 않는 훈련 학교의 특성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학부시절 과제 발표할 일이 많았다. (인문대에서 진행하는 교양 수업의 경우에도 학생들의 발표를 유도하는 수업이 많은 편이었다) 전공수업의 경우는 정도가 더해, 이론수업은 조별 보고서 제출과 발표로. 실기과목은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프로젝트의 방향을 각자 발표하고 결과물 역시 학생들 앞에서 공개 평가한다. 이런 평가 시스템은, 과제를 낸 교수가 학생을 평가하는 것과 동시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 역시 서로의 능력을 평가하게 만든다. 누가 재능이 있는지, 누구의 감각이 뛰어나며 누가 촌스러운지, 노력을 많이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등등. 그 뿐 아니라 발표를 통해 개인의 언변과 카리스마, 지적 능력, 토론의 내공 같은 것이 아이들 사이에서 평가되곤 하였다. 그 시절.. 2010. 4. 1. 폭력적 창발 1. 귀스타프 르봉은 [군중심리](1895년)에서 집단정신에 포획된 개인은 단일화되며, 집단의 지성은 하락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은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혁명과 같은 광장에 운집한 대중의 폭력에 있어, 그의 해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 적용하는 순간 그 이론은 전체주의를 보좌하는 역할을 떠맡는다. 개인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21세기는 군중이 될 기회가 많지 않다. [대중의 지혜]나 [이머전스], [집단지성]과 같은 책에서 집단은 광장에 있지 않다. 이들은 서로 얼굴을 알지 못하며 하나의 집단 심리에 포획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다만 창발할 뿐이다. 인터넷에 산재한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는 개인을 단죄하는데 있어 지극히 적극적이다. 다음 아고라나 디씨인.. 2010. 3. 25. 게드전기 : 총체적 졸작 * 사용한 이미지는 리뷰를 위한 것으로, 권리는 제작사에 있습니다.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 (2006) 감독 : 미야자키 고로 원작 : 어슐러 K. 르 귄 시간이 지나면 대상에 대한 감상 역시 이전과 달라지기 마련이다. 과거에 좋았던 것이 싫어지거나 심지어 좋아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알지 못하였던 매력을 뒤늦게 발견한 후 미안해지는 것도 예사. 그런 변화의 속성을 이해하기에 섣부른 냉혹함을 경계해 왔는데, [게드전기]는 이에 대한 혹평을 10년이 지나도 번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만큼 졸작이었다. 몇 년간 애니메이션을 봐도 이렇다 할 감흥이 없어 감성의 한 축이 무너져내린 것인가 씁쓸함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시작으로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다시.. 2010. 3. 21. 의형제 : 여기 북한은 없다 의형제(2010) 감독 : 장훈 출연 : 송강호, 강동원, 전국환 * 사용한 이미지는 영화 리뷰를 위한 것으로, 권리는 제작사에 있습니다. [쉬리]가 제시한 남북한의 화해 가능성은 어느 지점에 있는가? 간첩 이명현(김윤진)이 남한 측 요원 유중원(한석규)을 사랑하게 되면서? 아니다. 사랑은 지극히 사적인 감정일 뿐, 북한 지도부 전원과 남한 정치인 전원이 상대편 이성과 사랑에 빠져 통일을 추진하지 않고서야 개인의 사랑이 남북문제에 어떤 돌파구를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쉬리]가 보여주고자 한 통일의 단서는 '박무영(최민식)'의 분노에 있다. '너희들이 한가하게 노래하며 살고 있는 이 순간에도 북녘의 인민들은 굶어 쓰러지고, 개 팔리듯 팔려가고 있다'는 그의 분노에 찬 절규는, 남이 북으로부터 듣고자 한.. 2010. 3. 9.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