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66 형사 가제트의 비애 며칠 전, 코엑스몰에서 DPG 전시회가 열렸다. 2시간 조금 더 걸려 전시장을 둘러보고 자료가 될 만한 카탈로그를 챙겨서 나오며 후배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는데, 뜬금없이 '가제트 차'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이랬다. 형사 가제트가 타고 다니는 차는 하늘을 날아다녔던 것인가? 자동차 겸 비행기였던 것이 얼핏 기억이 난다. 어쩌면 물에서도 움직이는 수륙양용이었을 수도 있다.하긴 가제트의 특기는 '만능 가제트'라 외치는 게 아니었던가. 자동차라고 그러지 않겠느냐며 오래전 보았던 만화를 서로 떠올렸었다. 나는 사실 그 만화를 좋아하지 않았어. 라고 뒤늦게 커밍아웃 하는 사람처럼 나는 고백했다.만화라면 다 좋아할 나이였던 그 때에도 나는 가제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가제트를 보면 비애.. 2007. 5. 21. 마리 앙투아네트 : 창문을 통해서만 세상을 본 여인 마리 앙투아네트 감독 소피아 코폴라 출연 커스틴 던스트,제이슨 슈왈츠먼,립 톤 개봉 2007.05.17 미국,일본,프랑스, 122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역사상 마리 앙투아네트보다 더 유명한 왕비는 없을 것이다. 교과과정에서 만나기 전부터 우리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알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그녀를 보았고, 또 어떤 이들은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 어리고 귀여운 마리 앙투아네트를 만나기도 하였다. 내 경우는 TV 만화로 본 ‘플로네의 모험’이 처음이었다.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인 이 만화는, ‘빨간 꽃잎 머리 꽂은 예쁜 소녀 플로네’라는 가사로 시작된 노래가 또래의 여자아이들에게 크게 유행하며 고무줄놀이로까지 만들어.. 2007. 5. 18. 못 말리는 결혼 : 정말 반대할 마음이 있긴 한 건지 못말리는 결혼 감독 김성욱 출연 김수미,임채무,유진,하석진,안연홍 개봉 2007.05.10 한국, 115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오래 전 읽은 글 중 ‘Shakespeare in the Bush'라는 알듯 말듯 한 제목의 산문이 있다. 한 인류학자가 나이지리아의 티브족에게 햄릿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글이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햄릿의 비극을 설명하고자 하였으나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간다. 햄릿의 숙부가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한 상황에 대해서도 추장은 현명한 처사라고 판단한다. 우리나라 식 표현으로 하자면 ’형사취수법‘에 해당하는 규칙이 티브족에게 있던 것이다.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여 집안을 이끄는 것은 이곳의 관습이었다. 오필리.. 2007. 5. 15. 조조할인 영화관람 아침잠에 욕심을 부리는 편임에도 불구하고,조조할인은 꽤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조 영화 관람은 썩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천성이 게으른 편이기도 한데다가 워낙 즉흥적인 성격이어서, 타인과약속을 한 경우 아니고서는 조조로 영화를 볼 계획 같은 건 세우지도 않았었다. 극장과 멀리 떨어진 삶도 물론 한 몫 하였다. 9시 30에서 10시 30분 사이시작하는 영화를 보려면 대체 몇 시에 일어나야 되는 것인가. 그 생각만으로도 덜 깬 잠의 피로가 몰려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집 근처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세워졌다. 대체 왜 그곳에멀티플렉스가 생긴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의아하기만 한 장소였다. 건물 주인이 영화광인가? 어차피 임대 나가지도 않는 외진 곳, 그나마 극장을 해야 손해가.. 2007. 5. 11. 용호문 : 어느 미용실 협찬이었을까? 용호문 감독 엽위신 출연 견자단,사정봉,여문락 개봉 2007.05.10 홍콩, 89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허비한 돈과 시간이 아까워 눈물 흘리게 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해당 장르 전체를 싫어했던 것인지 본인의 취향을 되짚어보게 하는 영화도 있다. 싸구려 슬랩스틱 코미디는 몸개그를 태생적으로 거부하는 것인지 의심하게 한다. 결국 그 의심은 무한도전을 보며 몸개그를 싫어하지 않음을 확인할 때까지 계속된다. [용호문]은 무협영화 자체를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영화가 문제인 것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왕강룡과 왕복호 형제는 거대 범죄조직인 나찰문의 세력이 날로 커지자 자신들의 이름을 따 ‘용호문’이라는 무술관을 세우고, 핍박받는 이들을 보호하고자 노력한다. .. 2007. 5. 8. 더블 타겟 : 그래서 처음 한 발이 중요하다 더블 타겟 감독 안톤 후쿠아 출연 마크 웰버그 개봉 2007.04.26 미국, 125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밥 리 스웨거(마크 윌버그)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저격수다. 에티오피아 작전에 투입된 그는 자신들을 지원해주기로 한 본부로부터 외면당한 채, 절친한 동료마저 잃게 된다. 3년 뒤, 은둔해 있는 스웨거에게 국가 고위 간부란 자가 찾아온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기도를 막아달라는 존슨대령(대니 글로버)의 요청에 그는 결국 응하게 되고, 저격에 적합한 장소와 시간을 예측해준다. 그러나 대통령 암살기도가 발생한 순간, 스웨거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은 계획된 함정이었다. 스웨거는 대통령 암살기도범으로 지목되고 FBI와 자신을 함정에 빠트.. 2007. 5. 6. 쉬즈 더 맨 : 뻔한 재미와 진부함의 충돌 쉬즈 더 맨 감독 앤디 픽맨 출연 아만다 바인즈,채닝 테이텀 개봉 2007.05.03 미국, 104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황미나의 만화 ‘이오니아의 푸른 별’을 처음 본 것이 20년 전의 일이다. 왕족으로 태어났음에도 태어나자마자 버려져야 했던 쌍둥이 남매의 비극적인 운명과 엇갈린 사랑이야기에 한 동안 빠져있었고, 그 감동은 ‘불새의 늪’을 연이어 봄으로써 더욱 배가되었다. 그땐 그랬다. 내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생각이 얕아서인지 몰라도 쌍둥이는 그것이 형제가 됐든 남매가 됐든 모두 똑같이 생겼을 것이라고 어림짐작해버린 것이다. 쌍둥이 남매는 이란성일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될 때까지 부끄럽게도 그 착각은 몇 년 간 계속되었다. 세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로부터.. 2007. 5. 2. 우아한 세계 : 원형 경기장 속의 삶 우아한 세계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개봉 2007.04.05 한국, 112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고대 로마시대에 전성기를 이루며 성행하였던 검투사들의 경기는 스포츠라고 불리기에는 그 룰이 지나치게 잔혹하였다. 경기에 참여하는 검투사들은 모두 상대의 목숨을 거둬들일 수 있는 무기들로 무장하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싸움은 처절하였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선 자들의 공포가 원형의 경기장을 뒤덮었다. 상대의 죽음은 승자를 증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죽음이 아니어도 승자와 패자가 결정지어진 경우도 있다. 이때 칼을 겨눈 자는 패자가 된 상대를 놓고 관객들에게 묻는다. 그를 죽여야 할 것인지. 한재림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우아한 세계]는 잔혹한 삶의 .. 2007. 5. 2. 눈부신 날에 : 눈부실 게 없는 눈부신 날 눈부신 날에 감독 박광수 출연 박신양,서신애 개봉 2007.04.19 한국, 113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우종대(박신양)는 양아치라고 정의하기에는 묘하게 독특한 데가 있는 인물이다. 생계를 이어가는 방식은 일반 양아치와 다를 바 없는데,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꾸려가는 삶의 모습은 ‘제 멋’에 한껏 빠져있다. 보통의 양아치라면 큰 건 하나 해치워 비참한 현실로부터 벗어날 것을 꿈꿀 것이다. 그런데 우종대는 비닐하우스에서 야채를 키워 식사를 하고, 직접 키우는 닭들로부터 매일 그날의 신선한 달걀을 공급받는 삶을 더 우선시한다. 야바위판 망보기에서 시작해 투견판을 오가며 행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에게 있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밥벌이 수.. 2007. 5. 2.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