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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형적 사유

360cities : 부용정과 어수문

by 늙은소 2010. 5. 4.
* 이 글은 구글 어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360cities'로 가상체험한 다음, '네이버백과사전'에서 부가정보를 찾은 후 쓴 것이다. 가본 적 없는 장소를, 사진과 몇 가지 정보들만 가지고 묘사하는 훈련이라고 할까. 대체 왜 이걸 훈련씩이나 하냐 물으면 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를 이런 식으로 묘사해보는 일도 시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 아니겠나.



창덕궁 부용정

동서와 남북의 길이비가 완만한 부용지(芙蓉池)는 물이 깊지 않음에도 그 속을 내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주변의 나무를 훑어 그 잎을 수면에 띄우니, 이를 즐기지 않는 자에겐 영락없이 죽은물로 느껴질 수 있는 일이다. 못의 사면을 두른 장대석은 단별로 교차하며 쌓였고, 같은 방식으로 원형의 인공섬이 소박하게 자리하였다. 연못의 물을 빼내면 바닥으로부터 원기둥이 솟아오른 모양일 터. 그러나 섬에는 높이 자라지 않는 나무가 옆으로 가지를 뻗었고, 더러는 수면에 가까이 가 닿았다. 200년 전, 혹은 지금도. 저 작은 연못을 건너 섬에 들어가, 나무의 높이를 신경쓴 이가 있었겠거니. 배를 띄웠으려나. 물길을 헤쳐 걸었으려나.

부용정(芙蓉亭)은 제 앞 다리 둘을 연못에 담그었다. 8개의 낮은 돌기둥 위로 목조 기둥이 올라서고, 사각형의 각 모서리를 안으로 판 십자 모양 정자가 세워졌다. 늘 보던 붉은 나무에 뇌록빛 문살임에도 그 비례가 경쾌하다. 정자는 어느 면에서 보든, 튀어나오고 들어감이 있어 활달한 인상을 준다. 4개의 방 바깥을 두른 좁은 복도는 낮은 난간을 둘렀고 못을 향한 방은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하였다. 날이 좋으면 임금은 이곳에서 연회를 열거나 낚시를 하였다. 모든 창을 들어 들쇠에 매달면 정자의 사방이 트였다.




창덕궁 부용지와 주합루 in 서울

부용지를 반 돌아 주합루로 향한 어수문(門)에 이르러 지붕을 올려본다. 임금만이 지날 수 있는 어수문은 크기가 크지 않음에도, 지붕의 단청과 부조가 매우 화려하다. 6개의 석조계단을 올라야 어수문에 이르는데, 이미 여기서 신하와 임금은 다른 계단을 밟는다. 임금이 아닌 자들은 문 양옆의 협문을 이용해 주합루에 올랐다. 그러나 이제,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푯말이 세워진 것은 두 협문 뿐으로. 관람객은 임금의 문을 지나 주합루에 들어선다. 임금만이 사용하던 길과 계단, 임금만을 위해 지어진 문. 관람객은 신하나 궁인이 아닌, 임금의 입장에서 궁을 거닌다. 이것을 조금 달리하면 어떠랴. 궁의 개방과 관람객의 동선을 임금이 아닌 신하의 시선으로, 혹은 궁녀나 내관의 입장으로 볼 수 있도록 기간별로 바꾸어 전시한다면. 임금이 가는 길은 물론 신하들의 길 조차 함부로 밟지 못하고 궁녀들의 길로만 궁을 거닌다면. 신하들의 문은 출입금지시킨 채 임금의 길과 임금의 문을 강제로 이용하게 하는 것에 의문을 품어본다.

다시 어수문. 발을 들어 문을 넘어서는 지점. 지붕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나, 문의 상단부는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며 마주보는 부조로 장식되어 있다. 최근 새로 칠을 하였는지, 멀리 보이는 주합루에 비해 어수문의 단청은 색과 문양이 선명하다. 문을 지나면 다시 석조 계단이다. 4단, 3단, 계단은 쉬었다 오르기를 반복한다. 주합루에 이르는 과정은 어수문이 그랬던 것처럼 임금과 양 옆의 신하를 다른 계단으로 인도한다. 어수문을 지나는 것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주합루 2층에 올라 부용지를 내려다 본 풍경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 높이에서라면 부용정의 십자 지붕이 한 눈에 들어올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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