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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형적 사유

생각의 탄생 - 형상화, 시각적 사고

by 늙은소 2010. 6. 28.

생각의탄생다빈치에서파인먼까지창조성을빛낸사람들의13가지생각도?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지은이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에코의서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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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생각의 탄생](에코의 서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저)을 잠시 읽었다.
특히 관심이 간 영역은 2장 '형상화'로, 평소 주어진 정보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을 즐기기에 유용한 방법이 기술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자리했다. 
책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각적 형상화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왔는데, 그게 또 그렇진 않은 모양.


책에 의하면 삼각형을 떠올리도록 하였을 때 그것을 이미지화 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며, 한계 역시 다양하다고 한다. 삼각형을 아예 이미지화하지 못하는 사람, 떠올린 삼각형을 확대 축소하지 못하는 사람, 다른 사물을 통과하게 한다거나 회전시키지 못하는 사람 등. 또한 이미지화 과정에서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 사람, 눈을 감아야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각기 존재하며, 눈을 감지 않고 현재의 상과 심상을 동시에 바라보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설명이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니... 충격을 가다듬으며 찬찬히 생각해보니 이상한 것 같기도. 눈 뜬 채로 전혀 다른 영상을 생성 변형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처리한 후 동작시켜왔는데 대체 그 다른 영상은 어디에서 시각화되고 있는 것인가.

예를 들면 이런 식.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이 문장 하나로 출발해보자

1.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라는 말은 반어법이니 해가 뜨는 방향은 동쪽
2. 동쪽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는 지구인을 줌 아웃하며 지구 바깥으로 시점을 이동해나간다. (머리에선 지구와 태양의 이미지가 등장하며, 지구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고 있는 영상이 출력된다 )
3. 여기에 달을 추가한 다음 지구 중심으로 공전 시켜놓는다. (이때 시점을 스카이뷰로 변경하며 좀더 줌아웃한다)
4. 달의 뒷면이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달이 공전하며 동시에 자전하도록 이미지를 변경해준다. 실수하지 않도록 손을 달 삼아 공전하며 자전하는 모션을 취해줘보는 것도 좋다.
5. 줌 아웃을 더욱 진행하여 태양계 전체의 움직임을 영상화한다.
6. 확인해야 할 사항(달의 그림자 형태 같은)이 있다면 영상을 멈추고 시점을 이동해 답을 구한다. 보름 이후 달의 그림자 변화를 알고 싶다면 이미지를 멈추고 달의 그림자가 잘 보이는 쪽으로 시점을 이동해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확인하면 된다.

머리 속에서 이미지화가 이렇게 진행된다. 물론 눈은 멀쩡히 뜬 채. 글을 잃거나 밥을 먹거나, 풍경을 감상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어느 곳에서든 가능하다.
눈을 감으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떠오른 이미지를 실제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실수한 건 없을지 검토할 때. 글을 쓸 때에도 계속 여러 화면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것을 줌인, 줌아웃, 이동하며 관찰기를 쓰듯 쓴다. (꿈을 기록해 놓은 글이 이런 식. 꿈에서 본 이미지를 다시 불러와 확대하며 부분적으로 관찰해 쓰는 방식이다)

이런 시각적 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고형태를 상상하는 게 오히려 어렵게 여겨진다. 이게 안 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지인에게 하니, 하나의 스크린에 두 대의 프로젝터를 틀어놓고 쓰는 듯 하다고 이야기한다. 적절한 표현이다. 프로젝터 두대를 모두 초점을 맞춰서 쓰기도 하고, 하나를 흐릿하게 맞춰놓고 다른 하나의 선명도를 올린다거나, 뭐 그런 식.

소음과 함께 들려오는 음악의 음계 듣기라든가, 악보 보며 음악 떠올리기 역시 형상화의 영역이라니, 그래서 음감이 발달했던 건가 싶기도.


이 그림은 바로 이전 글 '무협을 SF에 넣어본 들 어떠리'를 쓰기 전 떠오른 이미지를 정리한 문서 스캔본이다. 영화 [황후화]를 본 후 여러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영화 장면이 아닌 저런 도형이나 관계도가 더 많았다. 그 다음 그 관계도에 합당한 단어나 문장을 찾아내 정보를 정리한 후  쓸 만한 주제를 찾아낸다. 그렇게 떠오른 주제를 낙서하며 기록한 게 바로 위의 그림.

내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인 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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