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66

황진이 : 황진이일 필요는 없는 황진이 황진이 감독 장윤현 출연 송혜교,유지태 개봉 2007.06.06 한국, 141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황진이’를 처음 본 것은 이미숙이 연기하는 드라마에서였다. 드라마에서 황진이는 뛰어난 미모와 지성, 재능을 겸비하였으며, 그 능력만큼 도도하였다. 기생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던 나는 ‘황진이’ 같은 여자가 되고 싶다고 멋대로 생각했다. 재능이나 미모도 물론 탐났지만,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그에 동요되지 않으며, 결코 정복되지 않는 그녀의 냉정함이 나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 황진사댁 외동딸로 성장한 진이는 혼인을 앞두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하루아침에 신분을 박탈당한다. 당연한.. 2007. 6. 26.
러브 & 트러블 : '섹스 앤 더 시티'의 후예들 러브 & 트러블 감독 알렉 커시시언 출연 브리터니 머피,산티아고 카브레라,매튜 리즈 개봉 2007.06.14 프랑스,영국,미국, 90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섹스 앤 더 시티’에 대한 열광이 빠르게 찾아온 것처럼, 딱 그 만큼의 속도와 크기로 환멸이 뒤따랐다. 첫 시즌에서 보여주었던 이 드라마의 미덕은 주인공들의 화려한 의상에 가려 이내 곧 잊혀 졌으며, 주위는 캐리와 그녀의 친구들을 따라하려는 정신적 뉴요커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조금 일찍 결혼한 친구 하나는, 브런치 모임을 결성했다며 자못 세련된 양 자랑을 한다. 동료 한 명은 이 드라마의 이미지를 바탕화면에 깔고, 패션잡지 3, 4개를 보며 자기 연봉의 2/3을 백화점에서 소비하고 있었다. 모두가 캐리.. 2007. 6. 17.
슈렉3 : 현재 지향에서 미래 지향으로 슈렉 3 감독 크리스 밀러,라맨 허 출연 마이크 마이어스,에디 머피,카메론 디아즈 개봉 2007.06.06 미국, 92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겁나 먼 왕국‘의 국왕 해롤드는 2편에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가며 슈렉을 구하였다. 그 후유증 때문일까? 영화는 사경을 헤매는 해롤드 국왕으로 시작한다. 다음 왕위를 누가 이어받을 것인가로 왕국은 소란하다. 하지만 졸지에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된 슈렉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죽어가는 해롤드로부터 계승 서열 2위가 있음을 알게 된 슈렉은 왕위를 대신 할 사람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말하는 당나귀 동키와 장화신은 고양이가 그 여행에 함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그런데 아내인 피오나 공.. 2007. 6. 15.
김수현 드라마의 한계성 얼마나 많은 김수현 드라마를 보고 자란 것일까? 기억의 시작은 ‘사랑과 진실’이다. 뒤 이어 ‘사랑과 야망’, ‘배반의 장미’ 같은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나는 겨우 10살 이었지만, 드라마 속 세상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타인에 대한 집단적인 공격이 있는가 하면, 독기어린 대사와 함께 홀로 버티는 주인공이 있었다. 언제나 주인공은 부러지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죽어버릴 것처럼 서슬 퍼런 태도로 일관하였는데, 그 때는 그게 왠지 멋있어 보이기만 했다. 그녀가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건만, 김수현 드라마의 인물들은 여전히 타협을 모른다. 드라마는 늘 적당히 눈감아주는 일 없이 자기주장을 펼치느라 소란스럽다. 주 조연 모두가 자기 확신에 차서 토론장 나온 사람마냥 ‘A는 B이다’를 단정하듯 말한.. 2007. 6. 9.
상성 : 살아남은 자의 기억 상성: 상처받은 도시 감독 유위강,맥조휘 출연 양조위,금성무,서기,서정뢰 개봉 2007.05.31 홍콩, 110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홍콩은 독특한 도시이다. 오랫동안 쇼핑과 관광의 도시로 성장해온 이곳은, 금융과 무역을 비롯한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철저히 구축되었다. 산업의 한 축이 과도하게 비대해진 도시는 넓은 면적과 거대한 규모를 필요로 하는 1, 2차 산업을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중국에 반환하기로 되어있는 도시에 옮기기 힘든 공장이나 산업시설을 세울 리 만무하다. 언제든 재빠르게 재산을 챙겨 떠날 수 있는 도시. 짐을 꾸리기 쉬운 도시의 이미지가 홍콩에 있었다. 그러나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중국인들에게 떠나기 .. 2007. 6. 8.
밀양 :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밀양 감독 이창동 출연 전도연,송강호 개봉 2007.05.23 한국, 141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로또판매가 막 시작되었을 때, 사람들은 너도나도 복권을 샀고 월요일이면주말을 휩쓸고 간 복권 후일담을 늘어놓기 바빴다. 번호 4개가 맞았다는 김대리는 아슬아슬하게 1등을 놓쳤다며 쓴 입맛을 다시면서도, 영웅담이라도 되는 양 여기저기에 떠벌리느라 정신없었다. 나는 그들을 은근히 비웃으며 복권 광풍에 휩쓸리기를 거부했지만, 그 의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몇 년째 복학을 미루며 회사에 다니다 결국 사표를 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5평 남짓한 방에는 일 년 내내 빛이 들지 않았고,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방안은 더욱 어둡게 느껴졌다. 나는 부끄러움을 감추며 .. 2007. 6. 4.
눈물이 주룩주룩 : 나는 늘 값싼 눈물을 흘린다. 눈물이 주룩주룩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나가사와 마사미 개봉 2007.05.17 일본, 117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죽음 앞에 선 육체는 21그램의 차이를 남기며 삶의 경계를 넘어선다. 영혼을 21그램의 추로 저울질하던 영화가 있었던 것처럼, 눈물에도 무게가 있고 가격이 있다. 눈물의 가격은 누가, 왜, 어디서, 어떻게, 언제, 무엇을 위해 흘렸나와 같은 기준들을 종합하여 평가한다. 마녀는 개구리 눈물을 넣어야만 사랑의 묘약을 만들 수 있고, 공주의 눈물은 저주를 푸는 마지막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진정한 사랑을 증명해주는 눈물 역시 죽은 자를 되살리는 데 특효약으로 쓰이곤 하는데, 죽은 이의 얼굴 위에 떨어뜨려야만 그 효과를 볼 .. 2007. 5. 27.
캐리비안의 해적 3 : 카리브해를 넘어 새로운 바다로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감독 고어 버빈스키 출연 조니 뎁,올랜도 블룸,키이라 나이틀리,스텔란 스카스가드,빌 나이,저우룬파,제프... 개봉 2007.05.23 미국, 168분 ※ 본문에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카리브해를 주름잡던 해적들의 전성기는 17세기로, 신대륙 정복과 약탈이 해상무역을 크게 발전시킨 시기였다. 잉카와 마야 문명 약탈에 앞장섰던 스페인은 황금을 비롯한 각종 보물과 노예들을 실어 나르기 바빴고, 해적들은 보물을 실은 배를 목표로 삼아 약탈을 자행했다. 카리브해의 섬들은 유럽으로 떠나기 전 물과 식량을 보급할 수 있는 마지막 항구였으며, 자연히 해적들은 이 지역을 근거지로 삼았다. 식민지 개척에 있어 스페인보다 한 발 늦은 영국은 대외적으로는 스페.. 2007. 5. 25.
무성영화의 역사성 '서울넷페스티벌 2003'은 8월, 태풍을 동반한 빗줄기 속에서 치뤄졌다. 해마다 찾아오는 늦여름의 태풍이 늘 그랬던 것처럼, TV화면은 전국 각지의 수해상황을 알리는 속보로, 창 밖은 빗소리로, 정신은 행여나 피해가 나에게도 미칠까 걱정하느라 소란하다. 이런 소음을 뒤로 하고 어두운 극장 안에서 소리 없는 침묵을 동반자 삼아 영화를 관람하기로 하였다. 보기로 한 영화는 Erich von Stroheim의 (Greed '23)이었다. 소란한 바깥과 달리 지나치게 조용한 극장 안이 오히려 나를 초조하게 하였다. 이는 그저 무성영화의 낯설음때문만은아니었다. 적어도 무성영화가 보편적이던 때에는 세상 그 자체가 덜 시끄러웠으며, '소리'와 '정적' 사이의 화해와 조화의 다양한 방편이 마련되어 있었을 것이다. ... 2007.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