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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5

20180220 1.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에 좋지 않은 일들이 계속되었다. 하루에 같은 꿈을 20번 정도 이어서 꾸며 악몽에도 제법 시달렸다. 잠이 오지 않아 수면유도제를 평소보다 두 세배 정도 되는 양을 들이켰고 겨우 잠이 들었다. 두 시간 가량 자다 5시에 깼는데 이미 악몽에 한참 시달리고 난 뒤였다.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잠이 들었고 이후 5분이나 10분 간격으로 깨어나면서 그 때마다 같은 꿈이 이어지고, 점점 꿈과 현실이 뒤섞이게 되었다. 잠에서 깨고 싶었으나 약 때문인지 그마저도 잘 되지 않아, 원치 않아도 다시 잠이 드는 상황이었다. 잠이 들 때마다 이야기가 추가되고 새로운 꿈은 이전 꿈에 대한 좋지 못한 증거가 되어 상황을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몰아가는 구조였다. 결국 각각의 꿈이 종.. 2018. 2. 21.
00년 0월 0일 - 두 번째 꿈의 기록 아래와 마찬가지로 학부 3학년이던 때 독문과 수업을 들으며 쓴 글이다. 연휴기간 중 학부시절 제출한 보고서 파일 더미를 발견하게 되면서 예전에 쓴 초기의 꿈들을 다시 읽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다시 읽으니 꿈이 너무 꿈 다워서 피식 웃음이 났다. 상당히 뻔한 상황들이고 상징들도 어디서 많이 봄직한 것들로 채워져 있어 당시 꿈에 영향을 끼쳤던 영화나 소설 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것은 꿈의 기록 속에서 당시 겪고 있던 가장 큰 문제들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문제들은 시간이 변하면서 다른 문제들로 치환되었다. 초기 글의 주제가 가족 내 갈등을 다루었다면 독립하고 난 뒤에는 홀로 학비며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경제적 압박이,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인간관계의 .. 2018. 2. 17.
00년 0월 0일 - 꿈에 대한 첫 번째 기록 이 글은 학부 3학년 때 쓴 글로 당시 우리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수업시간에 프로이트가 제대로 다뤄진 것은 아니어서 책은 각자 알아서 읽어오는 식이었다. (심리학과 수업이 아니라 독문과 수업이었다) 수업의 주된 내용은 각자 자신의 꿈을 글로 기록하고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발표하는 일이었다. 이것은 그 때 쓰여진 글로 태어나 처음으로 쓴 첫번째 꿈의 기록이다. ... 지금까지 꿈을 해석하는 동안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R이 내 삼촌이라는 생각을 한 후, 꿈에서 나는 그에게 따뜻한 애정을 느낀다. 이 감정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 이제 새로운 사태를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다. 꿈속의 애정은 잠재적 내용, .. 2018. 2. 16.
2009년 12월 2일의 기록 567번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갈 때마다 버스의 종점인 사당동까지 올 일이 없었던 불과 몇 년 전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과천 서울대공원에 가기 위해 567번 버스를 타고 사당까지 온 다음 그곳에서 다시 4호선 전철을 탔던 기억. 우리는 대체로 망우동과 면목동에서 살았기에 567번 버스의 종점인 사당동에 올 일은 거의 없었다. 7호선 개통을 위한 공사는 더디게 진행되었고, 면목동에서 어린이대공원을 지나 세종대와 화양리를 통과해 한강을 건너는 567번 노선은 인내의 터널을 통과하듯 지루했다. 입학과 함께 이 버스를 거의 매일 타게 되면서 차창 밖 풍경은 모두 외울 정도가 되었다. 이제 버스 안은 모자란 잠을 자는 공간으로 대체되었다. 버스가 노선이 아닌 곳을 달린다. 1년 간 거주한 적이 있는 80년대의 월.. 2018. 2. 15.
20180214 1. 얼마 전부터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마냥 반갑지는 않은 일이다. 꿈에서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며 무엇을 하는가보다.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버겁다. 내가 다시 꿈을 꾼다고 말할 때의 꿈은 그런 것이다. 잔상이 지독하게 오래 가는 감정들을 겪어내는 일. 눈을 뜨면 꿈에서 무엇을 했는가보다 직전까지 휘몰아치던 감정들이 밀려와 작고 느린 숨을 쉰다.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2. 피아노는 진전이 없다. 하루에 한 시간 고작 6개월을 치고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지독하게도 재능이 없구나 싶다. 연습을 하면서 늘 하는 생각은 듣기 괴롭다는 것이다. 8살이었을 때도 나는 이 정도 수준이었던 것일까? 심각한 문제는 박자다. 내가 박치인건가 하는 의심까지 들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동시에 건반을 눌.. 2018.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