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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클라라 닉네임으로 서로를 구분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초등학교 교실이 몇 명의 학생을 수용하였는가를 밝힘으로써 서로의 나이를 짐작하기도 한다. ‘네? 한 반에 학생이 60명이 넘었다고요? 그게 가능해요?’ 내가 겪은 교실은 57명이었고,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까지였다. 학교를 어떤 형태의 놀이터로 삼아야 할지 방향을 찾지 못한 1학년 아이들은 동네 골목에서 하던 놀이를 교실에서 재현하다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였고,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동네 아이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당시 내 골목 친구는 전파상집 큰 딸 영선이었다. 우리는 그 골목에 단 둘뿐인 동갑내기 여자아이들이었고, 2년 전 이 곳으로 이사온 바로 다음날부터 친구로 지냈다. 두 .. 2017. 5. 29.
사람 죽이는 타일 머리는 하루에 한 번을 감고, 샤워는 하루에 두 번을 한다. 일어나서 한 번. 퇴근 후 집에 와서 한 번.4년 전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퇴근하자마자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챙겨 욕실로 들어간 다음 옷과 타월을 욕실 안 옷걸이에 걸어놓고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가 물을 틀었다. 찬 물이 몸에 바로 닿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물을 틀기 전 샤워기 헤드가 옆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샤워기에서 나온 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따듯한 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샤워를 시작했다. 어쩌다 넘어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넘어지던 순간이 스냅사진처럼 몇 장의 이미지로 기억될 뿐이었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 있어야 할 연속.. 2017. 5. 28.
시대극과 결합한 에로티시즘 01. 벗는 것은 누구인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작가:김은숙)’에서 남자 주인공인 송중기가 상의를 벗고 나온 것은 1회였다. 마찬가지로 김수현을 톱스타로 자리잡게 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작가:박지은)’에서도 김수현의 샤워 장면은 1회에 등장했다. 이것은 드라마 시작 첫 회에 여성 시청자를 사로 잡고야 말겠다는 제작사의 전략이다. (그것이 효과적인 전략인가에는 의문이 있지만 말이다) 남자 배우의 벗은 모습이 남성 시청자에게 어필할 것 같지는 않으니, 이 드라마의 공략 대상이 여성인 것은 분명하다. (남자 배우의 상의 탈의를 여성 시청자들이 정말로 보고 싶어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로 하자) 이 역사는 결코 짧지 않아 거슬러 올라가면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가 그랬으며, ‘별은 .. 2017. 4. 23.
20140821 - 재능기부 01. 수학 수업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났다.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성적이 급상승하였다면 영화같고 좋겠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성적이 더 떨어지고 말았다. 가르치기 전 수학 점수가 40점이었는데, 내게 수학을 배운 뒤 26점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하하핫...... ㅠㅠ....... (저런 점수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돈 받고 하는 과외라거나, 학원이었다면 아마도 난 바로 잘렸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토록 무능하다니!!!! 뭐 이런 것도 있지만.... 시험 문제가 너무 쉬워서 찍을 필요조차 없는 난이도인데 그걸 틀린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충격 요인이었다. 그 동안 배운 것을 조금만 생각했더라도 도저히 저 점수는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림.. 2017. 4. 23.
드라마 역적 : 신분 상승의 꿈 MBC 사극 [역적]은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한 드라마로, 후에 '홍길동'이라는 인물의 모티브가 된 노비 출신 '길동'이 주인공인 드라마다. 지금까지는 주인공인 길동 보다 그의 아버지 '아모개'와 그의 형 '길현'에게 더 눈길이 간다. 아모개는 참봉댁 씨종으로 태어나 평생 종으로 살 운명이었으며, 자신의 자녀들까지 모두 종으로 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았던 아모개는 둘째 아들의 예사롭지 않은 자질을 알아보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종으로 살아온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든 벗어나야 함을 깨닫는다. 우여곡절 끝에 면천을 하게 된 아모개는 수완을 발휘해 재산을 모으고, 지역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살아가는 삶에까지 이른다. 애초에 아모개는 노비의 삶을 벗어나고자 한 사람이 아니.. 2017. 3. 13.
20140701 - 재능기부 01. 수업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생각한다. '무엇때문에 나는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수업시간에 아이를 잘 가르치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마음의 각오는 해두었었다. 아이가 내게 고마워하길 바라지 말자. 보육원에 성정이 거친 아이들도 많을 것이며, 폭력적인 아이들도 많을테니 그 아이들과 어울려 어느 날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더라도 너무 상처 받지 말자. 성적이 오르지 않고 수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말자.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욕하고 험담을 하더라도 상처 받지 말자. 이런 각오 말이다. 아이는 아이고, 아이이기.. 2017. 3. 8.
20140622 - 재능기부 01. 5월에 시작한 재능기부는 매 주 방문을 하여 2시간씩 수학을 가르치는 일이다. 일반 봉사가 아니라 수학 과외 형식이어서 수업 준비를 하는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보통 보육원에서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을 한다) 집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다,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봉사자의 방문이 적은 곳이라던데..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 처한 곳이고,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가 정신적인 문제까지 안고 있어서 힘이 든다. 평일에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고 토요일마다 보육원에 찾아가 무보수로 수학을 가르치다보니 일요일이면 잠을 자는 것 외에는 다른 무언가를 생각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되었다. 02. 현재 가르치고 있는 아이는 중학교 1학년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2017. 3. 7.
20140515 - 재능기부 01. 해마다 많은 수의 고등학생이 수학여행 길에 오른다. 우리 때는 대부분의 수학여행지가 경주였고, 단체로 대여하는 버스와 숙박비가 주를 이루는 경비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안 되는 그 수학여행비가 부담스러운 어머니는 내게 수학여행을 가지 말라 하셨고, 나는 쉽게 포기했다. 서운한 마음은 없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다만 조금 난감할 뿐이었다. 돈이 없어서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 할 수는 없었으므로 나는 있지도 않은 집안 행사를 지어내 거짓말로 둘러대야 했다. 그런 게 번거로울 뿐이었다. 02. 거대한 선박과 함께, 수 백명의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 가라앉았다. 한 달 전의 일이다. 비리는 끝이 없었다.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던(설마 이 정도로 사회가 부패했을 .. 2017. 3. 6.
메르스 확산 Infographic - 6월 8일 (87명) 오전 데이터 * 그림을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뉴스타파 기사를 주로 참고하였으며, JTBC 보도 역시 일부 사용하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확진 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확진환자 정보를 표현하는 방법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지금의 형태는 한계가 있는 게 분명해보인다. [그림 01]은 공간을 중심으로 환자들의 이동 경로와 접촉 빈도를 파악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위에서 아래 방향이 시간순이 되도록 했으나 절대적이지는 않으며, 상대적 관계로 배치하였다) 증상이 발현된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입원한 환자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시켰으며 그 다음으로 가까운 병실, 병동에 입원한 환자가 2단계에 위치한다. 3단계는 이들을 간병하는 가족이나 보호자, 방문자 등을 위치시켰다.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병동 환자보다 같은.. 2015.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