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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하여 '우아하게' 미치기 젠틀 매드니스를 구매하였다. 구매목록에 넣어놓고 있기만 하던 몇 개의 책(10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의)을 이번에 결제하였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애서광들의 이야기이다. 책을 지극히 좋아하여 책을 수집하기 시작하였고, 그것이 도를 넘어 광적일 정도가 되었던 사람들의 역사가 시대와 대륙을넘나들며소개되고 있다. 뛰어난 재미가 있다고 평하기는 어려우나, 책을 좋아하고 또 수집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으로.. 애서광들의 심리와 책을 수집하며 생각해 볼 만한 여러 부분들에 대하여 공감하게 된다. 나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책들을 내가 죽은 뒤 어찌하고 싶은 것일까? 사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 많지도 않거니와, 분야가 다양하면서도 막상장서라 할 만한 것은 갖추지 못하고 있는.. 2006. 7. 24.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가지 사건 - 보르헤스, 까사레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작품에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문학작품은 창조적 작가의 욕망의 산물이며 번득이는 영감에 의해 생산된 것이어야만 한다. 해당 작품의 문학사적 의의나 구조적 차별화, 작가의 의도, 시대적 요구와 같은 것들은 '골치 아프다'는 이유로 떠밀리기 일쑤이다. 그러나 작품은 단 하나의 기준으로 위치지어지지 않는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작품의 전체일 수 없으며 그것이 유일한 재미일 수도 없다. (또한 재미가 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서도 안된다) 빛은 입자적 성향과 파동의 성향 두 가지를 지니고 있다. 나를 구성하는 물질이 나를 규정할 수도 있지만, 내가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이 나를 규정하기도 한다. 전혀 다른, 낯선 기준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좌표를 이루고 그 때에 비.. 2006. 6. 28.
Crash 크래쉬 감독 폴 해기스 출연 산드라 블록,브렌든 프레이저,돈 치들,제니퍼 에스포시토,맷 딜런,라이언 필립,테... 개봉 2006.04.06 미국,독일, 112분 때로 '충돌'은 자신의 경계를 인식하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고통을 감지하는 감각세포의 심리적 경계선. 분노와 절망의 한계. 그 외면의 합이 충돌의 출발선이다. ... [Crash]는 인종간의 갈등을 주제로 15명의 인물이 어떻게 서로를 향한 폭력의 사슬을 이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는 그간 다뤄져 왔던 인종간의 갈등과는 다른 차이를 보인다. 인종갈등은 이해 가능한 역사적 근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은 망각당한 채, 맹목적인 형태로 변질되어 왔다. 뿌리가 거세당한 망령과도 같은 존재. 우리는 그 망령에 손쉽게 사로잡혔고, 자신의 .. 2006. 4. 18.
음란서생 음란서생 감독 김대우 출연 한석규,이범수,김민정 개봉 2006.02.23 한국, 139분 최근 들어 여성적 사극의 범주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암투나 신분상승, 사랑과 운명과 같은 극적 네러티브가 여성성의 상징으로 취급되던 과거와 달리, 섬세함, 미적 기호, 은밀한 시선, 관음증적 태도 등 여성성의 다양한 측면이 사극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 이 영화에서 주인공 윤서는 지극히 여성적인(우리가 상투적으로 여성적이라 정의해버리는)태도를 취한다. 그는 자신의 욕구를 배설하고자 하는 남성적 인물이 아니라, 상대를 만족시킴으로써그 과정에서 자기존재의 당위성을 찾아나가는 방식의 삶을 살아간다. 동생의 억울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나, 어명을 따르기 위해 반대세력에 있는 이광헌을 찾아가는 것.. 2006. 3. 8.
Prospero's books-Peter Greenaway 피터 그리너웨이와 마이클 나이먼 사이에서의 결과물 몇 개를 구매하였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ost와 'Prospero's books' ost ... 2004년 6월 8일, LG 아트센터에서는 마이클 나이먼 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우연히 참석하게 된 공연에서 그들은매우 강렬한 음악을 연주하였고 신경을 자극하는 현악기와 관악기의 반복된 균열은 쉽게 중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1부는 마이클 나이먼의 영화음악들이 중심을 이루었으며, 2부는 '카메라를 든 사나이'라는 제목의 러시아 초기 무성영화를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구성이었다. 현악 사중주와 섹소폰, 트럼본이 주를 이룬 밴드의 구성은 현악기가 타악기의 역할을 수행하거나, 관악기가 마치 현악기인양신경을 자극하는 구성을 취하기도 하였.. 2006. 2. 14.
재 발견한 코난 1. 오랜만에 본 [Conan, The Barbarian] 원시성과 주술적인 것이혼합된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초등학생이던 80년대 중반쯤이다. 아이인 내가 봐서는 안될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 금지된.. 이단의 종교적 행위를 몰래 훔쳐보는 듯한 죄의식이 영화의 이야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 날의 묘한 감정이 지금도 선명하다. 영화는 철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여기서 철은 단순히 새로운 금속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검, 힘, 권력 그리고'광기어린 폭력을 넘어서는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뒤이어 살육이 화면을 장악한다. 채 다듬어지지 않은 칼날은 망치의 둔탁한 공격에 쓰러지고, 날카로운 들개의 이빨에 찢겨진다. 아이인 코난은 그렇게 아버지의 죽음을 숨어서 지켜본다. 하얀 눈 사이에 숨어.. 2006. 2. 14.
Inside 우리는 눈을 뜬 채 숨을 허덕이며 어둠속의 촛불을 펼치고, 그 희미한 빛을 설탕물처럼 들이마신다. 그러나 이것은 얼마나 덧없는 안심인가. 시선을조금만 옮겨도눈에 익은 세계를 에워싼 어둠이 눈에 밀려와 조금 전까지 위안이 되었던 촛불의 동근 빛은 그것을 둘러싼 공포의 윤곽임이 분명해진다. 방을 공허하게 만드는 등불을 조심하라. 네가 자지 않고 앉아 있는 뒤에 그림자가 주인인 양 버티고 서 있지 않을까 뒤돌아보지 말아다오. 차라리 불을 밝히지 않은 어둠 속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식별할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너의 끝없는 마음을 융합시켜 어둠의 묵직한 마음이 되도록 힘쓰는 것이 좋다. 그리하여 너는 숨을 죽여 조그마하게 움츠린 채 얼굴을 덮은 두 손 안에서 네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 2006. 1. 30.
촛불시위의 낭만성에 대하여 6시 약속에 맞추기 위해,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분당 곳곳이 매우 소란하였다. 집회라도 있는지, 확성기가 시끄럽게 웅성이듯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나소리들은 반듯하게 세워진 건물 유리창에 반사되어 튕겨져 나오고 만다. 소리는 마치영상이라도 되는 양, 어둡게 칠한 유리를 끝내 투과하지 못하였다. 건물의 굳건함에 힘을 잃은 메시지는 갈 곳을 잃은 채공간에 뿌려졌고, 그 소리들을주워모으는 것은 확성기 뿐이다. 소리는 그렇게 증폭과 중첩을반복하며스스로의 정체성을 되섞어 나갔다. 고유하던 파장은 서로 섞임으로써 불필요하게 커지거나 작아졌으며, 메시지는 뚜렷함을 상실해버린다.그들의 외침은어느 곳에도 흡수되지 못한 채, 시끄러움으로.. 뒤섞인 짜증스러움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날아드는 곤충의 .. 2005. 12. 29.
8명의 여인들 8명의 여인들 감독 프랑소와 오종 출연 다니엘 다리우,까뜨린느 드뇌브,이자벨 위페르,엠마뉴엘 베아르,화니 아르당,버지... 개봉 2004.02.27 프랑스, 100분 욕망이 부과한 명령을수행하기 위해, 가면을 자신의 얼굴에 기워넣는 것은 여인들만이 아니다. 욕망으로 화장한 그녀의 얼굴이 매혹적일 수 있는 것은 잔인한 8개의 얼굴이 담고 있는 단순함에 있다. 순수한 이기주의,자신에 대한맹목적인 집착. 자기 자신밖에 사랑하지 않는 그녀들의 얼굴은 한 집안의 가장을 살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의 자리는 언제나 대체 가능한 것이었다. 빈 자리는다시 채워질 것이며, 그는 8명의 여인을 위해 소모될 것이다. 그러한 '자리'들은 도처에 있다. 채워지기만 하면 그만인 자리들.. 나는 누구인가 의문을 품어보지.. 2005.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