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선형적 사유101

초대형 문화예술 프로젝트 관람기 최근 몇 년 사이 몇 십억정도는 가뿐히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 문화 예술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성에 차지 않는지 사상 최대 규모라는 투란도트가 장이모 연출로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공연되었고, 이에 질세라 몇 십 마리 코끼리까지 등장하는 오페라가 등장하였다. 높은 비용을 들여 수입해 온 문화예술품을 자비로 관람한 것은 2001년 12월 '오페라의 유령'이 처음이다. 극장에서 영화는 보기는 해도 연극이나 공연에는 돈 쓰는 것이 인색한 내가 10만원이나 들여서 뮤지컬을, 그것도 꾸역꾸역 혼자서 본 데에는 브로드웨이 어쩌고하는 미디어의 홍보에 혹한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문화적 사치를 한 번 쯤 경험해보고픈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문화적 사치라. 이 말은 기묘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 2004. 6. 14.
미적인 것의 변증법 99년에 잠시 보았던 책, '상품미학비판' - (볼프강 F,하우크Wolfgang F. Haug)에 나오는 '미적인 것의 변증법을 향하여' 중 일부를 요약, 정리한 글임.. 워낙 오래전에 쓴 글이라.. 어디까지가 내생각이고, 어디가 책 본문인지 기억이 잘 안남 - -;; '주'를 통해 나름의 해석을 덧불여본다. * 책은 볼만 하고, 보면 좋지만.. 본 사람들끼리.. 서로 동지애, 혹은 전우애를 느낄만함.. ..... 역사적으로 미적 공간은 중세에서 근대로, 근대에서 현대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형성된다. 위에서 아래로의 권력에 대항하는 아래로부터의 저항의 시기, 그 벌어진 틈에서 미적인 공간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미는 도덕, 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저항의 과정에서 확립된다. 미는 도덕과 법으로부터 자유로워.. 2004. 6. 14.
폴의 이상한 나라에서 시간은 어떻게 흐르나 마왕에게 잡혀간 니나를 구하기 위해 매 주 이상한 나라로 모험을 떠나던 폴이라는 소년이 있었다. 환상적인 무지개색 통로를 지나야 도착하는 이상한 나라에서 폴은 니나를 간신히 만나지만 번번이 함께 도망치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부잣집 귀한 아가씨인 니나는 현실 세계에서 실종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라질 당시 함께 있던 폴이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다. 니나의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추궁에 시달리는 폴은 매 회마다 어김없이 딱부리를 이용해 이상한 나라로의 통로를 연다. 그와 함께 현실 세계는 시간이 정지한다. 현실 세계가 정지함과 동시에 열리는 이상한 나라는 시간의 틈에 존재하는 세계처럼 여겨진다. 그렇다면 역으로 폴이 현실로 돌아올 때 이상한 나라의 시간은 정지하는 게 아닐까? 현실세계까지 지배하고픈 대마왕.. 2004. 6. 14.
거울을 소비하는 방식 나는 사진에 찍히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한다. 사진에 포획된 나의 이질적 존재 앞에서 당황하는 것도 싫거니와, 의도하지 않은 나의 모습이 '내가 바로 너'라 말하는 것 같아서도 싫다. 사진 속의 나는 당장이라도 자신의 자리를 내놓으라며 뛰쳐나올 것만 같다. 그러나 거울에 나를 비추는 것은 싫지 않다. 다만 혼자 있을 때여야만 한다. 거울 속의 나를 제 3자가 보거나, 거울 속에서 나 아닌 또 다른 이를 보는 것은 불편하다. 거울은 혼자만의, 아니 '우리'만의 공간이다. 사진에 찍히는 것과 달리 거울을 보는 것에는 계획, 혹은 의도가 담긴다. 내가 존재함을 그 안에서 찾고자 할 때, 즉각적인 만족을 거울은 제시해준다. 물론 거울이 조작된 허상으로 나를 사로잡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때.. 2004. 6. 14.
해변의 카프카 한 사람의 개인이 사회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그로부터 잠식당하지 않고 자아를 형성해나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반대로 돌아올 길을 만들지 않고 숲에 깊이 들어가는 것 역시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루키는 이미 '태엽감는 새'에서 죽어버린 우물을 통해 타인과의 무의식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지상으로 올라갈 길을 잘라버린 우물 안의 주인공처럼 소년은 돌아갈 길을 제거하며 숲의 깊은 어둠에 스스로를 파뭍는다. 소년에서 어른으로, 무성에서 자기의 성(性)적 정체성을 다져나가는 15세, 다무라 카프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세계의 경계에 선다. 그곳은 육지가 끝난 지점의 바닷가이며, 시간이 축적된 도서관이며(그러나 현재는 기록되지 않는), 밀도가 사라진 숲의 분지이다. 바로 이 경계에서 시간은 왜곡되며 공간은 뒤.. 2004. 6. 14.
검은 생머리의 추억은 가라 '저는 선화씨가 정말 훨씬 더 예뻐요' 문호는 수줍어하며 촌스러운 문장을 그녀 앞에서 힘들여 말한다.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웃는 선화는 다음날 그를 만난다. 그러나 약속 장소에 나타난 그녀의 심각하게 들볶인 파마머리가 문호 뿐 아니라 관객을 황당하게 만든다. 미용실에서 성격개조 풀 옵션을 받은 듯, 이전과 달리 당당해진 선화는 허물없이 문호에게 말을 건네고 두 사람의 섹스는 지극히 가벼운 만남인양 그려진다. 어제까지의 수줍은 긴 생머리 선화였다면 상황이 조금은 달랐을까? 남자들이 검고 긴 생머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이들은 '순수해보여서'라 답한다.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 검고 긴 생머리의 그녀는 머리카락을 살짝 들어올렸을 때 부러질 듯 가느다란 목을 드러내보였다. 목선을 따라 살짝 비.. 2004. 6. 14.
자기 오리엔탈화 한 민족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의상이다. 패션은 이러한 차이가 즉각적으로 드러나기 쉬운 분야이며, 패션쇼 자체가 환상을 제공하는 쇼라는 점에서 민족적 차이를 오리엔탈리즘의 신화로 탈바꿈하는 것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기 쉬운 공간이기도 하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많은 패션디자이너들은 '한국적인 것', '한국의 미'를 찾는답시고 온갖 민족문화적인 요소들을 끌어다 붙임으로써 해외에서 자기 오리엔탈리즘에 성공해왔다. 대표적인 인물로 앙드레 김이 있다. 국제적 규모의 행사에는 어김없이 초대되어 늘 똑같은 옷과 연예인 쇼로 '일관'해온 앙드레 김의 패션쇼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영원한 굴레이자 약점을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라 할 것이다. 영화계에서 '해외 영화제에서 선전하는 한국영화'.. 2004. 6. 14.
CSI - 과학수사대 : 드라마의 한계성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이라나.. 시끄럽게 출발한 CSI 과학수사대는 미국에서도 상당히 성공한 드라마 중 하나이다. 이미 국내 케이블과 정규방송에서도 편성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CSI-마이애미'라는 새로운 팀까지 만들어 동시에 두 개의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CSI'는 설정에서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출발한다. 그들이 수사기관에 속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이라 함은 공소를 제기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범인을 발견,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 보전하는 기관을 말한다. 수사기관은 검사와 사법경찰관리로 이루어지는데, 이 두 조직 간의 상하 관계는 매우 뚜렷하여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명령을 따르도록 되어있다. 'CSI-과학수사대'는 사법경찰관리의 역할과 검사의 역할 일부를 공유하는 조직.. 2004. 6. 14.
누가 음악을 작곡하는가? * 다시 '괴델, 에셔, 바흐'다 ... 컴퓨터에 의해서 작곡된 음악의 경우만큼 저자와 메타-저자 사이의 차이에 대한 문제가 첨예화된 적이 없다. 작곡 행위를 할 때 프로그램은 여러 개의 독자성 층위들을 동원한다. 벨 연구소의 맥스 매튜스는 컴퓨터에게 작곡을 하도록 명령했고, 그 결과물로 인해 "메타-저자"의 문제가 거론되었다. 그는 "조니의 개선"과 "영국군 척탄병" 이라는 두 개의 악보를 입력하고는, 컴퓨터에게 '척탄병'에서 '조니'로 연결되는 곡을 만들도록 했다. 이것은 그의 기록이다. - 그것은 꺼림칙한 음악적 체험이기는 하지만,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특히 리듬이 전환될 때 그러하다. "영국군척탄병"은 바장조로 된 2/4박자이며, "조니"는 6/8박자였다. 2/4박자에서 6/8박자로 넘어가는 변.. 2004.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