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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109

토니 타키타니 - 흐르는 직선 사이 고정된 자아 토니 타키타니 감독 이치카와 준 출연 미야자와 리에,오가타 이세이,유미 엔도,니시지마 히데토시,타카후미 시노하라 개봉 2005.09.22 일본, 76분 그는 흐르는, 그러나 변화하지 않는 직선 사이에 고정되어 있다. 시선은 시간을 따라 이동하지만, 공간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되돌아와 서 있을 뿐이다. 반듯한 직선과 직각을 이룬 공간. 그 안에 스스로를 유폐시킨 것은 토니 타키타니, 그 자신이다. 그의 아버지가 중국 본토의 감옥에 갇혀 있던 것과 동일하게, 그는 반듯한 사각형 안에 자신을가둔 채 살아간다. '새가 바람을 두른 것'처럼 옷과 조화되는 그녀의 모습은 그에게 하나의 떨림이며, 직선에 파동을 부여하는 자극이다. 그렇기에 그것은 치명적이다. ... 에이코가 사라진 자리. 새가 사라진 허공의 바람. .. 2005. 11. 24.
카페 뤼미에르_도시의 폐곡선 카페 뤼미에르 감독 허우 샤오시엔 출연 히토토 요,아사노 타다노부,하기와라 마사토,요 키미코,코바야시 넨지 개봉 2005.10.20 일본,대만, 103분 영화를 보고난 뒤에야, 이 작품이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임을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며.. '오즈 야스지로' 감독을 떠올린 것이 지극히 당연했음을 깨닫는다. (사실 오즈의 영화는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며 '오즈'를 떠올렸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카페 뤼미에르는 오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공경을 담은 영화다. 그러나 많은 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즈의 영화방식을 답습하거나, 마냥 그것을 뒤따르기만 하지 않는, 변화된 모습이. 이 영화에 담겨있다. 영화에서 나는 도시의 폐곡선을 발견한다.. 2005. 11. 15.
떠날 때는 내게 말을 해줘, 내가 알 수 있도록 이터널 선샤인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짐 캐리,케이트 윈슬렛,커스틴 던스트 개봉 2005.11.10 미국, 107분 서로에 대한 경멸과 후회로 남은 두 개의 테이프를 딛고, 그들은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 동일한 기억을 채우며 똑같은 어긋남을 반복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해피앤딩이 아니다. 내게 남은 것은 물음표 뿐이다. 결국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며.. 비슷한 방법으로 과거를 잊기 위해 노력하고 그 기억 위에 새로운 경험을 오버랩하며 살아간다. 어느 순간 과거는 완벽할 정도로 깨끗하게 지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방심하는 사이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과거가 현재를 위협하기도 한다. 그를 기다리며 들었던 음악, 그에게 빌려주었던 책, 함께 밥을 먹었던 식당.... 2005. 11. 6.
웰컴 투 동막골 웰컴 투 동막골 감독 박광현 출연 정재영,신하균,강혜정 개봉 2005.08.04 한국, 133분 . 역사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만 비로소 화해를 한다. 영화에 빠져들지 못하는 최근의 증상으로 인해, 나는 어느 인물에게도 이입되지 못한 채 동막골 주변을 서성일 뿐 그 안에 동참할 수 없었다. 나에게 그곳은 비현실적 공간일 뿐, 역사의 순간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의 이탈 속에서라야 우리의 화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공동의 적(맷돼지)을 함께 무찌르는 과정에서 화해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 이익을 나눔으로써(바베큐- -;;) 동질감을 확인하는 식이다. 민족주의가 국수주의, 혹은 군국주의로 어긋나버리고 있다는 비판은 달리 보면.. 그러한 왜곡된 정서 외에는 우리가 하.. 2005. 8. 22.
우주전쟁 - 공포와 마주하며 걷기 우주 전쟁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크루즈 개봉 2005.07.07 미국, 116분 '외계생명체'라는 개념은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이 전체가 아니며, '지구'라는 이름의 경계로 이루어진 하나의 공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선과 악', '신과 인간', '죽음과 생명', '파괴와 창조'와 같은 이원적 개념들이 이로부터 두 개의 이질적 공간에 흡수되었다. 이것은 마치 역할놀이와도 같다. 외계인들이 창조한 지구를 인류가 파괴하는 형태의 역할극이 있는가 하면,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들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영웅적 인간형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이 선이며, 누가 영웅인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극한의 대립형질들 사이의 연결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있다. '선'이.. 2005. 7. 29.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사진전에서 그림자는 형태를 드러내기 위해 존재할 때가 있다. 그들은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이 딛고 있는 곳에 대하여도.. 괴델이, 그리고 에셔가 생각했을 법한 무한순환이 작은 도시의 계단에서 연상된다. 그림자가 사물을 '포획'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 순간 포획된 것은 소녀였을까? 혹은 사각의 빛일까? 어떤 사진은 사물이 불타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현실의 빛 속에서 불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림자로 남은 사내는 재의 흔적을 남겼다. 강하고 날카로운 어두움은 긴장감과 함께 무거운 침묵을 이끌어낸다. 한껏 빨아들인, 그리고 내뿜는 급격히 죽어간 것들은 날카로움을 거두어들일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 지나치게 낯선 화면은 그곳의 풍경으로부터 실제 삶의 예상을 .. 2005. 6. 26.
주먹이 운다 주먹이 운다 감독 류승완 출연 최민식,류승범 개봉 2005.04.01 한국, 134분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 매번 실망을 안겨준 '류승완'감독의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나고 왔다. 작품의 수가 늘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점점 세련되어졌으나, 그이기에 드러낼 수 있었던 특유의 장점과 색은 잃어가는 듯 하다. [주먹이 운다]는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책무취한 영화였다. 침과 뒤섞여 끈적해진 피 비린내에 찌든 땀냄새 더해졌다고나 할까?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가보다 싶다가도.. '그런 것 정도는 이제 이야기하는 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의식이 우선시되는 것 같아 씁슬하기도 하다. ... 영화는 어딘가 '인간극장'을 닮았다. 자신의 삶임에도 불구하고 그 삶을 어색해하며, 세련되게 .. 2005. 4. 24.
I love you, I love you Not 미스 플라워 감독 빌리 홉킨스 출연 잔느 모로,클레어 데인즈 개봉 프랑스,독일,영국,미국, 92분 . 1. '주드 로'와 '클레어 데인즈'가 청소년기를 막 벗어났을 무렵 출연한 영화가 있다. 어느 케이블 방송에서 오전 7시에 보게 된 이 영화는 [I Love You, I Love You Not]으로, 하이틴물로 오해되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조용히 뭍혀버린 영화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데이지'라는 이름의 여주인공은 유태인으로, 아직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여학생이다. 데이지는 어려서부터 할머니(잔느 모로)와 가깝게 지내왔는데, 그녀는 유태인 포로수용소에서의 기억을 지니고 있었다. 할머니로부터 수용소에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데이지는 태생적인 우울함이 깃든채 성장했고,이 모든 것이 또래 .. 2004. 8. 9.
올드보이 : 그는 자신을 겨눈 총에 오대수라는 탄환을 장전한다 올드보이 감독 박찬욱 출연 최민식,유지태,강혜정 개봉 2003.11.21 한국, 120분 박찬욱 감독이 영화의 핵심을 '복수'로 설정하면서부터 이 영화는 원작인 만화와 궤를 달리한다. 자신이 왜 가두어져야 하는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기한을 알 수 없는 감금생활에 처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리고 자신을 가둔 자에게 한 발씩 다가가는 주인공과 그러한 주인공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설계한 미로 속에서 차갑게 웃음짓는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의 대치관계는 분명 만화와 동일하다. 그러나 전혀 다르다. 복수를 하게 만든 원한이 다른게 아니라, 두 인물이 모두 만화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것이... ... 원작 만화에서 '우진'의 역할인 '카키누마'는 이미 초등학생시절부터 자신의 '천재성'과 그 천재성으.. 2004.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