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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형적 사유101

하얀거탑 - 이제야 현실이 된 드라마 드라마의 인물이 평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드라마적 속성에 그 원인이있지는 않을까?한 인물이 입체성을 띄기 위해서는 그만큼 그가 내면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부로부터의 갈등을 표면화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행동으로 나타낼 수도 없는 일이고, 미세한 표정의 차이를 내기에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독백이다.각 인물이 스스로 자신의 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독백이나 나레이션이 많이 들어가는 드라마가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리기 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정옥'이나 '노희경'의 드라마가 여기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등장인물 스스로 자신의 입체성을 타인에게 밝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인물들 간의 친밀도.. 2007. 1. 11.
싸움은 기술인가? 12월의 날씨치고는 제법 따뜻한 편이라 말하였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로 작정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이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인지 날씨는 서둘러 추워진 탓에 어딘가 어색한 느낌으로 폐 속에 찬 공기를 들이밀었다. 싸움의 기술이 부족한 나는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라지금의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볼여유가 없었다. 걸치고 있는 옷 외에는 소지하고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12월의 추위와 이제 밤 12시가 되리라는 사실 중 무엇을 더 걱정해야하는 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3일 간 함께 있을 수 있다며 짐이 가득 든 가방과 함께 집에 들어선 것이 몇 시간 전의 일이다. 함께 봤으면 싶다고 그가 가져 온 DVD는 다큐멘터리라 지루했다. ‘로셀리니’의 경우는 그가 감독한 영화 중 몇 편을 본 기억이 있.. 2006. 11. 29.
당신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는지 1. 가난하거나, 힘겨운 삶이 내세울 일은 아니다. 자랑스럽게 떠들 일도 아니지만 일부러 감추거나 거짓말 할 것도 아니다. 다른 이들에겐 지극히 당연하여 아무런 기억도 남기지 못하였을 경험이, 결여로 인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낯선 자극과 소소한 경험들에도 많은 의미가 부여되고, 복잡하게 연결된 다양한 기억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문이 모두 뒤틀려 제대로 닫히지 않는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이라든가, 자동으로 물을 급수하지 못하는 세탁기로 빨래하는 요령처럼.. 비가 새고 곰팡이가 피는 벽 사이의 정서... 목욕탕 타일 위에 담요를 깔고 잘 때의 느낌은 또 어찌나 남다른지.. 빈곤한 경험을 한 것이지, 내 경험이 빈곤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꺼낼 때의 주위 반응이 재미있.. 2006. 11. 7.
갑을 고시원 체류기 박민규가 체류한 곳은 '갑을 고시원'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경험한 3개의 고시원 중 단 한 곳도 그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다. 더구나 첫 번째 고시원은 어느 지역에 있는 것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어떻게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었을까?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읽으니 예전 생각이 흘러흘러 차고 넘친다. 참 잘도 잊고 살았구나 싶다. 단편적인 몇 개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똑바로 누워 잠들기 힘든 좁은 공간과, 굶주림과 함께 잠이 드는 두 번째 고시원, 세 번째 고시원에서의 외로움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읽으니 그 기억이 정교해지고, 헐거워진 조직을 다시 치밀하게 하는 씨줄과 날줄이 교차한다. ... 1997년과 1998년 사이 처음 고시원에 찾아갔을 때의 기억은 섬세하지 못.. 2006. 11. 7.
표정관리 주식회사 2004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다 읽은 다음,2005년과 2000년을 번갈아 읽고 있다.2005년은 대상수상자가 아닌 우수상 수상작 두 편에 눈길이 간다.한 사람은 박민규이고, 또 다른이는 이만교이다.박민규의 '갑을 고시원 체류기'는 97~98년 사이 내가 체험한 고시원의 풍경을 오랜만에떠오르게 하여그 시절의 외로움과 서글픔이 되살아났고, 이만교의 '표정관리 주식회사'는 나 역시 겪고 있는 관리 안되는 표정의 문제를 파고들고 있어 반가우며 유쾌하다....주인공 씨는 타고난 표정의 진실성 때문에 꽤나 삶이 어려워진 인물이다.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이 얼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는데다 순식간에 얼굴과 귀, 심지어 뒷목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탓에 자기 감정을 일체 속일 수 없던 것이다. 결국 그는 거짓말을 해.. 2006. 11. 1.
요리열전 & 읽기과 쓰기 1. 일주일 전 토요일, 대구에서 한우 세트가 도착했다. 작년에 일을 해주며 알게 된 축협 부장님께서 챙겨먹으라며 보내준 한우고기였다. 상자 안에는 갈비와 부채살, 사태까지 하여 2kg이 조금 넘을 듯 싶은 고기가 들어있었다. 바로 그 직전 추석에 고기 좋기로 유명한 양평 당너머에서 소 앞다리뼈와 등심을 20만원어치 사서 부모님께 보내드린 터라, 이번의 고기는 그냥 여기서 먹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부채살은 버섯, 양파와 함께 구워 보았다. 월요일에는 갈비찜을 만들었다.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찾은 다음 필요한 재료를 사고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갔다. 무와 당근, 감자, 대파, 양파 등을 다듬고, 일부는 국물을 우려내는 데 사용하였다. 갈비를 일단한 번 삶고, 다시 양념장에 담근 후, 육수를 붓고 푹.. 2006. 10. 28.
괴팍해지다 1. 제주도 여행은 좋지 않았다. 멀리 있다고 생각한 태풍이 성급하게 다가온 것도 한 이유지만, 그것은 배경 장치에 더 가까웠다. 여행은 자초한 고립에 가깝다. 그런데 나는 '섬'을 택하였다. 섬으로의 여행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태풍이 다가왔다. 섬을 떠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상황이 섬을 더 떠나고 싶게 만들었다. 일정이 아직 남아있고 시간의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숨막히게 하였다. 늘 그랬다. 다른 선택이 허용되지 않는 순간에 처했을 때의 공포.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되었을 때 찾아오는 결박당한 자의 심정. 그것이 나를 좀먹는 것이라 할지라도 나는 망가질 권리도, 무너질 권리도, 슬프고 괴로울 권리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2006. 9. 28.
책에 대하여 '우아하게' 미치기 젠틀 매드니스를 구매하였다. 구매목록에 넣어놓고 있기만 하던 몇 개의 책(10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의)을 이번에 결제하였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애서광들의 이야기이다. 책을 지극히 좋아하여 책을 수집하기 시작하였고, 그것이 도를 넘어 광적일 정도가 되었던 사람들의 역사가 시대와 대륙을넘나들며소개되고 있다. 뛰어난 재미가 있다고 평하기는 어려우나, 책을 좋아하고 또 수집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으로.. 애서광들의 심리와 책을 수집하며 생각해 볼 만한 여러 부분들에 대하여 공감하게 된다. 나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책들을 내가 죽은 뒤 어찌하고 싶은 것일까? 사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 많지도 않거니와, 분야가 다양하면서도 막상장서라 할 만한 것은 갖추지 못하고 있는.. 2006. 7. 24.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가지 사건 - 보르헤스, 까사레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작품에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문학작품은 창조적 작가의 욕망의 산물이며 번득이는 영감에 의해 생산된 것이어야만 한다. 해당 작품의 문학사적 의의나 구조적 차별화, 작가의 의도, 시대적 요구와 같은 것들은 '골치 아프다'는 이유로 떠밀리기 일쑤이다. 그러나 작품은 단 하나의 기준으로 위치지어지지 않는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작품의 전체일 수 없으며 그것이 유일한 재미일 수도 없다. (또한 재미가 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서도 안된다) 빛은 입자적 성향과 파동의 성향 두 가지를 지니고 있다. 나를 구성하는 물질이 나를 규정할 수도 있지만, 내가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이 나를 규정하기도 한다. 전혀 다른, 낯선 기준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좌표를 이루고 그 때에 비.. 2006.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