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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형적 사유101

Prospero's books-Peter Greenaway 피터 그리너웨이와 마이클 나이먼 사이에서의 결과물 몇 개를 구매하였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ost와 'Prospero's books' ost ... 2004년 6월 8일, LG 아트센터에서는 마이클 나이먼 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우연히 참석하게 된 공연에서 그들은매우 강렬한 음악을 연주하였고 신경을 자극하는 현악기와 관악기의 반복된 균열은 쉽게 중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1부는 마이클 나이먼의 영화음악들이 중심을 이루었으며, 2부는 '카메라를 든 사나이'라는 제목의 러시아 초기 무성영화를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구성이었다. 현악 사중주와 섹소폰, 트럼본이 주를 이룬 밴드의 구성은 현악기가 타악기의 역할을 수행하거나, 관악기가 마치 현악기인양신경을 자극하는 구성을 취하기도 하였.. 2006. 2. 14.
Inside 우리는 눈을 뜬 채 숨을 허덕이며 어둠속의 촛불을 펼치고, 그 희미한 빛을 설탕물처럼 들이마신다. 그러나 이것은 얼마나 덧없는 안심인가. 시선을조금만 옮겨도눈에 익은 세계를 에워싼 어둠이 눈에 밀려와 조금 전까지 위안이 되었던 촛불의 동근 빛은 그것을 둘러싼 공포의 윤곽임이 분명해진다. 방을 공허하게 만드는 등불을 조심하라. 네가 자지 않고 앉아 있는 뒤에 그림자가 주인인 양 버티고 서 있지 않을까 뒤돌아보지 말아다오. 차라리 불을 밝히지 않은 어둠 속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식별할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너의 끝없는 마음을 융합시켜 어둠의 묵직한 마음이 되도록 힘쓰는 것이 좋다. 그리하여 너는 숨을 죽여 조그마하게 움츠린 채 얼굴을 덮은 두 손 안에서 네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 2006. 1. 30.
촛불시위의 낭만성에 대하여 6시 약속에 맞추기 위해,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분당 곳곳이 매우 소란하였다. 집회라도 있는지, 확성기가 시끄럽게 웅성이듯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나소리들은 반듯하게 세워진 건물 유리창에 반사되어 튕겨져 나오고 만다. 소리는 마치영상이라도 되는 양, 어둡게 칠한 유리를 끝내 투과하지 못하였다. 건물의 굳건함에 힘을 잃은 메시지는 갈 곳을 잃은 채공간에 뿌려졌고, 그 소리들을주워모으는 것은 확성기 뿐이다. 소리는 그렇게 증폭과 중첩을반복하며스스로의 정체성을 되섞어 나갔다. 고유하던 파장은 서로 섞임으로써 불필요하게 커지거나 작아졌으며, 메시지는 뚜렷함을 상실해버린다.그들의 외침은어느 곳에도 흡수되지 못한 채, 시끄러움으로.. 뒤섞인 짜증스러움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날아드는 곤충의 .. 2005. 12. 29.
표현주의 회화와 만화의 관계 * 2000년에 심심풀이로 썼던 글 일부 * .................................................... 20세기 거대한 반동의 물결은 예술분야에서 인상주의의 부정으로 나타난다. 이 전환은 르네상스 이래 다른 어느 스타일 변화보다 더 심각한 예술사상의 단절이라 할 수 있다. 이제까지예술은 자연주의적 전통을 전면으로 부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형식주의와 반형식주의 사이에서의 변동은 늘 있어왔지만 자연에 충실하고자하는 예술의 과제는 중세 이래로 지켜져 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19세기말에 등장한 인상주의는 4백년간 계속되어온 예술관의 종착점이었다. 인상주의 이후 예술은 처음으로 현실의 표현을 포기하였고, 고의적인 왜곡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려 했다. 물론 인상주의.. 2005. 9. 23.
컨설팅을 위한 프로세스의 중요성에 대하여 아침 출근시간의 붐비는 지하철에 대한 기억이 오늘 되살아난 것은 새로운 회사로의 첫시작이 불러온 또 하나의 변화에 해당한다. 발 디딜 틈을 차지하기 위한 미묘한 신경전 속에서 일순간 답답해진 공기에 질식할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익숙해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상기함으로써 이 경험을 일상화하기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러나 지하철이 강남역에 이르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2/3 가량의 승객이 모두 하차해버린 것이다.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직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깊고도 긴 호흡을 한 후, 사당동에 이르는 동안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여러 생각과 추측을 해보게 되었다. 일차적으로 ‘강남역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의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대단히 많은 요소들.. 2005. 7. 12.
순수성이 판단력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뜨는 분위기이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궁금하여 몇 번 재방송을 보았는데, 최근의 경향이기도 한 아역 캐릭터가 눈에 뜨인다. 여자아이의 맑은 미소가 간간이 화면에 등장하는 것이 마치 CF를 보는 듯 하다. ... 요즘 아역들은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역이 많이 나오던 드라마들을 되돌려보면, 다소 평면적이기는 해도 다양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로 등장했던 것을 기억할 수 있다. 착하든, 반항적이든.. 먹을 것을 밝히거나 어리석든.. 아이들은 나름의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1, 2년 사이에는 어른을 걱정하는 지나치게 조숙한 아이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파리의 연인'에서도 그랬고,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도 그랬다. 다소 모자란 부모들을 대신 챙기고 나서는 아이들은.. 2005. 7. 5.
심야의 성인영화 밤 12시를 알리는 종과 함께 신데렐라의 마법은 사라진다. 아름다운 드레스가 누추한 옷으로 뒤바뀔 그 시각,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는'19'를 붙인 채 성인영화를 방영하기 시작한다. 리모콘을 이리저리 누르며 채널을 탐색하다 가끔은 이런 영화도 봐줄 필요가 있다며 제법 진지한 자세로 시청을 해보는데, 독특한 그들만의 '영화문법'이 발견되어 흥미롭기까지 하다. 심야 성인영화에도 몇 가지 패턴이 있다. 그 중 특징적인 두 가지를 비교해보자. 우선 '갑부' 캐릭터를 중심으로 음모와 살인이 뒤엉키는 스토리가 있다. 이런 영화에는 여주인공을 도와 함께 범죄를 저지르거나, 혹은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을 도와 살인범을 잡는 탐정이 등장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끌린 남녀가 관계를 갖고 결국 영화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2005. 7. 4.
그러나 그녀는 없었다 한 아름 꽃을 안고 머리칼이 젖은 너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 하고 눈도 안 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 T. S. Eliot - ‘황무지’ 중에서 전쟁은, 신이 그를 위해 마련한 제단과 교회를 파괴하는 것과도 같은 모순된 현실을 인간에게 제시한다. 무엇보다 확연한 ‘의심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모든 사물을 가치로 환원시킨 합리성은, 놀라운 창조적 능력과 함께 파괴의 힘을드러냈다. 이러한 충격적 경험은 파괴되지 않는 것, 영속적인 것에 대한 갈증을 더욱 심화시킨다.파괴되어버린 과거와 정신 속에서 사람들은 회복과 재건을 요구하지 않는 새로운가능성들에 눈 돌리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자의적 형태를 .. 2005. 4. 2.
고향, 서울. 1. 70년대 서울은 변화의 중심에 있었으나, 그 변화의 결과가 무엇이 될 지 알지 못하던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고 그곳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쯤 우리의 집을 가지게 될지 예감할 수 없었다. 시골에서 배운 부지런한 삶의 가치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도시만의 경쟁의 룰이 이곳에 있었다. 서울의 외곽을 돌며, 집을 소유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부모는 일을 하러 나갔고, 아이들은 가방을 짊어진 채학교로 향했다. 그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것은 일요일 아침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도시의 삶이 부과한 각자의 무거운 짐은, 곧잘 이 대화마저도 침묵으로 대체하게 만들곤 하였다.급격한 변화를 겪어낸 나의 고향 서울은 사실 기억 속에만 .. 2005. 2. 9.