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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6

커피를 내리다 커피를 직접 내려서 마시게 된 지 2년 반 정도 되었다.미식가와는 거리가 먼 둔한 입맛과 저렴한 취향 덕에 스스로 만든 커피에 쉽게 만족하며 매일 한 잔씩 라떼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 시작은 이랬다. 재작년 1월 새해 연휴 직후 회의가 잡혔는데 거기 참석하신 분이 커피를 직접 갈았다며 회의 참석자 모두에게 커피를 한 봉지씩 나눠줬다. 그게 예가체프였다. 커피 메이커가 없다며 거절하기도 머쓱한 분위기라 그걸 받아들고 돌아오는데 향이 미치도록 좋았다.(커피 봉투를 열어 코를 들이박고 있으면 세상의 우울함은 옅어지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 향에 반한 나머지 에스프레소 머신을 가지고 있는 후배가 옆에서 대신 가져가겠다며 말을 걸어오는데도 못들은 척 하고는 그걸 집에 가져왔다. 그날 저녁 바로 집 앞 이마트로 가.. 2018. 5. 23.
20180422 고구마를 구웠다. 작년 10월, 부모님이 고구마 한 박스를 가져오셨다. 고모네로부터 고구마가 30kg이나 올라왔다며 집집마다 나눠주러 왔다는 설명이었다. 아이스박스에 담긴 고구마는 한눈에도 양이 상당했다. 혼자서 먹기에는 무리라며 1/3만 달라고 했음에도 소용이 없었다. 알이 제법 큰 고구마가 30개 가까이 들어있는 아이스박스는 그렇게 우리 집 현관에 자리를 잡았다.오븐에 구워 먹기를 네 차례. 어느 센가 현관 서랍장 위에 놓인 고구마상자는 원래 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잊혀졌고 나는 우리 집에 먹어 치워야 할 고구마가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주말이라 청소를 하며 버릴 것을 찾고 있었다. 종량제 봉투에 자리가 많이 남는데 없는 쓰레기라도 만들어 넣어 이 쓰레기봉투를 빨리 버리고픈 마음이었.. 2018. 4. 22.
20180419 바나나스콘을 만들었다.역시나 먹을만 하지만 누구에게 주거나 파는 것은 불가능한. 그런 맛이었다. '오늘은 스콘을 만들겠어 그것도 바나나스콘으로!' 2018. 4. 22.
20180414 1.태어나 처음으로 생선을 손질했다. 생선요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직접 만드는 건 몹시 번거로운 일이어서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니 요즘은 상당히 손질이 잘 된 상태로 생선류가 판매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교적 냄새가 적고 만드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은 냉동 코다리를 주문해 코다리찜에 도전해보았다.머리 속에서 생각한 음식은 코다리 찜이 아니라 코다리간장조림이었으나 정작 레시피는 코다리찜을 참고하게 되었고, 결과물은 어쩐지 동태탕이 되고 말았다. 처음 해 보는 생선요리라 비린내가 무서워서 향이 강한 재료를 함께 넣었는데 문제는 그 향이 너무 별로라는 점이었다.(원래 향은 좋았는데 다른 재료가 섞이면서 이상한 향이 만들어졌다)하는 수없이 문제의 향을 덮기 위해 온갖 재료들을 추가하게 .. 2018. 4. 14.
20180303 1. 머핀을 구웠다. 결론은 망했다. 딱히 못 먹을 정도는 아니어서 식기 전에 얇게 잘라 과자를 만들어 먹고 있는 중이다. 베이킹을 자주하지는 않는 편이다.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게 옳다. 직접 만들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 저렴한 것도 아니고 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설겆이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쿠키를 굽거나 빵 같은 걸 만들게 되는데 그 이유는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녀 키키나 빨간머리 앤 같은 애니메이션에서 케이크 만드는 걸 보며 자라다보니 베이킹에 대한 로망이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었던 탓도 있다. 반죽이 부풀어 오르고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아닌가. ㅠㅠ 빵 굽.. 2018. 3. 3.
20180220 1.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에 좋지 않은 일들이 계속되었다. 하루에 같은 꿈을 20번 정도 이어서 꾸며 악몽에도 제법 시달렸다. 잠이 오지 않아 수면유도제를 평소보다 두 세배 정도 되는 양을 들이켰고 겨우 잠이 들었다. 두 시간 가량 자다 5시에 깼는데 이미 악몽에 한참 시달리고 난 뒤였다.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잠이 들었고 이후 5분이나 10분 간격으로 깨어나면서 그 때마다 같은 꿈이 이어지고, 점점 꿈과 현실이 뒤섞이게 되었다. 잠에서 깨고 싶었으나 약 때문인지 그마저도 잘 되지 않아, 원치 않아도 다시 잠이 드는 상황이었다. 잠이 들 때마다 이야기가 추가되고 새로운 꿈은 이전 꿈에 대한 좋지 못한 증거가 되어 상황을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몰아가는 구조였다. 결국 각각의 꿈이 종.. 2018. 2. 21.
20180214 1. 얼마 전부터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마냥 반갑지는 않은 일이다. 꿈에서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며 무엇을 하는가보다.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버겁다. 내가 다시 꿈을 꾼다고 말할 때의 꿈은 그런 것이다. 잔상이 지독하게 오래 가는 감정들을 겪어내는 일. 눈을 뜨면 꿈에서 무엇을 했는가보다 직전까지 휘몰아치던 감정들이 밀려와 작고 느린 숨을 쉰다.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2. 피아노는 진전이 없다. 하루에 한 시간 고작 6개월을 치고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지독하게도 재능이 없구나 싶다. 연습을 하면서 늘 하는 생각은 듣기 괴롭다는 것이다. 8살이었을 때도 나는 이 정도 수준이었던 것일까? 심각한 문제는 박자다. 내가 박치인건가 하는 의심까지 들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동시에 건반을 눌.. 2018. 2. 15.
메모 남학생 5명과 여학생 3명이 있다. 이들 중 회장 1명과 남자 부회장 1명, 여자 부회장 1명을 뽑는 경우의 수를 구하여라. ... 스트레스를 받거나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을 때. 가끔은 수학 문제를 풀면서 마음을 비운다. 이번에 꺼낸 책은 중학교 2학년 2학기 문제집으로, 경우의 수와 확률에서 100문제를 풀었다. (매일 산책 한 시간, 피아노 한 시간과 더불어 수학 문제 100개 풀기도 포함시켜볼까?) 경우의 수는 수학이라기보다는 논리학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계산이 복잡한 게 아니라, 문제를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낸 문제를 보면 짜증이 난다.) 서로 '다른' 동전, 각기 '다른' 주사위를 던지는 문제라든가... 주머니 안에 든 공을 '차례'로.. 2017. 10. 12.
Mozart Sonata in C Major K. 330 하루에 한 시간, 혹은 그 이상. 피아노를 치고 있다. 모짜르트 소나타 두 곡, 하이든 소나타 두 곡, 베토벤 소나타 하나. 이렇게 5곡을 반복 연습하고 있다. 3주 전부터 매일 같은 곡들을 치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 모짜르트 소나타 330번은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모두 8살에서 9살 무렵 쳤던 곡들이다. (330번은 C Major인 만큼 상당히 쉬운 곡이다) 그 때는 그 곡을 내가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제대로 치고 있다고 여겼다. 8살의 기준으로 본다면 지금도 완곡을 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돌아보니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었다. 나는 하나도 제대로 치고 있지 않았고 소리는 지저분하여 들어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시작부터 잘못되었고, 처음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내 피아노 .. 2017.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